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9)- 보수와 진보, 그 허구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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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9)- 보수와 진보, 그 허구와 진실
  • 강신업
  • 승인 2017.05.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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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보수주의(保守主義)는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재의 제도나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를 말한다. 몇 마디 말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보수주의는 일반적으로 현재에 대한 변화를 부정하는 '보존(保存)의 원리'와 과거의 것을 현대에 이용하려는 '역행(逆行)의 원리'를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반면 진보주의(進步主義)는 보수주의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현재의 정치경제나 사회문화 또는 체제나 제도의 모순을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개혁을 통해 새롭게 바꾸려는 성향이나 태도를 일컫는다.

다만 여기서 우리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시대적ㆍ역사적 상황에 따른 상대적 개념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령 18세기 J. J. 루소 등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유럽의 절대왕정에 반발하여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진보적 개념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모순에 반발한 사회주의가 생겨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개념이 되었다.

한편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상대적이라는 말은 그것 자체가 어떤 방향성이나 특정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보수주의나 진보주의는 원칙적으로 가치중립적 개념이기 때문에 시대상황과 연결될 때야 비로소 특정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우리가 정치이념으로서의 보수와 진보를 상호 비교하여 논할 때, 우리는 이 시대 보수주의가 지키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진보주의가 추구하는 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가령 오늘날 보수주의자들은 시장에 의한 소득의 분배라는 자유주의 개념을 고수하려 드는데 비해 진보주의자들은 소득의 정치적 재분배라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또 오늘날 보수주의인 자유주의적 입장은 국가와 기업, 노동조합 등 커다란 조직에 맞서 다양성에 기초한 개인의 자유와 권익을 지키려 하는 데 반해 진보주의인 사회주의적 입장은 보다 많은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공평하게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각종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가능한 이를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19대 대선에서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후보는 경제성장을 통한 재원 마련 없이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반면 진보주의를 표방하는 후보는 복지 그 자체가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투자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다. 그런데 위 두 주장은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성장을 하면 그 혜택이 결국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 이의를 달 진보주의자는 없을 것이고, 성장도 결국은 국민 모두의 복지증진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보수주의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냐 진보냐는 사실 방향이 아닌 속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최저임금을 10,000원으로 올리는 것만 하더라도 진보주의자들은 그 시기를 전격적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보수주의자들은 우리 경제성장에 맞춰 점차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진보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이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 중점을 두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자칫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경제에 충격을 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한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 차이는 복지와 성장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지, 그리고 복지의 사회적 확대를 어느 속도로 추진해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발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때로 경쟁하고 때로 협력하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보와 보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도 없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양극단에서 마주 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방법과 속도를 달리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보수와 진보의 이념과는 하등 관계없는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의 보장이라는 문제까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틀로 끌어들여 논쟁을 벌이는 대한민국 정치는 그야말로 후진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는 진보와 보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념 논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다. 하루빨리 늪에서 벗어나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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