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절정’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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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절정’ ‘광야’
  • 이관희
  • 승인 2017.07.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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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 

7월이 되면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시가 떠오른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육사(64)는 일제감옥의 수인번호로서 나라를 잃은 사람이 본명이 필요 없다는 강인한 독립정신에서 나온 이름으로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아려온다. 육사(陸史)는 일제역사를 도려낸다는 의미를 가졌다고도 한다. 퇴계선생 14대 손(고향인 안동 도산서원 근처에 이육사 기념관이 있음)이고 모계는 임진난 의병장 허씨로서 그야말로 독립의 피가 절절히 흐르는 분인데 그가 폐가 좋지 않아 일경의 눈을 피할 겸 일했던 포항 해변가 포도밭 ‘청림동’(문학거리로 지정)언덕에서 영일만 일대를 굽어보며 읊은 애향·애국시인 것이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하늘 밑 푸른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흠뻑 적셔도 좋으련, 아희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언제 읊조려 보아도 한 폭의 깨끗한 서양화 같은 선생의 일제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높은 시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선생의 시 중에서 가장 낭만적이라서 모든 국민이 사랑하게 되는 ‘국민 시‘인 것이다. 일제감옥을 17번이나 왔다 갔다 하시며 1944년 1월 살을 에이는 추운 겨울에 일제 베이징 감옥에서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조국광복)‘을 기다리며 만40세에 장렬히 순국하시는 모습이 떠오를 때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우리 공직자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모든 공무원들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청포도’ 시를 외웠으면 하는 이유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오면서 장관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등 곤욕을 치르는데 통과되더라도 선생의 애국적인 삶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한 선생의 사변적 명수필 「계절의 오행」에서 ‘죽음의 세계를 생각할 때마다 환희에 불탄다’ 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를 형상화한 시가 ‘절정’ 이 아닌가한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일제 현실과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불굴의 영혼을 가진 선생의 내면 풍경이 절절히 느껴진다.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을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라고 표현하며 고통과 시련을 암시하는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선’ 한계상황을 그린다. 여기에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라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희망을 볼 수 있는 의지적 인간 육사의 삶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선생께서 우리 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남겨준 마지막 시 ‘광야’에서는 태초의 천지창조의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혼자서라도 외치는 ‘가난한 노래’(독립만세 등)의 씨를 뿌리면 천년 뒤에라도 ‘초인’ 이 나타나 이어갈 것이라고 절규하고 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서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 뒤에 백마 타고 찾아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우리는 이러한 ‘국민 시’들을 외워야한다. 공직자는 물론 일반 시민까지도 외워서 입에 붙이고 다닐 때 우리사회는 진정한 선진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행 헌법 총강 마지막 조문 제9조 ‘문화국가원리’와 백범 김구 선생의 간절한 염원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최고의 문화국가’실현의 구체적 실천 전략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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