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개혁 저지 의혹’ 조사결과에 일부 판사들 “수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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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법개혁 저지 의혹’ 조사결과에 일부 판사들 “수치스럽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4.19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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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발표 “블랙리스트 없다”
‘학술행사 연기·축소 압박’과 ‘회원 뒷조사’는 사실
판사들 “수치스럽다”, 일각에선 “책임은 누가 지나”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판사 450여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 조직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달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돌렸다.

연구회는 그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한 학술행사를 지난 달 25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법원행정처를 해체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는 일선 법원이 재판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법관인사와 예산분담 등 법원의 행정 사무를 별도의 기관에서 전담하도록 만든 사법행정기관이다.

하지만 대법원장의 지시와 인사권 하에 있는 만큼 사실상 그 의사결정이 대법원장의 뜻에 달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김영훈 서울고법 판사의 분석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임명된 현직 판사 출신 대법관 81명 가운데 80.2%에 해당하는 65명이 법원행정처 출신이다. 즉 ‘고위법관 승진을 위한 필수코스’라는 명예 아닌 명예를 갖고 있는 것.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려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에 저지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으로 비난을 받아오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학술행사 연기·축소를 위해 행정처 소속 인사를 통해 연구회 관계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난 지 한 달 남짓 됐던 이모 판사는 이러한 부당한 간섭에 대항해 사직의사를 밝힌 후 원 소속 법원으로 돌아가는 일까지 생겼다.
 

 

이 같은 총체적인 법원행정처의 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를 벌일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달 22일 구성을 완료하고 조사에 착수한 조사위는 조사의 범위로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모 판사)의 인사발령과 겸임해제 관련 의혹 ▲이사건 처리 및 수습과 관련된 사법행정권 남용과 특정 학회 활동 견제 및 특정 세미나에 대한 연기·축소 압력 의혹 ▲ 연구회 중복가입 제한 관련 의혹 등 3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한편 당사자인 이모 판사가 “행정처 컴퓨터에 판사들 뒷조사 한 파일이 나올 텐데 놀라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혹도 크게 불거지자, 그에 대한 조사 또한 함께 진행했다.

대법원 진상조사위는 약 4주 간의 조사를 거친 후 지난 18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당사자인 이모 판사가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간섭과 학술행사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사직 의사를 표시하게 된 점을 인정했다.

또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에 (법원행정처가) 부당한 연기와 축소 압박을 가한 것이 확인됐으며 이는 적정한 수단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라는 점도 밝혔다.

일선 판사들에게 전문분야연구회의 중복 가입을 제한한 것도 결국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덩치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서 해당 조치의 시급성이나 필요성,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다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이모 판사가 이야기한 ‘판사들 뒷조사 파일’은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 전체 판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며 의혹을 부정했다.

하지만 특정 연구회를 타깃으로 삼아 그 소속 판사들을 조사하고 분석한 리스트를 작성한 점만으로도 비난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일부 판사들은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고, 아울러 사법부의 고질적 폐단에 대한 개선과 개혁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던 것.

그러나 이 같은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일부 판사들은 “수치스럽다”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 점만 해도 중대한 사안”이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지 않느냐”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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