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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5 / 규모인가 전문성인가 1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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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3  15: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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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적폐청산에 열 올리는 현 정부에서 밝혀냈다는 취업 비화. 한 공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때 거의 예외 없이 유력 인사의 청탁이 있었다고 한다. 힘 있는 자에게 베푼 호의가 공기업 수장에서 인사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훗날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얼마 전 회사에서 채용한 수습 감정평가사들이 출근하게 됐다. 젊고 패기 넘치는 자들과 경력자의 구성이었다. 일 처리할 사람과 일을 따 올 사람으로 보인다. 이제 갓 평가업계에 진입한 30세 전후 청년들에게 돈 벌어오라고 요구하는 건 난센스다. 같은 논리로 전관의 자격으로 민간 법인으로 향하는 법조인 또는 경력 출중한 금융인에게 일 처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경력자에게는 업무 수주 능력을 요구한다.

지난 주 감정평가업계와 관련된 예민한 뉴스를 접했다. 한 매체에서 평가업계 내 업무 배분 문제로 덩치 큰 회사와 중소 법인 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업무 배분에 있어 가중치를 적용하는 부분에 이견이 있다는 것인데, 현상은 일목요연 정리했지만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들여다보는 내용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매체의 흉내를 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감정평가사들이 뽑은 현 집행부의 탄생동력은 ‘업무영역 진입 문턱 낮추기’ 공약이었다. 그러니까 작은 회사들과 사무소가 지금보다 잘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약속이다. 단적으로,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감정평가사의 수입 대부분은 법원 업무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업무는 늘지 않고 개업 사무소는 수는 일관되게 증가하니 1인당 수입은 우하향하는 직선 형태일 수밖에 없다. 그걸 어떻게든 보완해 주겠다는 공약이 다윗들을 결집시켰던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국내 대기업들이 승승장구하며 중소기업들이 외풍에 흔들릴 때도 건재한 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맷집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고 있는 시설과 인적 자본에 대한 고정비의 대가일지 모른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선배 변호사가 그런 얘기를 했다. 아직까지는 발로 뛰지 않아도 상당수의 의뢰인이 제 발로 찾아와 사건을 맡긴다는 것이다. 회사의 평판과 규모가 이끌어 낸 결과다. 월 300만 원도 못 버는 변호사들의 궁핍한 생활을 조명하는 기사가 때 되면 지면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의 풍경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번 기사의 요지는 보상평가 업무 배정 때 감정평가사 수에 둔 가중치가, 광역단체의 기준보다 협회기준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각 기준으로 뽑은 평가수수료 배분액도 큰 편차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적용된 것은 협회 기준이며, 중소법인으로 갈 몫 상당액이 대형법인으로 귀속됐다고 확인해 주었다. 다만, 대형이나 중소법인에 소속된 감정평가사수로 나눈 1인당 보상평가 수수료는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감정평가사업계 내 자리 잡은 10여 개 대형법인들은, 지난 2005년 현 국토교통부의 공적 업무 수주 자격부여라는 유인책을 통해 설립됐다. ‘국토교통부지정 대형감정평가법인’이라는 타이틀은 곧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 업무를 수주할 때도

규모 작은 곳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반면, 중소법인은 근래 들어 그 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법인 설립 요건, 즉 본사와 지사 설립을 위한 최소 주재인원 요건을 완화해 준 영향이 크다. 물론, 대형법인에 정착하지 못한 이들뿐만 아니라 근무지 선호문제로 작은 회사를 지향한 이들까지 이동 스펙트럼은 폭넓다. 어쨌든, 현 감정평가업계의 생태 지도에 국토교통부의 조치가 이래저래 영향을 미친 건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뿐만 아니라 장래에도 불씨가 될 업무 배문 문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규모에 관계없이 ‘법인 대 법인’으로 봐야 할지, 업무 처리 주체이자 책임 주체가 실질적으로 감정평가사 개인인 이상 ‘개인 대 개인’의 시각이 옳은지는 양 쪽의 주장이나 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간 영역에서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의뢰자가 원하는 곳을 찾아갈 자유를 어떤 근거로 제한하고 또 침해할 수 있겠는가. 논의는 공적 업무 성격의 배분에만 국한된다. 법인 균등 배분과 평가사 균등 배분의 논리 중 합리적이면서 또 현실적인 쪽을 찾아 봐야 한다. 평가사는 계속적으로 유입될 것이고 공적 업무는 향후 정체 내지 소폭 감소할 것이 예상되므로, 몫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일은 더 잦아지고 격렬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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