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7)- 두 소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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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7)- 두 소년범
  • 신종범
  • 승인 2017.09.15 17: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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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복잡한 민사 사건들에 파묻혀 있는 동안 국선 사건 하나가 들어 왔다. 사건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잠시 소장, 준비서면 등을 제쳐 두고 공소장을 살펴 보았다. 죄명은 특수강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체포) 등이었다. 5명의 공범이 지체장애가 있는 1명을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끌고 가 폭행, 협박한 후 휴대폰과 현금 등 금품을 빼앗았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5명 중 2명(A와 B)은 16세로 소년법 적용대상이었는데 그 2명의 국선변호인이 바로 필자였다. 공소사실만 보았을 때 참 나쁜 아이들이라는 생각과 함께 무엇으로 이 아이들을 변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직원이 복사해 온 수사기록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록을 보니 피해자와 A와 B는 서로 친구 사이였고, 범행 후에는 편의점에서 함께 군것질도 하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록에는 합의서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합의가 되어 있었지만 A만이 빠져 있었다. 기록을 검토하고 난 후 A와 B를 만나보기로 하고, 기록에 적혀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하였다. 그 후 사건을 대하는 A와 B의 태도는 무척이나 달랐다.

먼저, A에게 연락을 했다. 사건 후 청소년보호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A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공손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며 시간을 정해주면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사무실을 찾아왔다. 단정한 옷차림과 차분한 태도는 또 한번 나의 예상을 깨뜨렸다. 아르바이트 하다가 피해자를 알게 된 A는 피해자가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하여 빌려 주었는데, 피해자가 SNS에 ‘잡으려면 잡아보라’는 글을 남기고, 잠적하였다고 했다. 그 후 B가 A에게 피해자를 불러낼테니 만나보자고 하여 피해자를 만나게 되었고, 나머지 공범들과 함께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정말 미안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합의가 되었는데 왜 A만 합의가 안되었냐고 하니 다른 사람들은 각 10만원씩 주고 합의를 하였는데 자신은 10만원이 없어서 합의는 못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만 하였다고 한다. 이어서, A의 안타까운 가정사를 들을 수 있었다. A는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여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고, 함께 살던 아버지는 A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결국, A는 가출하여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가 청소년보호쉼터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은 쉼터에서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A의 아버지는 이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연락을 했지만, 별 다른 관심이 없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한다. A는 마지막으로 반성문과 쉼터 선생님들이 써 준 탄원서를 내 밀면서 앞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에 가서 자동차정비일을 하고자 한다고 했다. 탄원서에는 A가 그동안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여 일탈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쉼터에서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른 아이들도 많이 도와 주는 등 정말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A는 공판기일에도 항상 일찍 나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쉼터 선생님들도 번갈아 함께 나와서 재판 과정을 지켜 봐 주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다는 B의 목소리에서는 건방이 묻어났다. 바쁘고 멀어서 갈 수 없으니 전화로 얘기하면 안되냐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가담 정도도 크지 않고 합의도 했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다. 특수강도, 폭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의 중대함을 전혀 모르는 것인지, 그동안 몇 번의 경험에서도 그랬듯 자신은 소년범이라서 어차피 가벼운 형으로 이번에도 처리될 것으로 믿고 있어서인지 B는 전혀 걱정이나 염려가 없었다. B에게 그럼 공판기일에 일찍 나와서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재판에 임하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첫 공판기일에 꽤 일찍 나와 초조하게 재판을 기다리던 A와 달리 B는 시간이 다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첫 공판은 B의 불출석으로 연기되었다. B는 늦잠을 자서 재판 시간에 맞추지 못하였다고 하는데 미안함이나 불안감은 없는 듯 했다. B에게 다음 번 기일에도 불출석하면 구속될 수도 있다고 말해 주면서 다음 번 기일에는 절대 늦어서는 안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두 번째 기일에도 B는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좀 늦겠다는 연락을 전해 왔다. 재판장은 다시 기일을 연기하면서 다음 번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했다. 구속이 두려웠던지 3번째 기일에야 B는 법정에 출석했다. 슬리퍼를 신고 온 그를 보고 깊은 한숨만이 나왔다.

법정에서는 A와 B 모두에게 최대한 선처를 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사실 B에게는 이전과 다른 엄격한 처벌을 하는 것이 그의 앞날을 위해서도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차례 범죄를 저질러 온 B이지만 그 때마다 국가에서 변호인을 붙여 주고 경미한 처벌만 받다보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 청소년들의 범행이 잔혹해 지고, 흉포화되면서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 되고 있다. 하지만, 처벌 강화만으로 청소년 범죄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 원인의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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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7-09-16 19:57:21
기사의 한부분 입니다. '학교와 사회의 ‘어설픈 용서’에서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서 촉법소년(10~13세), 범죄소년(14~18세)은 어지간한 범죄를 저질러도 가정이 있고 학교에 다니는 한 대부분 ‘보호처분’에 그친다. 검찰의 기소유예, 경찰의 훈방도 같은 맥락이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경찰에서 대여섯 시간 교육을 받고 풀려나거나, 중범죄를 저지른 학생도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아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홍익인간 2017-09-16 19:56:24
모든 청소년 범죄에 정당한 징벌을 하자는게 아닙니다.
강력범죄(살인,강간,집단폭행)는 정당한 법 절차와 징벌을 하자는 겁니다.
가해자의 당당하고, 밝은 미래만을 생각하고, 피해자에게는 인간 취급도 안하는 지금의 소년법은 잘못된 것입니다.
엄벌주의라는 말을 쓰지 마세요. 피해자 입장에서의 정당한 징벌을 원하는것입니다.
과도한 징벌이 아니라. 정의라고 불릴 만한 징벌을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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