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로 읽는 헌법 조문(6)
상태바
신문기사로 읽는 헌법 조문(6)
  • 법률저널
  • 승인 2004.08.24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법의 이중성과 헌법수호


헌법은 국가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최상위 법규범인 동시에 여러 정치세력간에 공존을 위한 정치투쟁과 정치적 타협의 과정을 거쳐서 성립된 까닭에 다른 어느 법규범보다도 정치성이 짙다. 즉 헌법은 이중성을 띄는데 사실적 권력관계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정치세력을 규제하기도 한다. 헌법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법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정치학․사회학적 방법이 동원되어야 할 필요성도 헌법의 이런 이중성 때문이다. 최근 헌법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노무현대통령이 ꡒ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ꡓ이라고 밝힌 데 대해 지난달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ꡒ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원칙은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원칙을 의심하고 있다ꡓ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야당대표의 문제제기는 법리적으로 하등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최상위 법규범인 헌법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실제 헌법 제69조도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 및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의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체성 운운하며 최고규범인 헌법을 정쟁의 수단화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의 규범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 시점에서 국가 정체성 및 헌법 수호를 운운하는 것은 국론 분열을 조장할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헌법 수호에 관한 논쟁’이 오히려 ‘헌법의 규범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은 헌법의 이중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주는 좋은 보기가 된다.


현행 헌법도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서 여야의 의견을 절충하여 개정되었다. 즉 ‘저항권을 명문으로 규정할 것인가?’를 놓고 여야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고 결국 헌법전문에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던 예에서 보듯 현행 헌법 역시 정치적 타협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헌법 조문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제정․개정 당시의 정치적 배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문이다.


하지만 헌법이 제 정치세력의 타협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여러 정치세력을 규제하는 헌법의 ‘규범성’을 경시하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제정․개정된 헌법은 그 자체의 규범력으로 현실 정치를 규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세력들은 헌법을 존중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도 제8조 제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등 헌법은 규범성을 관철시키기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분명 헌법은 정치성을 강하게 띄고 있지만 또한 정치를 규제하는 최상위 법규범이다. 여러 정치세력들이 국가발전을 위해 헌법을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어느 정치세력이 ‘헌법 수호’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운운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반할 뿐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