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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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
  • 송희성
  • 승인 2004.08.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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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희 성  수원대 법대교수, 공법학

우리 사회에서 용어의 의미가 변질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컨대, 사건중개인을 「브로커」(Broker)라는 외래어를 쓰면 그것은 협잡군 등으로 인식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투자'와 '투기'를 혼동하는데서도 볼 수 있다.


'투자'라는 것은 주로 화폐자본(money capital)이 생산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지도 모른다.  60, 70년대에 우리는 저축을 강조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종 생산물이 부족하던 시대에 그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설과 기술이 필요하나, 그것이 태부족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에서 돈 빌려오기 위하여 정부가 나서 지불보증을 했던 것이다.  이러했던 시대에는 저축은 미덕이었고, 조악하더라도 국산품을 애용하는 것은 우리 자본을 형성시키고, 기술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즉 저축은 국가자본을 형성시키고, 그것은 투자를 늘릴 수 있었고, 다시 고용증진과 기술발전을 가져오고 일로(一路) 수출을 증가시켰다.  투자는 어느 정도 경제학 교과서가 말한 이론코스를 걸어왔다고 본다.  생산이 부족하고, 자본이 부족하던 시대에는 기껏해야 매점매석(買占売惜)을 단속해야 하고, 투기를 잡아야 하는 문제는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하면 공장에서 개발현장에서 일하여 버는 정도(正道)의 국민만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저개발국가, 특히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각종 개발행정이 진행될 때 거기에는 반드시 부동산투기라는 병균(?)이 스며든다는 것을 경시하고, 그 방지를 위한 특단의 제도를 장기적·지속적으로 시행하여야 하나, 경기를 살린다고 시행한 시책이 그 시간차로 실기하고, 정부의 의지부족으로 주기적으로 부동산가격을 폭등시켰던 것이다.


새삼스러운 말이 될지 모르나, 투기는 돈을 가진자들이 토지·아파트 등 부동산을 사두었다가 일반물가상승율을 상회하는 이득을 남기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본주의 국가에서 돈 가진자가 기회를 이용하여 이득을 보는 것이 뭐 잘못이 있느냐고 하는 말도 들릴 때가 있다.  정부는 통계를 가지고 있을테니 반드시 되돌아 보고, 또 비교하여야 할 것이다.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토지·아파트 등 집값의 상승율과 일반물가의 상승율을 비교해 보라.  개발이익은 가진자의 투기적이익으로 귀속되고 절대적빈곤은 감소되었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 벌려 놓고 말았다.  부동산투기는 꼭 놀음판에서 성냥개비나 바둑알을 돈 얼마로 치는 양상이 되는 것이다.  아파트 등을 돈 있는자들이 서로 주고 받으면서 그 값을 일반물가 상승율의 몇 배로 올려 놓는 것은 그것이 아파트 공급을 늘리게 되고, 그로 인한 연방효과(聯邦效果)를 가져오는 측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15평의 재개발용 아파트를 서민이 6억씩 주고 살 수 있단 말인가.


최근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라니까 시장원리와 자본주의적 장사의 원리에 반한다고 반대한다.  말할 것도 없이 시장원리라는 것은 수요·공급의 법칙을 말하는 것인데 돈 있는자들이 아파트를 3-4채 갖는 것이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수요자란 말인가.  또 아파트를 투기하여 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는 것이 장사로 치부될 수 있단 말인가.


과거 수십년 물자 부족시대에 우리는 강력한 물가통제제도(물가승인제도 등)를 가지고 있었으나, 물자부족이 해결되자 그것을 풀었다.  지나친 규제는 개인의 창의성을 억제하고, 시장원리에도 반하여 오히려 경제에 제반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몇 억에서 몇 십억까지 가는 아파트 규제를 풀면 집없는 사람이 집마련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가진자의 투기를 조장하는 면이 더 크게 된다.  그리고 아파트 값의 이상한 상승이 물가·임금 등에 영향을 미치고, 생산시설이 자꾸 중국 등으로 옮겨가면 우리나라는 실업자만 늘어나지 않겠는가.


관계당국이 투기를 억제하려고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부동산 공개념에 입각하여 보다 주도면밀한 투기방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재산세(보유세)를 인상하자 조세저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투기자와 비투기자가 있을 것이다.  이들을 가려내어 차별과세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울까.  지방자치단체가 무조건 감세 조례만 제정하는 것은 조세형평성의 원리에 반할 수 있고, 거시적·국가적 안목이 부족하지 않는가도 생각된다.  모든 정책과 법령·조례는 투기를 막는 쪽으로 행해져야 한다.  다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서 오는 부당한 점은 구제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조세정의에도 맞을 것이다.


아파트는 살기 위해서 갖는 것이고, 토지는 이용하기 위하여 소유하는 것이지 외국에 내다 파는 상품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 더러 발생하는 아파트 판매부진은 건설면허규제를 완화한 결과이지 투기억제책을 취한 결과로 보는 것은 투기증가를 경기호황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거듭 말하거니와 경기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투기를 허용하여 아파트 값을 마구 올려 놓으면 집없는 서민을 내집마련으로 부터 더멀게 하고, 그것은 사회적갈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투기를 허용하는 호황상태는 단기적으로는 득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치유불가능에 가까운 병이 들게 한다고 까지 말한다면 지나친 진단일까.


규제를 하면 투기세력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재화된다.  이런 투기적사고를 버릴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정책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긴장하여야 되리라고 본다.  이득보다는 해악이 더 큰 「투기」를 「투자」와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해를 쫓아 미시적견지에서 투기도 불사하는 것이 개인이라면, 거시적·미래적 견지에서 그것을 억제시키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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