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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8) -억울한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
강신업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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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8  10: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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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죽음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천수를 누리고 기력이 쇠진하여 저절로 여러 기능이 멈추는 자연사(自然死)가 있는가 하면 창창한 나이에 뜻하지 않은 원인이 생겨 죽음을 맞이하는 우연사(偶然死)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우연사 중에서도 사고사(事故死), 그 중에서도 정말 어이없는 사고사를 자주 목도한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대형버스 졸음운전 사고가 그것이다.

2017. 9. 2. 오후 3시. 충남 천안시 광덕면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는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구 달려온 고속버스가 정체 때문에 속도를 줄이며 앞서가던 승합차를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들이받았다. 고속버스에 들이 받친 승합차는 앞선 차들과 연쇄추돌을 일으키며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차 안에는 건설현장 전기공 남편과 피자가게 점원 아내 부부가 타고 있었다. 부부의 16살 아들과 12살 딸은 졸지에 부모를 잃었다.

2016. 7.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인근. 덩치 큰 버스가 터널 부근에 이르러 정체 때문에 속도를 줄이던 승용차를 무자비하게 덮쳤다. 강원도로 여름휴가 여행을 다녀오던 눈부시게 젊고 꿈 많은 아가씨 4명이 즉석에서 목숨을 잃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대형버스 졸음운전 참사가 우리 사회에 대형버스 공포증을 불러오고 있다. 고속도로 대형버스 졸음운전은 대개 앞 선 차들의 연쇄추돌로 피해 차량이 많아 죽거나 다치는 사람의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승용차나 승합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사고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것이어서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속버스나 관광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차량정체로 인해 속도를 줄이던 앞 차를 들이받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생명 존중 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생명을 정말 소중히 여긴다면 이런 식의 졸음운전 사고는 일어날 수가 없다. 이것은 사실 교통사고가 아니라 미필적고의(未畢的故意)에 의한 살인에 가깝다. 앞서 가던 차를 들이받아 휴지조각처럼 구겨놓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없는 한 어떻게 그렇게 졸며 운전을 할 수 있는가. 사업자 역시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시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은 것이다. 물론 관계기관의 무사안일이나 무능 탓도 크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버스 운전사의 근무현황을 점검한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국토교통부는 졸음운전 자동경보장치 도입을 서두르겠다느니 하며 이런 저런 대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그 때뿐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고 졸음운전 사고의 악몽도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연이은 참사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기본권 중의 기본권은 생명권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시민이 졸음운전 대형버스에 의해 무참하게 희생되는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백미러, 사이드 미러는 물론 우리의 감각기관을 총 동원해서 뒤를 살피다가 대형버스가 뒤 따라오면 미리 차선을 변경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나라는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정부는 더 이상 고속도로에서 무고한 시민이 대형버스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것을 용인해선 안 된다. 국민에게 얼마간의 기초연금을 나눠주는 것만이 복지가 아니다. 인구감소를 걱정하며 저출산(低出産) 타령을 늘어놓기 전에 무고한 시민이 고속도로에서 죽어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졸음운전 자체를 처벌하는 법안을 도입하고 사고를 낸 차량이 속한 사업체를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선버스 차량에 졸음운전방지 경보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사업체에 대한 국가지원이 필요하다면 이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예산타령을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등바등 벌어서 국가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이유는, 고속도로 대형버스 졸음운전 사고처럼 개인의 힘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고나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들어선 국민들이 백미러를 연신 들여다보며 대형버스가 뒤따라오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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