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지난 17일 기자는 노량진 수험가를 찾았다. 법률저널 창간 19주년을 맞아 노량진 수험가 심층취재 기사를 쓰고자 함이었다. 간만에 둘러본 노량진 수험가 거리는 예나 다를 바 없이 수험생들로 붐볐고, 학원도 수강생들로 북적였다.
최근 노량진 수험가가 수험생이 없어서 불황이네 어쩌네 하지만 막상 현지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특별히 그런 건 아니란다. 요즘 인강 듣는 수험생들이 늘어 노량진 수험가 전성기 시절인 10년 전보다야 못하지만 그렇다고 수험생 유동인구가 확 줄어든 건 아니라는 것. 다만 수강생 호응을 많이 얻고 있는 1위 학원이 거의 휩쓸다시피 하고 있고 독점현상이 생겨 소위 장사가 잘 안 되는 학원들은 수험생이 노량진에 많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1위 학원의 독점에 대해 한 서점 관계자는 “학원에서 책도 할인된 가격으로 팔고 있어서 서점에 있는 책이 잘 안 팔리기도 한다. 기존보다 잘 안 팔리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팔린 책을 보면 1위 학원에 있는 강사들의 책이다”고 귀띔했다. 못해도 본전,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학원의 독점현상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할 순 없다. 잘나가는 학원, 강사를 비방하지 말고 다른 강사, 학원들도 그들을 따라가거나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워낙 1위 학원의 파워가 강하다보니 다른 강사나 학원에서 지레 포기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1위 학원의 책만 보더라도 디자인이나 내용 구성면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른 강사나 학원에서도 부단히 노력을 해서 편중화 된 이런 수험가 분위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설명인 것이다. 기자도 그의 말에 공감하며 노량진 수험가가 선의의 경쟁으로 윈윈하는 모습이 있었음 하는 바람을 내기도 했다. 여하튼 노량진 수험가는 이전과 같이 인지도 1위 학원의 독주가 여전하다는 걸 기자는 알 수 있었다.
기자가 노량진 수험가를 간 이유는 단순히 어떤 학원이 잘나가는지 그런 수험가 분위기를 체크하러 간 건 아니었다.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무슨 반응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러 간 게 목적이었던 것이다. 공무원 증원을 공약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고 창간 심층기사를 쓰고자 겸사겸사 수험가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려던 것이었다. 이미 기사에서도 썼듯이 공무원 증원에 대해 학원이나 수험생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기대는 있을지 몰라도 모두가 최소한 붕 떠 있는 그런 마인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기자는 사실 공무원 증원을 공약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니 얼마나 좋겠냐 했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또 그것만 가지고 투표를 했거나 증원이 된다고 해서 그게 당장 자신의 마음을 뒤바꿔놓는다거나 하는 그런 미성숙한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기자의 예상을 뒤집어놓은 결과였다.
수험생이 바라는 건 공무원 증원보다 채용 제도 변화에 대한 확실성이었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바라는 건 조정점수제 폐지다. 이명박 정부가 공무원 9급 시험에 선택과목을 도입하고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수능과 같이 조정점수를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를 다시 그 전대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래대로 필수 5과목을 치르거나, 아니면 계속해 논의되어 오고 있는 선택과목 중 1과목은 전문과목을 필수로 택하는 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험생 편의나 공무원 전문성 등을 위해 이 공무원시험 선택과목을 빨리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게 수험관계자 및 수험생들의 생각이다. 또 지방직 7급도 국가직과 같이 영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7급 과목은 필수 7과목이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올해부터 국가직 7급 영어과목은 토익 등 능력시험으로 대체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이로 인해 응시자들은 시험장에서 영어를 제외한 6과목만 보면 된다. 국가직 7급 영어는 대체됐지만 지방직 7급은 현행을 유지하고 있다. 대체 없이 필수 7과목 그대로 치르는 것.
국가직 7급을 보는 수험생 다수가 지방직 7급도 같이 준비하고 있는 데, 국가직 7급 영어가 능력시험으로 대체됨에 따라 두 시험 모두 준비하는 7급 수험생들은 토익 그리고 7급 영어를 또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는 게 수험 관계자의 말이다. 7급은 과목수도 많고 난이도도 높아 안 그래도 수험생들이 공부하는데 부담을 갖는데 영어까지 국가직, 지방직 따로 나뉘어져 있어 더 부담을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험가는 새 정부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공무원 시험 채용 제도로 9급 시험 선택과목 폐지 및 조정, 7급 시험 영어대체 일원화 등을 꼽고 있었다. 모두 시험과목 변화에 대한 것이다. 수험생, 수험가에서는 시험과목 개편 관련 뭐라도 빨리 윤곽이 나와야 대비를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적잖게 답답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열흘밖에 안 지났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과목 개편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일반인들은 모르는 이면에 얽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누가 뚝딱 결정내고 공표할 사안은 아니다.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시간이 없다. 새 정부가 할 일이 산적해 있겠지만 60만 수험생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시험과목 개편에 대한 논의,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