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9) -대동법(大同法)과 생활개혁(生活改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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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9) -대동법(大同法)과 생활개혁(生活改革)
  • 강신업
  • 승인 2017.07.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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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개혁은 쉽지 않다. 역사 이래 개혁은 늘 추구되었으나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조선시대 대동법 시행 과정은 기득권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잘 보여준다.

대동법(大同法)은 공납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조세제도였다. 공납(貢納)은 각 민호마다 토산물을 현물로 내는 세금제도다. 가구를 기준으로 지방특산물을 내도록 했기 때문에 토지가 전혀 없는 사람마저 징세의 대상이 되었다. 게다가 특산물을 매점매석하여 폭리를 취하는 자들이 많아지면서 가난한 백성들은 공납을 부담하기 위해 가산을 탕진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농민들이 더 이상 수탈을 견디지 못하고 정착지를 떠나 유랑하는 등 그 폐단은 형용하기 어려웠다.

대동법은 공납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세금을 오직 쌀로만 내게 한 제도다. 백성들이 소유한 토지 면적에 비례해서 부과한다.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대지주들의 반대로 시행이 되지 못하다가 광해군(光海君)이 집권하고서야 경기도에서 부분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토지를 다수 보유한 양반 세력 등의 반대로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데는 무려 100년이 걸렸다. 이렇게 도입이 더뎠던 데는 비단 대지주뿐 아니라 공물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는 상인이나 또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서 배를 불려온 아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이익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동법 시행에 일생을 바친 이가 김육(金堉, 1580~1658)이다. 대동법은 토지를 많이 갖고 있었던 삼남지방의 부호들, 공납에서 이권을 챙기는 아전들 그리고 공납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장사치들까지 모두가 반대했기 때문에 그 확대 시행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 때 김육은 “삼남지방에는 부호가 많은데, 그들은 대동법의 시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에서 법령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가난한 백성들의 바람을 따라야 합니다. 어찌 부호들이 꺼린다고 백성들에게 편리한 법을 시행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왕에게 고하면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대동법 도입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것이 백성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동법은 조세의 품목과 절차를 간소화해서 세금 징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패 발생의 여지를 근본적으로 제거했다. 그리고 그 혜택은 조선 백성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대동법은 백성들의 삶의 고통을 덜어주는 백성구제 개혁이었던 것이다.

국민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별로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개혁을 격렬하게 요구하던 국민들도 그로 인해 개인의 생활이 더 나아지거나 사회가 더 정의로워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면 바로 등을 돌린다. 때문에 개혁은 먼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그 성과를 국민 누구나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이 없는 이념개혁을 앞자리에 내세울 경우 국민들은 곧바로 피로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피로감이 쌓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여론이 돌아선다. 모든 국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제개혁이나 교육개혁이 정치개혁이나 이념개혁에 비해 결코 하위개념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와 역사가 이를 원했기 때문이다. 제도가 아무리 이상적인 것이라 해도 시대와 공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때문에 오늘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이 시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잘 살펴야 한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는 반대세력들의 반감을 사고 개혁동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진정한 제도개혁은 행정절차의 단순화와 행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자의적 해석을 금지하는 것임을 대동법은 잘 보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영원한 숙제는 ‘삶’이다. 결국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생활이다. 개혁의 목적은 결국 국민구제다. 성공한 생활개혁으로 조선엔 대동법이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생활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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