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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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1)
  • 박준연
  • 승인 2017.05.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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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주니어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의 덕목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일로 헤맬 때도 많지만 결코 주니어 변호사로 불릴 수 없는 연차가 되고 보니, 함께 일하는 1,2년차 변호사들의 일하는 모습과 내가 그맘때 일하던 모습을 비교해보고,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1,2년차 로펌 변호사로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측면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개인적인 업무 경험과 선배 변호사들로부터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몇 가지를 써 보고 싶다.

예전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HR 디렉터인 T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로펌, 특히 규모가 큰 로펌에서는 로스쿨 졸업후 갓 채용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업무 분야 미 배정 (unassigned)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로펌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어떤 분야에서 일할지 굳은 결심이 선 새내기 변호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드물게는 몇 년 동안 한 분야 업무를 담당하다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업무 분야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많은 대형 로펌에서는 특정 기간, 대개 1년동안 분야를 특정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여러 업무 분야를 경험하게 한 후, 변호사 본인의 희망과 회사의 업무 수요 등을 고려하여 변호사의 소속 부서(department)를 정하도록 한다.

예전 회사도 지금 회사도 이 제도가 있다. 예전 회사에서 부서 미 소속 변호사로 일할 때는 HR 담당으로 변호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 T가 이 제도의 운영을 담당했다. 신입 변호사들에게 업무를 맡기고자 하는 변호사들의 요청을 받아, 업무량과 다른 사정 등을 고려하여 신입 변호사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다. T가 전해준 이야기는, 내가 최근에 맡아 한 일의 담당 파트너(내가 일하던 뉴욕 오피스가 아닌 다른 오피스 근무)가 내가 열심히 일한 것, 다른 팀원들 일까지 기꺼이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서 이 피드백을 꼭 전해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1,2년차 변호사가 법리에 대한 이해나 안건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짧은 업무 경험으로 그런 여지에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주니어 변호사가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열심히, 또 기꺼이 일하는 태도라고들 한다. 특히 많은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이 함께 일하는 큰 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이 있을 때 먼저 손을 드는 신입 변호사, 질문을 하면 신속하게 답(이메일)을 하는 신입 변호사이다. 대단히 심오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 본성이 그렇다. 내가 선배의 입장이 되어서 다른 동료들과 칭찬하는 신입 변호사들도, 즐겁게 열심히 일하면서 유머감각도 있는 변호사들이다.

또 지금 회사로 옮겨오고 난 후에는 한 파트너 변호사로부터 우리말로 옮기면 의미가 완벽하게 통하지 않는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요컨대, 너는 나를 근사하게 보이도록 한다(you make me look great)는 이야기였는데, 클라이언트가 급하다며 보낸 질문을 이 파트너 변호사가 토요일 오후 시간에 나에게 보냈고, 마침 다른 일을 하고 있던 나는 급한 일인가 싶어서 바로 그 이메일에 답을 했다. 그 이메일에 대한 답장에 이 칭찬이 들어있었다. 파트너 개인이라는 표현에 저항감이 있다면 이 부분을 팀에 대한 기여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주니어 변호사가 클라이언트와 직접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중요한 의사소통의 대부분이 클라이언트와 파트너 변호사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도와주는 것은 해당 파트너 변호사들, 또 팀 전체, 나아가 당연히 클라이언트를 돕는 일이다. 따라서 주어진 일을 충분히 생각해서. 또 적절한 타이밍에 처리하는 것은 주니어 변호사뿐만 아니고 변호사들 전체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주니어 변호사의 경우 클라이언트와의 직접 의사소통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선배 변호사들의 업무 이메일의 행간을 읽어 업무를 대처하면 선배 변호사들의 신뢰는 커지게 된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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