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32)- 잉여쾌락(剩餘快樂)의 함정(陷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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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32)- 잉여쾌락(剩餘快樂)의 함정(陷穽)
  • 강신업
  • 승인 2017.10.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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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현대인들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욕망의 결핍에 사로잡혀 있다. 잉여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에 대한 갈증은 그 끝을 알기 어렵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져온 물질문명에 깊이 길들여지면서부터 인간은 소비욕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되었고, 필요해서가 아니라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잉여소비를 계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질의 소비를 넘어 욕망을 소비하는 것이다.

덴마크 격언에 “모자는 빨리 벗고 지갑은 천천히 열어라”라는 말이 있다. 돈을 버는 것은 ‘의지’의 문제지만 돈을 쓰는 것은 ‘본능’의 문제다. 욕망에 굴복한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본능을 잘 다스려서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루소(Rousseau, Jean Jacques 1712~1778)는 인간을 망치는 것은 욕망과 능력의 불균형이라고 했거니와, 처지나 상황을 무시한, 경제적 능력을 넘어선 소비는 개인은 물론 가정의 파멸과 불행을 불러온다.

국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가 포퓰리즘(Populism)에 빠져 분수에 맞지 않는 복지소비를 계속할 경우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은 가난한데 국가만 부자일수는 없다. 국가의 복지재원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국가나 위정자가 돈을 벌 능력은 없다. 때문에 위정자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 과다한 복지소비를 할 경우 국고는 금방 바닥날 수밖에 없다. 위정자들이 부를 창출하지는 못하면서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또는 어설픈 이념에 빠져 나라의 곳간을 거덜 내면 국민은 결국 거리의 쓰레기통을 찾아 헤매게 된다.

복지정책은 사실상 현대국가의 제1차적 과제다. 사회복지 정책의 입안과 실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부의 관심사가 되었고,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은 과거 동서 간 이념 대립만큼이나 첨예하다. 사회주의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가 말 그대로 국민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복지 혜택을 주자고 주장하는 반면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복지정책인 선별적 복지는 국가의 재정 형편을 보아가며 일부 계층에 한해 복지혜택을 주자고 한다. 양 정책은 각기 장단점을 갖지만 대립의 정점에는 복지재원 조달의 방법이나 복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각차가 자리 잡고 있다.

로마 황제인 티투스(Titus Flavius Vespasianus 재위 79~81)는 불과 2년 동안 통치했지만 그 명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베수비오(Vesuvio) 화산의 폭발이었다. 대재앙이 일어났을 때 티투스 황제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 활동을 주도했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은 목욕탕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그 곳에서 국민을 만났다. 그는 거창하게 복지라는 말을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정말 필요한 때 정말 필요한 복지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복지정책의 성공여부는 결국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나 질병의 창궐 등을 생각하면 국가의 곳간을 충분히 채워둘 필요가 있고, 때문에 복지정책은 그 대상과 범위를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인 확대를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난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확실히 자유를 파괴하고 삶을 고단하게 하고 생명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가는 국민을 극심한 가난 상태에 두어서는 안 된다. 복지는 바로 이 때 빛을 발한다. 충분히 자력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데도 국가가 만연히 복지라는 이름의 공짜 돈을 지급할 경우 자칫 이것은 오히려 소비 욕구에 대한 목마름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복지혜택은 적어도 자유를 파괴당하거나 생계의 위협을 당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잉여쾌락을 위한 것일 수 없다.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1936~)는 갈매기의 꿈을 통해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고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큰 것을 놓칠 수 있다. 복지정책도 마찬가지다. 멀리 보고 계획을 해야 한다. 현대인들의 복지혜택은 결국 우리 후손들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 혹여라도 오늘의 ‘잉여복지’가 내일의 ‘가난의 통곡’이 되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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