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과 변호인들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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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과 변호인들의 태도
  • 오시영
  • 승인 2017.06.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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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매주 4일씩 열리고 있다. 쉬지 않고 계속적으로 열리고 있는 공판절차로 인해 재판부와 검찰 및 변호인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도 거의 초주검 상태나 다를 바 없겠다는 측은지심조차 든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악조건과 시간, 의식의 황폐화를 경험해 본 적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서는 피고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고 재판에 임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 몇 가지 특이한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피고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절차에 대해 철저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고인은 자신의 유죄 및 형량의 과다함을 막기 위하여 변론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별 독립 사건별 또는 증인별 공판절차를 마친 후 재판부가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여전히 침묵을 지키거나 “다음 기회에 하겠다.”라는 짤막한 한 문장을 반복해 읊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5년 전쯤 본란을 통해 “박근혜 의원, ‘다음에 하시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칼럼의 기본적 내용은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자나 의원들의 현안에 대한 질문사항에 대해 하는 대답이라는 것이 언제나 “다음에...”라는 대답 없는 메아리현상에 대해 정치지도자로서, 특히 당시 새나라당 18대 대통령 후보로 거의 지명된 바나 다름없던 신분의 정치지도자로서 “어떻게 현안에 대한 알맹이 있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결국 탄핵과정과 형사재판과정을 통해 그러한 결정과 답변을 할 수 있는 총체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말았지만) 다음에...”라고 미루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에...”라는 것은 정치인의 약속이기 때문에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그 다음이 왔을 때 분명히 답변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데, 내 기억에는 제대로 된 답변, 즉 “다음에 답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다음에...”라는 대답은 그녀의 마지막 대답이자 알맹이 없는 대답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음에...” 현상은 최순실 게이트가 최초 터졌을 때인 지난 해 10월 25일 제1차 대국민사과과정에서도 나타났고, 11월 4일 제2차 대국민담화(사과)과정에서도 똑 같이 나타났다. 특히 제2차 대국민사과과정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밝힌 후 기자단을 향해 몇 걸음 걸어가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다음에...” 별도의 의견을 밝힐 것처럼 “다음에...”라고 말을 하기도 하였지만 역시 그 다음은 없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본부가 차려졌을 때도 “다음에 수사를 받겠다.”고 다음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박영수특별검사팀의 수사과정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현실을 회피하는 “다음에...” 현상이 급기야 자신에 대한 열여덟 가지 형사피의사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조차 재판장이 “할 말이 있거나 질문할 사항이 있으면 하라.”는 친절(“?)한 배려에도 역시 ”다음에...“ 하겠다는 답변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형사재판절차에서 “다음이라는 기회”는 쉽게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증인이 증언을 마쳤으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나 정확하지 않거나 옳지 않은 사실이 변호인 등에 의해 거론되면 즉시 “경정권(更正權)”을 행사하여 바로 잡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조서가 잘못 작성될 경우 지체 없이 이를 수정 요구하여야 한다. 재판조서는 그 자체가 법정 증거력(물론 형식적 내용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것이지만, 실질적 내용도 그 다음 공판기일에 즉각적인 수정 요구가 없으면 그 실질적 기재 내용도 사실로 인정될 여지, 즉 진실하다는 상당한 추정력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이 인정되는 고도의 증거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녀의 대답은 언제나 “다음에...”라는 것이니 이런 경우를 세상에서는 “버스 떠난 뒤에 손드는 격”이라고들 말한다. 배 떠난 뒤에 아무리 손을 흔들든 떠나버린 배가 되돌아오지 않는 이치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법률적 관점에서만 보면 대통령 재직 중 범한 범죄사실에 대한 형사재판이다. 그렇지만 탄핵정국과 맞물려 정치적 관점이 보태지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공직자에 대한 정치재판적 성격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모든 변호인들의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철저하게 “형사재판”을 전제로 한 변호에 올인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변론자세가 물론 일면으로는 타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형사재판만을 전제로 한 듯한 재판진행을 하다 보니 한 주일에 네 번이나 공판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강행군재판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즉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심 재판 최장기간인 6개월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구속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은 기본적으로 구속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 다만 재판이 길어질 경우 2회에 걸쳐 각 2개월씩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최장 6개월까지 재판을 연장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도 역시 최장 6개월,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역시 최장 6개월 해서, 구속 피고인에 대한 재판은 3심절차를 밟다 보면 최장 1년 6개월까지 구속할 수 있다. 구속 6개월을 초과하여 석방된 이가 바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이다. 아직 그녀에 대한 선고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구속 피고인이 6개월을 경과하여 석방된 것이다. 이는 재판부가 그녀에 대한 재판을 어쩌면 집행유예 선고를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볼 뿐이다. 만일 집행유예 없는 실형을 선고할 재판부의 의도였다면 이미 재판관계가 끝나 사실관계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선고하여 구속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선고를 보류한 채(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하겠다는 핑계로) 석방한 것은 그 동안 수사과정에 적극 협조한 공(?) 등을 고려하여 집행유예 등의 선처를 할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영하 변호사 등은 이런 형사소송법을 선용(?)하여 1심 재판을 6개월 이상 끌고 감으로써, 구속 피고인인 박근혜 대통령이 장시호 피고인처럼 석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추측케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 재판부는 열여덟 가지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가 드러난 한 가지 범죄사실에 대하여 판결을 선고할 수 있고(실무에서 재판이 6개월까지 연장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그런 일부판결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 선고된 판결을 통해 구속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선고된 형량에 의한 형집행으로 선고된 기간만큼 아무런 제한 없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재판부도 그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정치적 결단에 의해 석방되지 않는 한 단지 1심 재판기간이 6개월 경과되었다는 단순논리에 의해 박근혜 피고인을 석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유영하 변호사 등이 의도하는 1심 재판기일 끌기 작전은 실패로 끝날 개연성이 아주 높다.

둘째, 형사재판이 본질이고,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곁다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결국 수감생활의 종료는 정치적 결단에 의해 가석방되거나 사면될 개연성이 아주 높다. 국민들 중에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을 주장하며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석방이나 사면, 복권 등의 정치적 결단이나 특혜(?)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정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그녀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현 정권이나 다음 정권에서 결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녀의 변호인들로서는 이러한 상황도 면밀히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법률가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선고될 형량은 상당한 장기형일 수밖에 없다. 뇌물죄가 인정된다면 최장 무기징역형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법원이 감경사유 등을 인정하여 어느 정도 형량을 감하더라도 결국 장기형일 수밖에 없다. 직접 뇌물죄가 아닌 제3자뇌물죄가 성립하거나, 아니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강요받았다고 증언할 경우 공갈죄 등으로 처벌받더라도 그 형량은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증언이 채택되어 공갈죄가 성립되거나 채택되지 않아 뇌물죄가 성립되는 어느 경우에도 그 형량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구속을 전제로 한 정치적 사면을 받을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변론권행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어떠한 변론을 하든 그것은 해당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판이 자주 열리는 현재의 상황에서 당사자인 피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른다거나, 다음에...”로 일관하고 있고, 따라서 변호인들이 아무리 변론에 최선을 다 한다 하더라도 무죄 판결을 받아 내거나 형량의 급격한 축소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사건이 너무 중대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예상이 맞다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동의하거나 하지 않거나 간에 정치권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언젠가는 사면되거나 복권될 것이다. 수백명의 국민을 학살하고 대통령 권좌에 올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그 뒤를 이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국민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면이 단행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극심하여 대통령 파면이라는 탄핵에 이르렀지만, 그녀의 범죄 사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에 비하면 오히려 조족지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정치적 결단에 의해 사면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개연성이 아주 크다. 그렇다면 유영하 변호사 등은 이렇게 진실(?)을 밝혀 무죄판결을 받겠다고 일주일에 네 차례에 걸친 공판 진행을 강행할 필요성이 있는지, 끝없이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또는 참고인 진술조서 등을 부인하며 수백 명의 증인을 법대에 세워 증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려고 하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에...”가 정말 다음이 없는 다음으로 그칠지 아니면, 정말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단 한 번의 다음이 있을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단 한 번의 다음이 도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게 시대정신이고, 대한민국의 국운이다. 강행되는 공판기일에 진이 빠질 때로 빠져버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거의 멘붕상태일 것이다. 법정에서 재판부와 변호인, 검사와 증인 사이에 오가는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음에...”였던 그녀였기 때문에 “오늘 법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깊이 인식하고 있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식하고 있다면 현재와 같은 “다음에 변론하겠다...”라는 말도 되지 않는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재판정에 앉아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고, 허공을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였다. 1968년 김신조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사건 이후 50년 동안 폐쇄되었던 청와대 앞길이 열렸다. 이처럼 막힘에서 뚫림으로, 불통에서 소통으로 나아가는 것이 살 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측 변호인들도 현 재판 정국을 계속 막힘 상태에서 진행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뚫림 상태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길에 올랐다. THAAD 배치에서부터 북한의 핵문제에서 비롯된 대북제재, 전시작전권 회수 문제,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국익을 챙기며, 한미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고 돈독히 하면서,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전기를 마련할 것인지 등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력을 진정 보여줄 때라고 하겠다. 국민의 지지를 전제로 세계국가의 일원으로서의 현명한 외교 협상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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