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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분의 미국 대안적 분쟁해결(ADR) 제도 (19)
문강분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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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1  13: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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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분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  
공인노무사, 법학박사 

세대간 단절과 광장의 분노, 공감으로 극복해가자.

세월호 3주기를 앞둔 지난 토요일 시청광장은 노인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법과 질서를 지켜 태극기 시민의 자부심을 보여주자”는 안내와 함께 집회가 시작되고,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 후 순국선열과 태극기 집회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에 대한 묵념도 이어졌다. 여성 사회자는 옆자리에 있는 분들과의 동지적 인사를 교환하도록 독려하면서 연대를 다지는 시간도 이어졌다.

길거리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노인들이 많이 보이고, 각종 프랭카드의 구호들이 어지럽다.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5.18. 광주금수저 웃을 때 애국 광주시민 허리 휜다,“ ”국가보안법 강화하라,“ “Mr. President Trump. We wish you pre-emptive strikes against N.Korea."라는 영문 구호까지.. 붉은 베레모에 군복까지 차려입은 참석자가 집회를 정돈하고 귀에 익은 군가와 "아아 대한민국“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며 활기찬 분이기이다.

‘애국’이라는 키워드가 핵심이기는 한데 각각의 주장들 간에 어떤 맥락적 일관성이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요즘 어린 친구들 눈에는 “꼰대” 짓이라 폄하할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스페인 작가의 “오베라는 남자”의 영화판을 본 적이 있다. 59세의 스웨던 남자 오베는 불통의 꼰대 노인이다. 국민차 볼보를 마다하고, 외제차를 샀다는 이유로 절친과 완전히 인연을 끊었고, 동네 주민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에는 이웃들과 교류를 끊은 채 마주치는 누구와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채 매일 자살만 생각하고 있다.

영화는 그의 과거를 조각 조각 보여주는 과정에서 그의 오늘을 설명해준다. 오베는 일찍 사망한 아버지에 이어 어린 나이에 철도 정비사가 되었지만 언제나 가난하고 외로운 잿빛 인생이었다. 그런데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성 ‘소냐’와의 로맨스가 시작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어엿한 중견 직장인으로서 중산층 가정을 꾸리며 인생은 장밋빛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출산을 앞둔 소냐는 휄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장애를 얻게 되고, 교사임용에 실패한다. 오베는 아내의 소망을 가로막는 차별적 행정시스템에 끈질기게 저항하여 결국 그녀를 강단에 세우는 뚝심을 발휘한다. 결국 유일한 삶의 희망 아내가 병사하고 난 뒤 다니던 직장에서도 저성과자로 분류되어 권고사직을 당하자 오베는 그날로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를 쫓아가려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삶에 훅 들어온 이방인 터키 아줌마 “파르바네”가 사사건건 오베의 자살을 방해하게 되면서 그녀의 아이들과의 즐거운 에피소드가 계속된다. 결국 오베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정의감과 열정 그리고 친절함이 살아나면서 오베의 삶은 다시 장밋빛이 될 수 있었다.

영화는 세계 최고의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북유럽에서도 관료적 복지전달 체계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사람의 소외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 할 뿐 아니라, 급변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전통적 가치의 붕괴 앞에서 절망하는 ‘꼰대’를 사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아 그들의 불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디지털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자리는 점점 왜소해 지고 산업역군들은 이제 저성과자로 낙인찍혀 직장에서 퇴출되고 가정에서는 그들을 위한 따뜻한 가장의 자리를 온전히 마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와 가족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던지는 일까지도 불사했던 그들의 청춘은 아날로그 시스템과 함께 사라지는 위기를 겪고 있다. 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겨둔 것이 없는 노인들은 쓰레기 수거를 해야 하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꼰대로 치부되며 환영받지 못하는 지독한 외로움은 세계 최고의 자살률로 그들을 이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없어지는 일자리와 절망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ADR의 기본 생각은 옳고 그름의 관점으로부터 상대방에 대해 인정하고 관심 가지기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맥락이 없어 보이는 구호를 보며 “부당한 분노”라며 성급히 판단하지 말자. 나라 없는 아픔과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국가’와 ‘안보’란 무엇일까 성찰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결론이 같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고단하게 이어온 그간의 헌신과 노고를 인정하고 고마움을 전하며 그들의 추구했던 가치에 대해 마주해야 한다. 터키 아줌마 파르바네 처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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