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대선을 앞두고 우리, 토론 한 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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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대선을 앞두고 우리, 토론 한 번 하자
  • 오시영
  • 승인 2017.05.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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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느 한 순간인들 선택을 벗어날 수 없다. 운명적으로 선택이 아닌, 바뀔 수 없는 숙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숙명조차도 세밀히 들여다보면 역시 선택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지만, 올바른 선택의 기준이 선택자의 주관에 의존하는 것이기에 어찌 보면 객관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선택자에게는 올바른 선택일지 몰라도, 그러한 선택은 선택자 자신에게만 올바를 뿐 타인 또는 전체를 위해서는 올바른 선택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2,500년 전 플라톤은 민주정체가 어리석은 군중에 의한 중우정치로 바뀔 우려가 있기에 오히려 지혜로운 한 사람의 철인정체가 더욱 나은 정체일 수도 있다고 설파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중우정체의 모델이 히틀러의 나치즘이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3선 개헌 또는 유신체제에 의한 독재정권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5공 정권 역시 군사정변을 일으킨 독재자를, 국민을 수백 명 총칼로 살해한 자를 대통령으로 뽑았으니 이 역시 중우정치의 한 단면이 아니겠는가?

국민은 언제나 지혜로운가? 아니면 어리석은가? 국민, 아니 모든 사람은 지혜로움과 어리석음을 오간다. 지혜와 우매의 판단 기준은 정보의 정확한 입력이 전제되어야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은 개인의 탐욕이 올바른 정보의 유익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제19대 대통령 사전투표가 실시되었다. 예전 선거에 비해 사전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하지만, 아직 사전 투표가 종료되지 않았기에 정확한 투표율을 알 수는 없다.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탄핵 정국으로 빚어진 부패한 국가의 대개조”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집회라는 집단지성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킨 후 합헌적, 합법적 절차에 따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부정부패 동조세력이었거나 방조세력이었던 집단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까닭은 객관적 올바름에 기초하지 않고, 주관적 이익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논쟁은 수천 년 인류 역사 속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존재했던 현상이고, 히틀러와 무솔리니로 상징되는,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상징되는 독재자를 국민투표로 뽑은 현대사가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도 앞으로 며칠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져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국정원의 선거개입, 인터넷에서의 여론 조작 등 수많은 부정선거, 관권선거의 개입으로 선거결과가 왜곡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국민이 가장 깨어 있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와 무능이 빚어낸 탄핵 정국이, 활활 타오른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이 서로 이질적인 것 같지만, 본질은 “애국애족의 정의실현”이라는 추구가치에서는 동일한 것이기에, 이러한 외부적 충격이 모든 국민을 무지와 무심함으로부터 깨어나도록 했기 때문이다. 상호 이질적인 두 부류의 집단지성이 어떠한 결과를 빚어낼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바로 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가치를 타인에게 강제할 수 없고, 강제당하지 않는 개인의 지성이 집단지성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단지성이 상식적이지 못할 때, 시대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중우정치로 타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이번 기회를 통해 집단교육을 받았다. 그러기에 이번 대선에서는 집단지성이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폭제는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판단되어진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이다. 선택권자인 국민이 더 이상 야바위 정치꾼들에게 휘둘리거나 이용당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선거권은 직접, 보통, 평등, 비밀선거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의 고유권이지만, 선거권을 행사하기 전에 집단토론절차를 밟았으면 한다. 가족끼리 집단토론하고, 직장동료와 집단토론하고, 친구 및 이웃과 집단토론하여 주관에 치우친 중우의 가치가 아니라 객관에 기초한 지혜의 가치를 찾는 과정을 밟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옳은 가치가 무엇이며, 올바른 선거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필자도 토론을 통한 타인에 대한 설득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안다. 그리고 한 번 결심한 사람의 의사를 번복시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도 잘 안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올바른 후보자가 누구인지,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정보 공유는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 전 토론문화가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여섯 차례에 걸쳐 후보자들의 TV토론이 있었다. 이러한 후보자들의 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꾼 유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후보자들의 토론이 아니라 투표권자인 국민들의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국민들이 토론하기 위해서는 정책공약에 대한 정보획득이 필수적이다. 투표권자들은 첫째, 경제정책에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검토하면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떠한 경제정책을 수립시행하려는 것인지, 그러한 정책이 시행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이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하고, 주택 정책 등 부동산대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대기업과 하청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등등 수많은 사안에 대한 정책비교와 검증을 해야 한다. 둘째, 복지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집단지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노인 어르신에 대한 복지대책,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복지정책, 어린 영유아에 대한 지원대책, 장애인과 장기의료보호대상자에 대한 정책 등 수많은 정책에 대한 집단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국가안보대책에 대한 정책을 두고서도 유권자들이 토론해야 한다. THADD배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트럼프 미대통령의 사드배치비용 10억불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 북한과의 관계정립을 어떻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안보와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인지, 군인들의 처우는 어떻게 하고, 복무기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토론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공약 검증이 필요하다.

이처럼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후보자의 인품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결국 국가의 모든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이고, 따라서 대통령이 어떠한 인격과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의해 정책 결정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신중함과 결단력이 있는지, 수많은 사건을 접하게 될 때 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지, 무엇보다도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인품이 경망스럽지는 않는지, 시시때때로 말을 바꾸며 철학과 지조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등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이 지나치게 과격한 것은 아닌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자비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가 목적 달성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정치 가치인데도 이를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폄훼하며 오로지 목적 달성만 이루어지면 모든 가치가 실현된 것인 양 오도하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등등 후보자의 인품에 대한 국민들의 집단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가족들끼리 토론하고, 친구들끼리 토론하며, 최악부터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 그 중 가장 나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도 알지 못하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가치를 지배해 온 잘못된 선입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이번 대선 투표를 통해 우리에게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번 선거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나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나라,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치유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정부패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어온 세력, 국가의 공금을 개인 쌈짓돈 쓰듯 흥청망청 쓰며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 공직자,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공적 기관을 악용해 온 세력들은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공무원들과 결탁하여 부정한 인ㆍ허가를 받아 국가 공금을 지원받으며 기업의 이익과 단체의 이익을 추구해 온 자들도 이번 기회에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고 잘못된 가짜 정보를 양산하여 국론을 분열한 공작정치꾼들을 이번에는 걸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르고 정의롭게 살기를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비전과 꿈을 제시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제 사일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사일 후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을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지만,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이가 선택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낙선한 후보들도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했을 것이기에 여한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낙선한 실망감이나 아쉬움은 크겠지만, 새로 선출될 대통령을 도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일조하여야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제로섬게임에서 이제 벗어나 서로 다른 가치를 최대공약수로 집약해낼 수 있는 지혜를 정치지도자들이 발휘하였으면 한다. 이 세상에 100% 완전한 정치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면,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면 서로의 가치를 양보하고 정책을 조율하여 협치와 화해, 상호존중과 나눔의 정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 피해가 가장 적으면서 동시에 이익을 가장 많이 창출해 낼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여 국부를 키우고, 나눔을 키우는 현명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고 할 것이다.

모든 것은 선택이다. 선거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어야 한다. 주관적 올바름에 함몰되지 말고, 객관적 정의로움에 기초하여 이번 선거는 서로 토론하자. 후보자들의 토론이 끝났으니 이제는 유권자들이 토론하자. 간극이 벌어질 대로 벌어져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토론하고, 부모와 자식이 토론하자. 젊은 것들은 안 돼 하고 미리 선 긋거나, 부모님은 어쩔 수 없어 하고 미리 포기하지 말자. 서로 내놓고 앞으로 국가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어나갈 것인지, 우리 대한민국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어떻게 가정을 꾸리고, 주택을 장만하고, 어르신들의 노후 복지를 어떻게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토론하고 토론하자. 오래간만에 부자지간에, 조손지간에 마주앉아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하거나, 깍두기에 막걸리를 마시거나, 치킨에 맥주를 한 잔 하거나, 치즈나 땅콩에 와인을 한 잔 하면서 이번 대통령선거에 대해 서로 속내를 내어놓고 토론하자. 토론하고 토론하자. 그리하여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이 먼저 하나가 되자. 내가 이렇게 생각해 왔는데, 너는 이렇게 생각해 왔구나. 그렇다면 너와 내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니 하고 서로 상의하자. 그래서 좋은 대통령 뽑아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자.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무엇보다 인간미가 있는 대통령을 뽑아 사람이 존중받는 나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자. 쓸데없는 논쟁을 그만 멈추고 서로 협력하고 협력하자. 대한민국 만세! 나 만세! 너 만세! 우리 만세! 박수 세 번 치자, 짝짝짝. 에잇, 이왕 친 거 삼삼칠박수 한 번 하자, 짝짝짝(오른쪽으로), 짝짝짝(왼쪽으로). 짝짝짝짝짝짝짝(하늘로),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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