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48 / 소유자추천제도의 민낯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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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48 / 소유자추천제도의 민낯 (1)
  • 이용훈
  • 승인 2017.05.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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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3’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3권 분립에 등장하는 ‘3’은 견제와 균형을 뜻한다. 작가, 방송인 어느 누구도 균형 잡힌 팀플레이를 사각편대, 오각편대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3각 편대는 이 때도 균형과 조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법정도 3인 체제로 볼 수 있다. 치열하게 법리다툼을 하는 검사와 변호사, 그 중간에서 사실관계 확인, 양심에 의한 판단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죄의 경중을 판단하는 판사로 구성된다.

중학생이 된 큰 딸의 교우문제로 아내가 딸과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됐다. 끼리끼리 뭉쳐 다니는 그녀들의 모임은 딸을 포함해 3명이었다. 둘이 짝짓고 나면 한 명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딸도 소외감을 느끼는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둘째 딸은 또 그게 아니었다. 이들도 3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카리스마 넘치는 둘째 딸이 중심을 잡고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잘 이끈다는 것이다.

‘3’이라는 숫자 그리고 3인 구성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한 이유는, 공익사업에 의한 보상금 또는 공익사업으로 의제되는 사업으로 인해 토지등 소유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손실보상금 또한 현재 3인 체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번의 보상평가에서 최초 ‘협의보상평가’에만 해당된다. 이는 보상금을 줘야 할 자와 받아야 할 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제 3자인 감정평가사가 제안하는 적정 보상금 결정과 관련된 평가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2인 체제의 수용재결과 이의재결평가, 그리고 1인 체제의 보상금증감청구소송으로 이어진다.

3권 분립 제도 하에서 사법, 행정, 입법부는 각 고유의 업무영역과 역할을 갖는다. 자기 부(部)를 대변하는 주장만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각자 해야 할 일을 나눠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권력의 집중을 막고 견제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반면, 협의보상금 결정의 3인 체제는 3곳에서 각각 보상평가자를 추천함으로써 애초에 불협화음의 불씨를 심었다. 3곳 중 한 곳이야 당연히 이 사업을 시행하는 자다. 돈 줄 자가 추천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머지 2곳은 사업구역이 소재하는 지역의 시ㆍ도지사 그리고 토지소유자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28조 1항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보상계획을 공고할 때에는 시·도지사와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공고하고, 보상 대상 토지가 소재하는 시·도의 시·도지사와 토지소유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보상계획이 공고된 것을 확인하고 또 사업시행자에게서 통지까지 받은 시·도지사와 토지소유자는 보상계획의 열람기간 만료일부터 30일 이내에 사업시행자에게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할 수 있다. 아무래도 시·도지사가 추천할 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감정평가 수행능력, 소속 감정평가사의 수, 감정평가 실적, 징계 여부 등’을 고려하여 추천 대상 집단을 추려서는, ‘추천대상 집단 중에서 추첨 등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따르도록 했으며, 추천대상 집단과 추천 과정은 투명하게 이해당사자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또 보상 대상 토지가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관계 시·도지사가 협의하여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하도록 하는 단서 조항도 있다.

반면, 토지소유자 몫의 추천권 행사에 대해서는 규제사항이 없다. 추천권 행사를 위해서는 보상 대상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와 보상 대상 토지의 토지소유자 총수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며, 추천은 감정평가업자 1명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는 규정뿐이다. 사실, 땅 주인에게 어떤 식으로 추천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들에게 가장 협조적인 사람을 물색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나를 추천하시오’ 또는 ‘나에게 일을 맡겨 주시오’ 라고 외치면서, 토지소유자들로부터 추천받기를 원하는 감정평가업자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소유자추천제의 민낯을 보면, 요즘 그렇게 홍조가 짙어졌다. 이쯤 되면 부끄럽고 먹먹하기는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좀 들춰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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