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 - 박근혜의 친구, 최순실의 친구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 - 박근혜의 친구, 최순실의 친구
  • 강신업
  • 승인 2017.03.31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박근혜와 최순실은 한상지만(恨相知晩)의 관계일까. 아니면 백두여신(白頭如新)의 관계일까. 백두여신은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만난 사이인데도 여전히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선 관계를 의미하고, 한상지만은 서로 너무 늦게 만난 것을 한탄하는 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뜻이다.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두 사람은 분명 넓은 의미에서의 친구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관계는 백두여신의 관계일까, 아니면 한상지만의 관계일까.

사마천은 사기에서 소준이 계명우기(鷄鳴遇記)에서 말한 네 가지 종류의 친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첫째는 외우(畏友)로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친구라는 뜻으로 서로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도의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사이다. 둘째는 밀우(密友)로 힘들 때 서로 돕고 생사를 같이 하는 친구사이다. 셋째로 일우(昵友)는 좋은 일이 있을 때나 놀 때만 잘 어울리는 사이다. 마지막으로 적우(賊友)는 이익을 보면 서로 싸우고 근심거리가 있으면 미루는 사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적어도 외우(畏友)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서로 잘못을 바로 잡아주고 도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이였다면 적어도 오늘 대한민국의 사단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으면 그 친구를 보라[부지기인(不知其人), 시기우(視其友)]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최순실을 통해 본 박근혜는 매우 특이하다. 무엇보다도 최순실은 인간관계가 극히 좁았던 탓에 나라에서 일할 사람을 대통령인 박근혜에게 추천하는 것조차 술집에서 만난 고영태에게, 그리고 다시 고영태가 추천한 차은택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 그 친구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다. 최순실이 그렇게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추천한 사람을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기용했다. 최순실이나 박근혜나 인간관계가 좁기 그지없었고 공(公)과 사(私)를 구별해야 한다는 인식도 없었다.

박근혜가 실패한 원인이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사우(師友), 즉 참된 친구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된 친구라면 친구의 안위와 명예를 걱정하고, 혹여라도 친구가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하면 이를 지적해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최순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으로 박근혜의 정상적 판단력을 마비시켰고, 박근혜는 또 정말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공권력을 친구 최순실과 그 친구의 딸 정유라를 챙겨주는 데 이용했다. 그러다 그들은 결국 서로 근심거리를 만드는 적우(賊友)가 되고 말았다.

친구를 사귀는 게 얼마가 어려운지,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청나라의 금영이 편찬한 격언집 격언연벽(格言聯壁)의 아래와 같은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다.

노름과 오락으로 사귄 친구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술과 음식으로 사귄 친구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세력과 이익으로 사귄 친구는 한 해를 넘기지 못하며, 오직 정의로 사귄 친구만이 영원히 이어진다(博奕至交 不終日, 飮食至交不終月, 勢利至交不終年, 道義至交可終身 박혁지교부종일, 음식지교부종월, 세리지교부종년. 도의지교가종신)

누가 뭐래도 오늘의 국정농단은 상당부분 박근혜와 최순실의 합작품임이 분명하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와 상황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법인데, 그럼에도 대통령 지위에 있는 박근혜는 최순실과의 관계에 관한한 매우 비이성적이었고 몰지성적이었다. 그리고 최순실은 또 친구 박근혜를 그렇게 만들었다.

정치지도자는, 특히 대통령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사람이다. 때문에 공(公)가 사(私)를 엄격히 구분하고 공과 사가 뒤섞여 화가 미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적어도 2014년 11월 소위 ‘정윤회 사태’가 터졌을 때 박근혜는 공적인 업무에 관한한 최순실을 정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 고집과 어리석음 때문에 다가오는 화를 간파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다가온 화를 알고도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결국 그는 지금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 도대체 박근혜에게 최순실은 어떤 존재였을까. 또 최순실에겐 박근혜가 어떤 존재였을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