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 역사를 결정하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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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역사를 결정하는 두 사람
  • 신희섭
  • 승인 2017.10.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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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두 사람이 한반도의 역사를 쥐고 있다. 일이 커지면 한반도의 역사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한반도 7000만 인구의 운명을 넘어 75억 인류의 운명도 결정할 수 있는 두 사람.

75억 인구까지 언급한 것은 조금은 과장되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구촌이 두 사람의 결정과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상했다시피 두 사람은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다.

두 사람이 펼치고 있는 담력시험의 치킨(겁쟁이) 게임이 지난 4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이 게임의 정점은 말폭탄으로 융단폭격을 한 지난 9월이다.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다. 이 날짜 근처에 북한이 주로 도발을 해왔다. 올 해는 북한이 ICBM미사일을 쏘면서 도발을 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없었다.

9월 정점을 지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0월 10일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B-1B 랜서 폭격기 2대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시켜 한국 공군과 야간 공대지 미사일사격훈련을 실시했다. 9월 23일 같은 기종의 폭격기가 북방한계선(NLL)상공을 넘어 동해상 국제공역까지 비행을 하면서 9월 위기를 극대화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 코앞까지 폭격기를 보내 자극하는 행동까지는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인 행동으로 북한을 시험했다. 10월 10일 쌍십절. 북한의 도발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이자 북한의 가장 중요한 날짜인 노동당 창건일. 이날 미국은 지상을 향해 언제든지 폭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 따위는 미국 군사력에 비추어 볼 때 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공개함으로서 북한의 위협가능성을 일축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방공시스템도 미국의 전자기전 수행능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보인 것이다. 또한 미국의 선수에 북한은 초계기조차 띄울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공표하고자 한 것이다.

9월 23일. 이 날이 중요한 변곡점이다. 미국의 B-1B 폭격기가 북한을 코 앞에 두고 무력 시위를 했고 북한 레이더는 이를 감지를 못했다. 미국은 북한이 모를까봐 비행을 공개했다. 북한이 뒤 늦게 이를 러시아에 문의했다. 이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물적인 감각이 살아난 듯하다. 북한이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강경 드라이브 모드로 변속기를 바꾼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일련의 행동들. 트위터를 통한 대북협상무용론 제시. 강경파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의 만남. 행정부 내에서 군사옵션들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

현실적으로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먼저 사용한다면 북한은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민주주의 속성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국가는 선제공격이 어렵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을 감질나게 자극하는 것이다. 선제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는 정도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특히 동맹국가인 중국이 완전히 자신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 정도까지.

현재의 대치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18일 예정된 중국 전국대표대회와 11월 초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일본, 중국 방문이 중요한 고비들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가 간 공조가 만들어지기 전에 김정은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합리성의 잣대로 보면 현재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위기일 수 없다. 미국과 북한의 국력의 격차와 군사력이 차이를 생각해보라. 객관적인 수치로 볼 때 북한은 미국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그것은 한반도 운명을 쥐고 있는 두 사람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그렇다. 상황 그것이 문제다.

두 사람의 ‘비합리성’으로 한반도 위기를 예상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평균적인 합리성과 상식을 벋어난 비합리적인 이들은 아니다. 한미 FTA재협상에서 자신을 ‘미친놈전략’으로 이용하라고 참모들에게 조언한 트럼프대통령의 전술은 그가 실제로 ‘미친놈’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김정은도 집권 초기 아파트 현장 시찰을 나가서 자신의 아버지와 달리 2층을 올라가서 실제 사는 모습을 보려고 했다는 사례로 비춰 볼 때 합리성이 결여된 인물로 볼 수는 없다.

실제로 걱정이 되는 부분은 비합리성이 아닌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라는 조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비주류세력을 등에 없고 있다. 백인 중하층의 민심을 공략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지지층이외의 다양한 세력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내정치에서 지지도를 유지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정책에서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실제 사회에서 영향력이 별로 없는 자신의 지지들에게 미국이 얼마나 강력한 국가인지를 보여주는 대리만족을 통해서 권력의 달콤한 맛을 공감하게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낙오된 이들의 불만이 같은 미국 주류사회로 향하지 않게 하려면 불만과 적대감을 배출할 통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적대감에 대한 공격은 부담이 없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적게 받으면서 공격의 예봉은 날카로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딱이다. 가혹한 인권침해. 3대 세습의 봉건제도.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악의 축.

김정은 위원장 역시 국내정치가 중요하다. 그는 장자가 아니기에 세습제의 명분도 없고 자신의 실적을 보여준 적도 없이 권력을 잡았다. 유일한 힘은 공포에 있다. 그래서 고사포까지 동원하여 고모부를 총살시키고 김일성-김정일 일가의 장자인 김정남을 말레이시아까지 가서 암살했다. 공포정치가 도를 넘어 지난 여름 김정은의 숙청게임의 일등공신들인 보위부 최고 간부까지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포통치는 약간의 당근이 있어야 오래 간다. 그런데 약속된 2012년 강성대국선포는 지키지도 못했다. 북한 내 자본의 흐름을 주도하게 했던 외화벌이와 중국과의 교역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도 자신을 지지해줄 세력들을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을 국내정치 보다는 대외정치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한반도의 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두 사람이 전략적으로 대외정책을 국내정치의 돌파구로 삼고 서로가 서로를 출구가 없는 상황으로 몰아갈 때이다. 현재 국내정치의 여건으로 위기가 강화하는 과정 중 어느 순간, 본인의 힘으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그림이다.

한반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이 두 사람에게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도자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면서 우리는 위기의 상황을 그저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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