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부패국가, 쓰레기소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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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부패국가, 쓰레기소각장
  • 오시영
  • 승인 2017.07.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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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대한민국이 부패국가였다. 여기저기 부패의 악취가 코를 잡게 만든다.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썩지 않으면 생명은 없다. 썩을 대로 썩은 곳에서 새 생명은 피어나게 되어 있다. 2017년 7월, 대한민국은 뜨겁다. 곳곳에서 쓰레기를 태우느라 검은 연기가 땅을 덮고 하늘을 덮는다. 여기저기가 쓰레기 소각장인 듯 썩은 것들을 태우기 시작한다. 시작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서부터이다. 감추어져있던 썩은 것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2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체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러나는 모습이 경찰이나 검찰의 타율적 수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조직 내부의 자율적 내부비리 정리과정을 통해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감추기에 앞장섰던 내부 조직들이 각각 수장이 바뀌고, 의식이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면서 스스로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고 변혁의 주체가 되려고 하는 의지가 발동하자 여기저기에서 썩은 내가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치적 반동 또한 만만찮다. 과거의 적폐의 중심에 서 있는 기득권층의 반발도 역시 서서히 정신을 차려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탄핵의 와중에서 자신들의 의지처이자 등 기댐의 근거가 되었던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법률적 파면을 겪으며 산산조각났던, 유리조각처럼 부서져 나갔던 이들이 이대로 가만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으로 다시 결집하려 하고 있다. 내부 조직의 자기성찰 속에서 이루어지는 악폐 청산의 물결이 죽기살기로 가로막고 나선 기득권 세력의 결집과 반격으로 좌초될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시대정신은 80% 이상이 적폐청산에 박수를 보내고 있음이 여론조사결과이다. 기득권이 되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버린 야 3당은 다수결의 원리 덕을 단단히 보고 있다. 세 야당이 합하여 60% 가까운 다수가 되다 보니 40% 정도에 불과한 여당을 국회에서 압도하고 있다. 개혁입법을 막고, 추경예산의 통과를 저지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13개의 적폐 아젠다를 선정하여 내부 조사에 착수하였다. NLL(북방한계선)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사건, 국정원 댓글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헌법재판소 사찰 사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사건, 좌익효수 필명 댓글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사건, 추명호 6국장 비선보고사건, 국정원의 극우단체 자금 등 지원사건, 세월호 참사관련 방해의혹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버렸다는 내용 조작 유포사건,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민간인 사찰 및 선거개입 의혹사건 등이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인터넷상에서 90% 가까이 이러한 사건들을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의 국정원적폐사건으로 진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일부 야당은 사안별로 이러한 국정원의 적폐청산을 위한 내부조사가 지난 9년 동안의 보수정권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행위라며 국정원의 국내정치 관여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적폐 청산 성공 여부는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야 3당의 국회의원 숫자에 문재인 정부가 굴복하느냐, 아니면 입법과 추경예산, 각 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은 별개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그대로 적폐 청산을 진행해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수언론인 조중동을 비롯한 지상파 엠비시나 종편 티비조선 등이 내세우는 정치적 탄압이라는 논리가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면 보수층의 결집으로 적폐청산과정이 발목을 잡힐 것이고, 그렇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여론을 등에 업고 그대로 적폐청산작업이 진행되어나갈 것이다.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에는 고통이 수반되고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맹장병 환자를 살리기 위해 외과수술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제 많은 국민들이 그러한 외과수술을 기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몇몇 프랜차이즈업체들의 갑질에 대해 과감한 행정지휘권을 행사함으로써 점차 프랜차이즈업계에 선한 질서가 잡혀가고 있다. 미스타 피자의 정우현 회장이 가맹점주들에게 부당한 갑질을 하다가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BBQ를 비롯하여 몇몇 프랜차이즈가 일방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였다가 스스로 내렸다. 만일 그 가격 인상이 정당한 것이었다면 결코 내려서는 안 된다. 만일 국가가 강제로 내리게 했다면 그건 심히 부당한 국가공권력 남용이 되어 불법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부당한 원가조작 등에 의한 인상이었다면 내리는 것이 정당하다. “주유소습격사건”이라는 영화 속 대사 중 유명한 명대사로 배우 유오성 씨의 “나는 한 놈만 조져!”라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에게 얻어터지더라도 자기는 조지고자 목표를 세운 한 사람만 조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상대방은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폐청산은 배우 유오성 씨의 말처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 갑질 사례인 미스터 피자의 부당갑질행태를 엄밀하게 조사해서 처벌할 것과 처벌하지 않을 것의 기준을 세워 그대로 시행하면 나머지 프랜차이즈업체들도 그 기준을 따르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새로운 적폐로 떠오르고 있는 2014년과 2015년에 걸친 세 차례의 “면세점 허가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롯데와 한화 등 여러 면세업체의 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관세청장이 최순실의 부당 개입을 받아들여(물론 그 중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입하고 있다) 면세점 허가 여부를 쥐락펴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정부패가 저질러졌음이 밝혀지고 있다. 비선실세에 휘둘리는 대통령, 비선실세의 인사권 낙점에 의해 임명된 영혼 없는 관세청장의 부당한 면세점 심사과정, 그 과정에서 입 안의 혀가 되어 면세점 신청업체들의 점수를 마음대로 올리고 깎는 만행을 저지른 고위 공직자들과 실무자들 모두가 공범이다. 그러한 공범들을 모두 청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케이비에스 고영주 사장에 대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임이 틀림없다.”는 명예훼손고소사건이 고소된지 1년 9개월만에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동안 영혼 없는 검찰이 이 사건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선처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취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으나 취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후 비로소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엠비시방송에 대하여는 그 동안의 부당노동행위(사측의 방송편집권 관여에 대해 반발한 많은 기자와 피디 등을 부당해고하거나 지방 등으로 인사발령내는 등)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관 파견을 둘러싸고도 언론탄압이라는 야당의 견해와 정당한 법집행행위일 뿐이라는 고용노동부와 여당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장맛비가 물러가고, 7월의 폭염이 대지를 달구고 있는 이때, 수많은 구폐 청산을 둘러싸고 정치권을 비롯한 관가가 온통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다. 이 뜨거운 열기, 쓰레기소각장의 열기가 중앙난방공급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따뜻한 물과 온기를 전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쓰레기장을 넘어 산을 태우고 들을 태울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틀 전 안철수 국민의 당 대통령 후보가 “문재용 씨 채용 관련 국민의 당 이유미 씨의 증거조작사건”에 대하여 사건이 드러난 지 2주일 만에 대국민사과를 하였다. 증거를 직접 조작한 이유미 씨에 이어 그녀에게 증거를 가져오라고 윽박지른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뒤늦게 자신의 사과의사를 발표한 것이다. 국민의당 자체 조사 결과는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이었으나, 검찰은 그 윗선인 이준서 씨가 범행사실에 관여하였다며 구속한 것이다. 어떻게 국민의당에서, 새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에서 이와 같은 황당한 허위사실유포를 위한 증거조작사실이 있었는지 어이가 없다. 더군다나 카이스트라는 머리 좋은 이들이 다니는 학교 출신 젊은 정치초년생들이 이러한 구태의연한 잘못을 태연히 저지를 수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지금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를 정립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은 업보”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정권이 잘못할 때 “그것은 잘못되었으니 고치세요.”라든지, “옳은 것은 이런 것이니 이렇게 하세요.”라는 충언을 하지 않았거나, 어리석어서 그 길을 알지 못해 조언을 하지 못하였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실천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바로 “이것은 옳으니 문재인 정부에 협력하겠다.”거나, “이런 일은 옳지 않으니 결단코 협력할 수 없다.”라거나 둘 중의 하나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거의 맹목적이다시피 후자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여론이 51%도 아니고, 80%를 웃돌며 지지하는 문재인 정부를 “반국민적 정치행위”를 한다며 욱박지르니 국민들이 자꾸 지지를 거두고 등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3년 가까이 남은 국회의원 선거일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그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지 하고 감나무 아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심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계속 그렇게 해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정원의 열세가지 적폐의 뚜껑이 열리면 어떠한 비위사실이 새롭게 밝혀질지 모른다. 그 부패사건들에 관련된 수많은 정치인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들은 좌불안석이요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고, 어찌 되었든 “정치보복”이라는 한 마디로, “국정원의 새로운 정치개입”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해 이를 호도하려 안간 힘을 쓰겠지만, 시대흐름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7월 셋째 주, 대한민국은 쓰레기소각장이 되어,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날씨마저 폭염인데, 쓰레기소각장의 열기가 뜨거우니 국민들이 느끼는 더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쓰레기소각장에서 나오는 열기가 잘 통제되어 열병합발전소의 원료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건전한 대한민국, 부정부패가 없는 대한민국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경제, 노동, 문화, 사회 각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민원과 불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권은 로드맵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한 타임 늦추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개혁이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인수위원회도 없이 역대 최악의 정권을 넘겨받아 아직 내각조차 완성되지 못한 상태이지만, 초심을 잃지 말고, 주도면밀하게 국정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火氣가 넘쳐나는 7월, 8월의 폭염을 和氣로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다. 火氣를 水氣나 冷氣로 다스리려 해서는 결코 목적 달성을 할 수 없고, 오직 和氣로 다스릴 때, 다시 말해 국민의 마음을 골고루 편안하게 해 주고,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한다는 민심을 바탕으로 해서 火氣를 다스릴 때 적폐청산이 가능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 날도 더운데 팥빙수 한 그릇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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