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계, 판례에 대한 견제기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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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계, 판례에 대한 견제기능 필요하다
  • 이시윤
  • 승인 2017.03.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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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윤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

- ‘2002 신민사소송법’ 제정 이후 중요판례 중심으로 -

지난 2월 민사소송법학회와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017년 춘계 학술대회에서 ‘2002년 신민사소송법 제정의 회고와 전망’이란 제목으로 기조발표한 바 있었다. 그 발표문 중 일부를 발췌해 본고에서 다루고자 한다.

먼저 헌법재판소 판례부터 보면 ‘대법원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한 사건이 있다. 우리나라의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은 ‘소송기록접수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이다. 일본이 50일, 독일이 2개월에 연장가능, 미국이 90일에 연장가능인 것과 비교하여 너무 짧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자 헌법재판소는 민소법 제172조의 기간의 신장규정을 활용하면 된다고 하여 청구기각을 하였다.(2007헌마532) 별로 활용되지 않고 휴면화된 이 규정을 거론함은 현실의 도외시다.

또 하나는 상고심리 불속행기각의 판결에 이유기재 생략의 규정(상특법 제5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헌법재판소는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것이고 하급심 판결에서 사실상 모두 설명한 것이어서 이유기재 없다 하여도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하며 기각하였다.(2007헌14589 등) 대답 없는 재판으로 알 권리의 침해도 되고 법적 근거를 명시하지 아니한 불리한 국가작용이 되어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한다는 소수의견이 타당해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소송법에 대한 합헌적 통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가 의문이다. 소송제도의 헌법화에 좀 더 박차를 가하였으면 한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2007다90982 판결은 회사가 실질적으로 그 배후인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한 경우 즉 형해화의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인에 대해서도 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여 회사와 그 배후의 개인을 공동피고로 제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배후인 타인을 문제삼을 수 없다 하여 법인격부인론에 부정적이던 종래의 방향과 달리 긍정적 방향으로 가는 큰 진전의 판례이다.

2013다69385에서는 사용자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등은 별개의 청구권이므로 소송법적으로도 소송물을 달리한다고 했다. 여전히 청구권마다 별개의 소송물이라 하는 구소송물 이론의 구도에 집착하고 있어 같은 사회적·경제적 목적의 분쟁을 1회적으로 해결하는 신소송물론에는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탄핵 소추결의에서 탄핵사유마다 개별 결의를 하느냐 모든 사유를 일괄결의해도 되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경합된 사안인 2009다2765에서, 법률적 근거가 계약책임인지 불법행위책임인지는 증명책임을 달리하는 중대한 사항인데 원고가 이를 명시하지 않는 경우에 석명이나 지적없이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으로 단정하며 원고측 증거부족을 이유로 청구기각에 이른 것은 잘못으로 보아 원판결을 파기했다. 경합하는 법률적 관점에 관한 주장이 불분명할 때면 원고가 이길 방향의 법률적 관점으로 석명권, 지적의무제도를 활용하라는 판지로 보여 그 의미가 지대하다.

한편 2012다17548등에서는 사해행위취소판결의 효과는 채권자와 수익자/전득자 사이에만 미치므로 수익자/전득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그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게 될 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법률관계가 형성되거나 취소 효과가 소급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복귀되는 것이 아니라고 종전과 같은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생각건대 이 취소판결의 상대적 효력에 대해서는 탓할 수 없으나 이 판지를 독립당사자참가 중 사해방지참가에 확장시킨 것은 문제라고 하겠다. 즉 2012다47548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원인행위가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사해행위취소를 구하면서 독립참가를 한 것은 독립참가인의 청구가 그대로 받아진다고 하여도 원피고 간의 법률관계에 영향이 없어 참가신청은 사해방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부적법하다고 한 것이다. 독립당사자참가 중 사해방지참가에 대한 이러한 축소해석은 제도적 실효성을 거의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우선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사해행위취소판결이 독립의 소에서는 채무자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 상대적 효력이라도, 소송 중의 소인 독립당사자참가에서는 3자 즉 채권자, 채무자, 수익자 등 사이의 합일확정의 법리에 따라 채권자(참가인), 채무자(피고) 사이에서 판결의 효력이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인데 이 점에서 사해취소소송의 상대적 효력만을 생각하고 독립당사자참가의 합일 확정의 법리를 도외시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 몇 개의 판례를 보았지만 특히 소송법의 대법원 판례만 연 평균 50개 정도가 양산되는 현실이다. 높은 상고율, 세계 유례 없이 폭주하는 상고민사사건인 상황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나, 판례에 의한 민사소송법 발전의 기여도는 높이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Law School 교수들이 변호사 시험 대비 교육 때문에 너무 국내판례에 경도되어 법학문의 균형 연구가 소홀히 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고 본다. 판례에 대한 학계의 평석이 없고 주로 실천철학 없이 옹호론만 펴는 경향이 있어 학계에 의한 판례의 입장에 대한 견제기능이 취약한 것은 우리 소송법의 발전에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 학계의 현대화, 세계화가 늦추어지는 취약점이라 할 것으로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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