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77) -어느 검찰 직원과의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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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77) -어느 검찰 직원과의 통화
  • 신종범
  • 승인 2017.04.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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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변호인으로 사건 진행상황을 문의하고자 모 검찰청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 검사실 전화번호를 알 수가 없어서 (서울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서 각급 법원, 검찰 배치표를 확인하면 전화번호를 알 수 있지만, 당시에는 검찰 인사이동 후 얼마되지 않은 시기라 배치표가 보완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청 홈페이지에서 해당 부서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이 말이 없기에 먼저 말을 시작했다. “000 검사님실 좀 부탁합니다” / “여긴 부장님실인데, 콜센터 통해서 확인하세요” / “아, 네. 홈페이지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한건데, 잘못 되어 있었나 보네요. 그런데, 홈페이지에 전화번호를 고쳐서 올려 놓으셔야 할 것 같아요” / “그건 제 업무가 아니구요, 아무튼 앞으로는 이쪽으로 전화하지 말고, 콜센터 통해서 전화하세요” / “홈페이지에 부서 전화번호가 있어서 그것 보고 전화한건데 그러면 홈페이지에 부서 전화번호를 고쳐서 올려 놓아야 사람들이 혼란이 없을 것 같은데요” / “글쎄, 홈페이지는 제 담당 업무가 아니라니까요” / “그러면, 같은 청에서 근무하시니 담당자에게 말씀 전해 주시면 될 것 같은데...” / “아니 그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앞으로는 이쪽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라며 전화를 끊는다. 어안이 벙벙했다. 봉변을 당한 느낌이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의 속마음 - ‘감히 부장님실로 전화를 걸어?’, ‘알려주면 알려준대로 할 것인지 뭔 말이 이리 많아’, ‘내 업무도 아닌데 귀찮게스리...’ - 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국방부에서 근무할 때 전화 받는 매뉴얼이 있었다. '전화벨이 3번 이상 울리기전 받는다', '전화를 받으면 먼저 소속과 이름을 밝힌다', '담당 업무가 아니면 양해를 구하고 담당자에게 연결한다', '연결이 안될시 담당자 이름과 사무실 전화번호를 안내한다', '담당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성의하게 응대하지 않는다' 등... 그리고 이러한 매뉴얼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불시점검해 각 부서별로 순위를 매겨 공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민원인에 대한 전화응대를 친절하고 성실하게 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는 이러한 매뉴얼이 없든가, 있어도 실제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필자가 통화한 검찰 직원은 한동안 지나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고, 난 그의 소속과 이름도 알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 적혀 있었지만, 해당 부서가 아닌 곳으로 전화한 덕(?)에 면박을 받아야 했고, 담당 업무가 아니라는 말을 여러번 들어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을 대하는 공직자의 자세는 아니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과 업무상 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대국민서비스가 많이 좋아져서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민원인을 대하는 공직자들의 태도도 상당히 친절해졌다. 그런데, 각 기관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어느 기관은 홈페이지가 이용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많은 정보도 공개되어 있다. 각 부서별 담당업무, 담당자, 전화번호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는 곳도 많다. 전화를 걸면 상냥하고 성실한 응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어떤 기관들은 홈페이지가 폐쇄적이고 정보는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기관에 전화를 걸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담당자와 연결이 되고 어렵게 담당자와 연결이 되더라도 성의 있는 응대를 받기가 쉽지 않다. 보통 권력기관이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는 받지 않는 곳일수록 더 그렇다. 국민들을 권한을 위임해준 주권자가 아닌 권력행사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쉽고 남용된 권한에 대한 외부적 통제는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런 곳으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기관이 검찰이다.

한 검찰 직원과의 전화 통화만으로 전체를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검찰이 권력기관 중 국민들의 신뢰가 가장 낮은 곳으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곳으로 평가 받고 있는 하나의 실례는 될 수 있을 듯하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보를 떠나 유력한 대선 후보 모두 검찰 개혁을 공약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검찰권한의 분산과 견제에 대하여는 방향을 함께 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검찰로부터도 주권자인 국민으로 당당히 대우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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