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첫 필적학자 구본진 전 검사 “글씨로 사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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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첫 필적학자 구본진 전 검사 “글씨로 사람을 안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8.31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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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대선 후보 등 필적분석 매번 ‘화제’
독립운동가, 친일파 등 “필적은 말한다” 결론
‘법률가의 글쓰기와 말하기’ 기법·전략 강의도
검찰개혁은 ‘검사장 직선제’로 인사권 손 봐야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20여년 검사 경력을 가진 구본진 로플렉스 대표변호사는 글씨도 ‘수사하듯’ 치밀하게 살펴 본다. 그는 글씨로 사람을 파악하는 필적학(graphology) 연구자로, 국내 첫 필적학자다. 그의 필적학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예술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예술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그는 오래 전부터 미술품을 수집해 왔다.

“미국에 살 당시 뮤지엄이나 갤러리를 자주 방문했는데 컬렉션을 기증하는 문화가 꽤 활성화 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때 저도 ‘테마를 정해서 수집하여 언젠간 기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침 대구의 한 고문서(古文書) 판매상이 우리 조상의 글씨를 보유하고 있다고 연락을 줘 구매를 위해 몇 번 왕래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그 분이 독립운동가 곽종석의 글씨를 선물하더군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씨를 전문적으로 수집한 것 같습니다.”

명실공히 글씨 전문 컬렉터가 된 구본진 변호사의 글씨 컬렉션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독립운동가의 글씨와 친일파 글씨, 그리고 일제 침략자들의 글씨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글씨는 총 1,500여점으로, 독립운동가 600여명, 친일파 250여명, 일제 침략자 20여명의 것이다.

“한민족 역사에서 일제 강점기 35년은 상당히 중요도가 높고, 그 시기에 목숨과 가족까지 희생하며 독립운동을 한 분들의 글씨는 수집 가치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글씨를 모으다가, ‘당대의 지식인들이란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친일을 했다’는 사실에 착안하게 됐어요. 둘 중 하나인 거죠. 그렇게 볼 때 친일파들의 글씨와 일제 침략자들의 글씨까지 함께 모으면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같이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적학, 사람의 정신·정서 수양으로까지 연결될 것”

글씨를 수집할 때 진위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게 글씨를 유심히 살펴보던 그는 수집한 글씨들 사이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독립운동을 했던 그룹과 친일행위를 했던 그룹, 또 침략자 그룹의 필적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특징들을 추려낼 수 있었던 것.

“글씨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그런 생각으로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연구를 해 보니 서양에는 필적학이라는 것이 이미 있었습니다. 동양에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글씨를 연구하는 서론(書論)이 발달했다면, 서양에서는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글씨의 크기·모양·간격·기울기 등으로 분석하는 필적학이 발달했어요.”

구본진 변호사는 그렇게 연구한 것을 기반으로 자신이 수집한 글씨들을 분석, 국내 첫 필적학 서적인 ‘필적은 말한다’를 2009년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하장 글씨, 대선후보들의 글씨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담벼락에 남겨진 지지자들의 글씨까지 분석해 달라는 요청 등, 이 같은 언론의 러브콜로 인해 그의 필적학은 비교적 자주 조명되고 있다.

국내 첫 주자라는 부담감 때문일까, 전문 연구가답게 그는 필적학의 방향성을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친필 글씨를 잘 안 써요. 글씨라는 것이 그렇게 경시될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예는 대표적인 인격수양의 수단이었지 않습니까? 서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어릴 때 벤자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의 글씨를 똑같이 따라쓰는 연습을 했다고 알려져 있죠. 실제로 글씨가 아주 유사합니다. 독일의 필적학자 빌헬름 프레이어는 그의 저서 ‘필적 심리’에서 ‘글씨는 뇌의 흔적’이라고 말했어요. 글씨란 사람 내면의 반영입니다. 그렇기에 글씨를 연습하고 훈련하면 정신과 내면이 다듬어질 수 있어요”

구본진 변호사는 필적학이 이렇듯 인격수양, 나아가서는 정신적·정서적 치료에까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필적학의 체계는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예술법 전공...“예술분야 법적 분쟁 비중 커진다”

구본진 변호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저작인격권 연구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인 ‘미술가의 저작인격권’은 법학연구총서로 발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흔치 않은 예술법 전공 법률가이다보니,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로스쿨생들이나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미대생들로부터 종종 상담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통칭해서 예술법이라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미술품 거래에서 생겨나는 계약 해석이나 위작·도난 등 미술품 저작권 등과 관련한 분쟁이 많습니다. 예술법이라고 해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민사적 책임이나 형사적 책임 등 기본법의 토대를 기반으로 해서 다루어지는 법 영역입니다.”

구본진 변호사는 예술 분야 분쟁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규모는 짐작할 수 없지만, 커질 수밖에 없는 징표는 뚜렷하다는 것.

“현재 김환기의 작품 중 가장 비싼 것이 60억 원에 거래가 됐어요. 이우환, 정상화 등 다른 작가의 작품들도 50억을 넘기는 것이 그리 먼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예술품들의 가격이 100억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술품이 비싸고 중요한 재화로 취급되어가는 추세에서 법적 분쟁도 점차 많아질 거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법률가의 말하기와 글쓰기, 어때야 하나

대검찰청에서 공판송무과장을 지낼 당시 그는 전체 검찰의 공판을 기획하고 교육하는 등의 업무를 했다.

그 때는 배심제가 아직 들어오기 전이나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배심재판이 들어올 것’이라고 확신, 그 때를 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 과정에서 ‘배심재판을 위한 연극 기법과 전략’이라는 책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효과적인 말하기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그 때부터 본격화됐다.

한편 구본진 변호사는 솔직한 일화도 털어놨다. 번역서·대중서까지 합쳐 지금까지 총 9권의 책을 발간한 그는, 첫 저서 출판 당시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그의 글이 “도저히 못 읽겠다”는 평가를 받자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었다고.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결정문이나 기획문서를 잘 쓴다는 칭찬을 종종 받았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더 충격이 컸습니다. 원고를 일일이 고쳐주는 개인 지도를 받으면서 나의 글쓰기, 즉 법률가의 글쓰기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법률가들의 말하기와 글쓰기가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을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렇습니다. 법률가들의 말과 글이 박한 평가를 받아요. 말과 글은 소통을 위한 것인데 법률가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해야할 말만 하거나 쓰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끼리의 소통만 염두에 두던 이전과는 달라질 필요가 있어요. 법률가들만의 말하기와 글쓰기 방식에서 벗어나 일반적 말과 글의 기법·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말과 상대방이 읽기 쉬운 글을 쓰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구본진 변호사는 “법률가들이 이 같은 ‘배려와 소통’에 방점을 둘 때 한결 좋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검찰을 개혁하려면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야”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이번 정권의 움직임에 대해 구본진 변호사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라는 처방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필요나 의도 때문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검찰개혁에 대한 답은 공수처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공수처와 같은 기관은 세계적으로도 입법례가 없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많이 나와 있고, 검찰개혁의 핵심은 인사권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행사되는 검찰 인사권이나 업무 프로세스는 그대로 둔 채 고위공직자를 수사한다는 공수처라는 기관을 하나 더 만든다는 게, 검찰개혁과 무슨 상관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본진 변호사에 따르면 검사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명백히 인사에 있다. 대한민국 검사는 평검사의 경우 2년에 한 번, 부장검사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인사이동을 한다.

다음 인사에서 어떤 보직을 맡게 되어 가족과 얼마나 떨어져 지내야 하는 건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는데, 이런 인사를 청와대가 법무부를 통해 직접 관장하는 것이다.

이런 인사 시스템 하에서는 검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을 기대하기가 오히려 어렵다고 구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검사장 직선제 밖에 답이 없다”는 의견이었다. 인사권을 정부 권력으로부터 국민이 얼마나 더 가져가는가에 개혁의 성패가 달렸다는 것.

그가 말했다. “검찰이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게 하려면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야 합니다. 검사장을 국민이 선출하고 선출된 그 사람에게 지역의 검찰 인사를 맡기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검찰개혁의 유일한 길입니다.”

다만 구변호사는 “공수처 설치를 국민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당연히 설치해야 된다”고 첨언했다. 다만 그것이 검찰개혁의 방안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주어진 시간과 자유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기여 생각할 것”

2015년에 검찰을 나온 구본진 변호사는 현재 3년 차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틀이 짜여져 있는 공무원 생활을 벗어나니 시간과 활동에 제약이 없어져, 지금은 훨씬 자유롭다고 그는 말했다.

다만 “검사든 변호사든 기본적으로 공익을 수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세우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기에 업무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묻자 그가 말했다. “공직에 있을 때는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전에 비해 시간과 자유가 조금 더 주어진 만큼 보다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기여해 보고자 합니다.”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조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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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17-09-01 19:54:46
본인 검사장 승진 떨어졌다고 직선제 주장하는거 훤히 보인다. 모만 하면 직선제 하제 검찰 검사장 직선제 했다간 부패만 더 심해진다. 미국 자꾸 예로 드는데 미국은 연방검사장은 임명제란다. 그리고 좌파 법률단체가 직선제 주장한는 이유 본인들이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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