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9) -궁핍한 시대의 희망 - 자유, 평등, 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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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9) -궁핍한 시대의 희망 - 자유, 평등, 박애
  • 강신업
  • 승인 2017.09.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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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우리가 사는 오늘은 세기말적 퇴폐기(頹廢期)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며 가졌던 설레는 환상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뭔가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가 지구 전체를 감돌고 있다. 특히 한 세기의 전환은 물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며 가졌던 세계평화(世界平和)와 공동번영(共同繁榮)의 희망이 20년도 채 안 돼 실망과 좌절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역사는 발전해 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굳이 버릴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지금 분명한 것은 오늘의 자유와 평등을 가져온 과거의 빛나는 사조가 퇴조하고 산업혁명(産業革命)이 가져온 대량생산(大量生産)과 대량소비(大量消費)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세계가 점점 더 극한의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강국들의 보호무역주의(保護貿易主義)가 기승을 부리고 외교관계가 자국이익 중심으로 흐르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전통적 선린우호(善隣友好) 관계가 깨지고 각 나라는 저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바쁘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 몇몇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세계 패권을 유지하거나 확보하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가고 있다.

세계 각지의 난민문제(難民問題)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시리아 내전이 7년째 진행 중이고 6,400여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의 여정에 있다. 분쟁과 박해를 피해 집을 버리고 떠난 사람들 중 51%는 보호가 절실한 어린아이들이다. 멈추지 않는 내전으로 난민들은 끝없이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그들을 위한 지원과 후원은 점점 줄어들어 난민들의 가난과 불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세계 각국의 군비경쟁(軍備競爭)이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물론 수포폭탄(水素爆彈) 실험까지 내달리면서 한반도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고, 그 와중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대만에도 대량의 살상무기(殺傷武器) 수출을 노골화 하고 있다. 중국도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진수시키는 등 군사대국의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구 전체가 일종의 화약고(火藥庫)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쯤에서 세계 각국은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프랑스대혁명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1830년 7월 14일 왕의 정치에 분노한 일단의 프랑스 시민들이 왕정 반대파들이 수감 되어있던 바스티유감옥을 습격하는 것으로 시작된 프랑스혁명은 정치적으로는 절대왕정(絶對王廷)이 붕괴되고 자유와 평등을 이루는 모토를 마련했고, 경제적으로는 상인의 활동을 넓혀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사회적으로는 구체제의 사회적 모순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근대 시민사회를 여는 기폭제가 되었다. 비록 국가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틈을 타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며 혁명은 막을 내렸지만 프랑스혁명의 핵심 이념인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상은 나폴레옹 군대를 따라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고, 프랑스 혁명의 자유(自由), 평등(平等), 박애(博愛) 3대 원칙은 오늘날까지도 대부분 국가의 헌법에 큰 영향을 주어 우리는 오늘도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우리가 오늘 되새겨야 할 것은 시민의 자유와 평등은 비단 선진국이나 일부 국가 시민들만의 전유물(專有物)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시민은 누구나 마땅히 자유롭고 차별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 압제(壓制)에 시달리며 차별받는 시민이 있다면 이를 해결할 책임은 세계 모든 국가와 시민에게 있다. 종교나 정치적 이유로 핍박받고 가난에 시달리는 동료 세계 시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세계를 화약고로 만드는 군비경쟁은 조속히 중단되어야 한다. 무기를 팔아서라도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겠다는 자국제일주의(自國(第一主義(제일주의)) 사상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세계 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박애주의(博愛主義) 사상을 크게 진작시켜야 한다. 세계 지도자들이나 세계 시민들이 프랑스대혁명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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