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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루마니아
제임스리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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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3  17: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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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리(Rhee James) 
호주 사법연수과정(SAB), 시드니법대 대학원 수료 
호주 GIBSONS 법무법인 컨설턴트 역임 
전 KOTRA 법률전문위원 
전 충남·북도, 대전광역시 외국인 투자유치 위원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고객위원 
저서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KOTRA 발간, 2004) 
현재 100여개국 해외여행 경험으로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강연

2012년 10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출발한 기차는 중간 국경지역에 멈추는 바람에 잠이 깨었는데, 기차가 드디어 루마니아 국경에 도달하였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보통 버스로 국경을 통과할 때에는 승객이 그리 많지 않아 국경수비대 경찰(군인)이 여권을 걷어간 후 검사하고 다시 승객에게 되돌려주기까지 약 30분 정도면 되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몇몇 국경수비대 경찰(군인)들이 각각 객실에 올라타서는 승객들 여권을 보면서 일일이 무선으로 여권 발행국가, 이름, 만료일 등을 본부와 교신으로 확인한 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여권을 승객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입국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여권심사를 하는 데에만 약 2시간 이상이 걸렸다.

덕분에 잠이 깨어서 엎치락뒷치락 하다가 복도로 나와서 눈을 비비며 차창 밖을 내다보니 새벽 들녘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차는 국경에서의 여권심사 시간만큼 예정 시간보다 약 2시간 이상이나 늦게 약 12시간이나 걸려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역에 도착하였는데, 시각이 아침 8시 정도라 그런지 중앙역은 승객들로 매우 붐볐다.
 

   
▲ 부카레스트 시내 광장 모습

나는 우선 역내에서 요기를 할 겸 맥도날드를 찾아 햄버거 하나와 차 한 잔을 주문한 후 주문한 햄버거와 차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는데, 옆자리에는 베트남 사람처럼 보이는 부부와 아들이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같은 동양인이라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눈인사를 했는데 갑자기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피하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 가만히 그들의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그들이 북한 말을 쓰는 것을 보고는 그들이 북한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들은 처음 내가 이곳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를 계속해서 주시하며 경계하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을 유심히 다시 살펴보니 영락없이 TV 뉴스시간에 나오는, 북한 사람들이 즐겨 입는 인민복장에 빨간 인공기배지를 달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로 보이는 20대 청년은 강남에서 볼 수 있는 부유층 자제처럼 여유가 있어 보여 전혀 북한청년같이 보이지 않았다.
 

   
▲ 극장 모습

체조 요정 ‘코마네치’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의 원래 의미는 ‘기쁨이 넘치는 도시’라고 하는데, 옛날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인 널찍널찍한 도로와 도시공원을 방불하게 하는 울창한 숲을 보면서, 직전 방문국가였던 불가리아의 아기자기함보다는 훨씬 더 깨끗하고 여유로운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3.7 킬로미터에 이르는 쭉쭉 뻗은 대로에는 약 40 여 개의 분수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간간히 외국공관들의 모습도 보였는데, 로마시대의 궁전 건물과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많이 모방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24년간이나 루마니아를 독재통치 했던 ‘챠우세스크’가 북한 ‘김일성 주석궁’을 모방해서 지은 ‘인민궁전(의원회관)’은 세상에서 단일 건물로는 미국 국방성 건물인 ‘펜타곤’ 다음으로 크다고 한다.

그는 본인의 권위를 세상 만방에 떨치려고 무리하게 이 건물을 지음으로써 루마니아 경제를 파탄시킨 장본인으로 남았고, 이로 인해 두고두고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도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점은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

또한 ‘챠우세스크’시절에는 국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없이 국민 1인당 5명의 자녀를 갖도록 강제하였는데, 그 자녀들이 자라면서 제대로 성장할 리 만무했기에 그 후유증이 현재도 루마니아의 골치 덩어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 길거리 중고 책 판매상 모습

오늘 오후에는 이곳을 떠나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가야 했기에 마음이 급하여 시간에 쫓기듯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나는 버스 차비를 내려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루마니아 현지 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적지 않게 당황했는데, 운전기사는 “차비가 없으면 당장 버스에서 내리라”고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만일 이 버스에서 내려서 환전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 타게 되면 비행기 출발시간에 제때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안절부절 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이 안쓰러웠는지 마침 버스에 같이 타고 있던 외국 여행객이 버스 차비를 대신 내주었다. 나는 몇 번이나 그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는 버스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체크인카운터로 달려가 무사히 출국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드디어 비행기가 ‘부카레스트’ 공항을 이륙하자 그 동안의 피로가 물밀 듯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는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기로 다시 환승한 후, 비행기 안에서 여행 중 일어났던 에피소드 등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았다.
 

   
▲ 1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개선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루마니아가 우리에게 아직도 여행지로서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루마니아가 겪고 있는 엄청난 정치적 변화의 후유증 때문에 거리감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이 내 이곳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앞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 나라’로 우리에게 친근하게 한 발짝씩 다가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 ‘발칸반도 국가 여행’ 또한 나에게는 색다른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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