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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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세상
  • 오시영
  • 승인 2017.05.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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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이 지구는 사람이 사는 유일한 공간이다. 과학자들은 사람이 사는 또 다른 태양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을 하지만, 아직 지구 이외에 구체적으로 밝혀진 별들은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유일하게 인간이 존재하는 공간, 지구를 하나님이 축복 중에 만들었다고 성경 창세기는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의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우주를 지으셨고, 지상의 동물과 물속의 생명체와 하늘의 새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사람만은 유일하게 하나님께서 마치 조각가처럼 직접 빚은 뒤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창조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하나님께서 자신을 닮은 형상으로 빚었다고 한다. 착한 하나님은 처음에 남자 아담을 지으셨으나, 남자 혼자 외로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여자 이브를 남자의 갈비뼈 중에서 하나를 뽑은 뒤 다시 흙을 덧입혀 지으시고 역시 생기를 불어 넣어 지으신 후 아담과 이브를 부부 되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른 생명체들은 하나님의 말씀만으로 빚어졌으나, 사람만은 흙으로 손수 모양을 만들고 생기를 불어 넣는 수고 끝에 창조된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사람을 향해 생육하고 번성하며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지배할 수 있다는 특혜를 베풀었다고 창세기는 기록하고 있다. 아담이 이브를 사랑하게 하고, 이브가 아담을 사랑하게 하여,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게 하고자 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문화국가에서 사람은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세상 모든 것들은 사람을 아주 소중하게 여긴다. 그런데 유일하게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사람이 그렇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세상을 참으로 오랜 세월 참고 살아와야 했다. 몇 몇 사람이 세상의 상당수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그 부와 권력을 남용하며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겁박하고 무시하는 세상을 만들어왔던 것이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고자 저항해야 했고, 피 흘려야 했고, 고통당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 사람의 존재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며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쪽문을 열고, 대로를 열고, 그 길을 걷게 하고 있다. 촛불의 힘이 모여 그 한 사람을 세우고, 그 한 사람이 촛불의 뜻을 솔선수범하여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당연히 촛불민심이 그 뒤를 받치고 따라가고 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상호상생의 선순환구조의 위대한 힘을 깨닫게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배우고 있다. “아, 이게 사람사는 세상이구나!”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던 이들이 여기저기에서 겁을 먹기 시작한 듯하다. 아예 세상의 변화가 무서워 숨어버리는 자도 있고,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먼저 앞서서 옛 것을 벗어버리고 새 것인 양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 숨는 자들이든 포장하는 자들이든 겁을 먹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예전에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던 이들은 세상변화에 저항하며 사람을 사람으로 보려던 이들을 좌절시키고 무력화시키고 다시 세상을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어둠의 세상으로 끌어내리는데 수없이 많은 성공을 거두어왔다. 그러기에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런 어둠의 세상을 꿈꾸며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 까닭에 사람을 사람으로 보려고 하는 이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세상으로 세상을 환원시키려 책동하는 어둠의 사람들을 계속하여 주시하고, 그 행동반경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곳곳에서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고, 휘날리지 않는 깃발을 휘날리고, 길목마다 올바른 이정표를 들고 서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제1호 업무지시사항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하였다. 자신의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하고 매일매일 일자리문제를 챙기겠다고 선포하였다.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하여 수없는 기업들이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 빠르게 문 대통령의 뜻을 따르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될 수밖에 없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필자는 그 동안 “비정규직”은 “일시적”이어야 하고 “고임금”이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왜냐하면 “상시적”인 일자리라면 “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일을 시키는데 어떻게 비정규직 종업원을 낮은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비정규직”은 “단기간”에 “추가인력”이 필요한 예외적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채용하여야 하고, 그런 특수한 경우라면 “고임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해서라도 고용해야하기 때문에 고임금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여태까지 이러한 당연한 원칙은 무시되었고, 비정규직은 상시, 저임금, 고강도노동에 내몰리며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단지 하나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미국경제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동지를 착취하지만 공산주의에서는 동지가 인간을 착취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한 문장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본으로 노동력을 통제하는 자본주의나 노동으로 자본을 통제하는 공산주의나 그 핵심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빠지면 착취만 남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업의 소유자나 경영자도 사람이고, 종업원도 사람이다. 결국 자본주의가 되었든 공산주의가 되었든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무너지자 거기에는 동지도 없고 사람도 없고, 오직 착취만 남아 “내 배 부르고 등 따뜻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사회불평등문제가 심화되어왔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그의 정책의지는 확고한 듯하지만, 문제는 실천동력이다. 촛불민심에 놀란 자본가들이, 재벌기업들이 잠시 엉거주춤하고 있고, 촛불민심을 거스르지 못하는 보수언론들이 제정신을 못차리고 있지만, 호시탐탐 반격의 틈을 노리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기득권세력의 반격이 시작될지 모른다.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세상이치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지금 형국을 단순하게 나타내자면 표현이 그렇다는 것이다. 여전히 기득권층의 자기 보호벽은 높고 단단하다. 특히 언론과 방송이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감사에 들어갔다. 반대도 많고 말도 많았던 4대강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으로 포장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를 정책적으로 타당한 결정이었는지 심도 높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벌써 네 번째 감사원 감사이다. 지난 세 번째까지의 감사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책임면피용”으로 실시된 것이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의지나 실천적 조사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4대강 살리기라며 앞장서서 국민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의도적 지식팔이 거짓 학자와 연구자”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연구를 수주 받거나 높은 자리를 보장받으며 호의호식했던 이들, 사적인 이익을 얻어온 이들이야말로 타락한 정권에 대한 부역자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자였으므로, 그들이 호의호식했던 것 이상으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사람은 항시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끊어진 시간이 아니라 영속적인 역사를 생각해야 한다. 시간을 의식하는 자는 잘못된 길을 걷지 않는다. 잘못된 길을 걷다가도 올바른 길로 되돌아오는 지혜가 있다. 그리스 철학자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을 짧게 쪼개면 “정지된 지금”만이 존재한다며 정지된 무한한 지금이 모여 시간이 된다는 제논의 역설을 주장한 바 있다. 제논의 역설에 몰두하다 보면 “아주 짧은 정지된 지금”만이 시간 속에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제논의 역설에 함몰된 단견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면 역사는 사라지게 되고,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불완전 인간들만이 존재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였다. 김정배 위원장은 2015년 3월에 취임하여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국정교과서 편찬”에 전력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중고교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하나만으로 역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국정교과서 편찬에 열을 올렸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제2호 업무지시로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하자 지난 17일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고 물러난 것이다. 1977년 고려대학교 역사교수로 임용된 후 40년 동안 대한민국 역사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쳐왔던 그가 역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진정한 학자였다면 청소년들에게 단 하나의 역사 가치만을 가르치겠다며 국정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는 잘못된 선택을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논의 역설에 함몰된 그는 결국 자신의 역사에 “사람”이 없는 노추만을 보였다고 할 것이다. 불과 2년 뒤를 예측하지 못하는 40년 경력의 역사학자,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뿐만 아니라 박명진 문화예술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역시 사표를 내었다. 문화와 영화계에서 블랙리스트를 집행하며 박근혜 정권에 몸담았던 이들이 스스로 물러났다. 이렇게 스스로 물러나는 이들은 그나마 마지막 최후의 염치라도 가지고 있는 자들이지만, 대부분의 부역자들은 생쥐새끼마냥 더욱 더 깊숙이 쥐구멍으로 숨어들고 있다. 아예 두더지가 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빛은 더욱 밝아질 것이기에 숨으면 숨을수록 머리카락이 보이고, 발뒤꿈치가 보이게 되고 말 것이다.

5월 23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다.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수갑을 찬 수인번호 503호의 그녀가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 출석하는 시간,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수많은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를 하나 꼽으라면 “사람의 있음과 없음”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소중하다며 약한 자의 인권을 위해 인권변호사로 투쟁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람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기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편을 가르고, 국정역사교과서를 만들어 사람의 정신까지 통제하겠다고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차이는 결국 국민, 즉 사람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가치가 극명하게 달랐다고 할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틈새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출발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저서에서도 밝힌바 있지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수없이 밝힌바 있다. 세월호 유가족을 안아주고, 5·18피해자가족을 안아주고, 어린 초등학생과 눈을 마주치고자 무릎을 꿇는다. 그에게서 사람 냄새가 난다. 포장된 가식의 썩은 냄새가 아니라, 노출된 진심의 맑은 냄새가 난다. 국민들 87%가 대통령직 수행을 잘 할 것 같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3일 “허니문을 즐기는 한국의 문바마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미국 국민에게 인기가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합성어로 표현하였다.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을 갖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는 한 번의 실수로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정책과 협치를 통해 자신의 정책이 임기 내내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더욱더 자신을 채찍질해야 할 것이다.

원래 마음밭이 선한 사람이기에, 지난 60여년의 삶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사람이 변하지 않으리라 믿지만,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타 있는 형국이라 언제 어디서 바람이 불어와 나무를 흔들지 모르니 더욱 정진하라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세상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도록 국민들은 더욱 깨워 지혜로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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