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0 / 빅펌 동계인턴
상태바
문덕윤의 로스쿨 이야기 10 / 빅펌 동계인턴
  • 문덕윤
  • 승인 2017.02.03 13: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으로 올라가는 제자와 통화를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재미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2학년 겨울방학인 요즘 뭐하냐고 했더니 “변시 대비 시작했습니다. 학교 다닌 지 2년 밖에 안 되었는데, 일 년 뒤에 변호사 자격증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내가 과연 의뢰인의 사건을 맡아 수행할 자격이 되기는 하나 실력을 기르기 위한 시간으로 3년은 정말 촉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하더군요. 로스쿨에서의 3년은 학기 중의 학점 관리와 방학 때의 실습, 변시 대비까지 정말 꾸준히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단련의 시간입니다. 이번 주부터는 로스쿨에서의 실무실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지난 8화에서 개략적으로 로펌, 법원, 검찰 실습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10화부터는 최근에 실습을 다녀온 로스쿨 재학생들이 본인이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 10화는 올 겨울방학 때 대형 로펌 실습을 다녀온 뒤 조기 컨펌을 받은 고려대 로스쿨 8기 C씨의 이야기입니다.
 

 

로스쿨 이야기 제10화 : 빅펌 동계인턴

1. 개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겨울 대형 로펌 1학년 동계 인턴십과정에 선발되어 인턴과정을 거친 뒤 조기 채용되었습니다. 일련의 경험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8대 빅펌의 채용시기가 점차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런 채용절차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관심 있는 로스쿨 후배 분들께서 이 글을 읽고 많은 도움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 인턴선발

1학년 동계인턴은 로스쿨생을 대상으로 하여 채용전제로 시행되는 첫 번째 인턴입니다. 2년의 로스쿨 과정과 변호사시험까지 남아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이른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여름방학이 끝나고 1학년 2학기가 되자마자 한 달 안에 인턴 선발 공고가 올라오기 때문에, 사실상 1학년 1학기 성적만으로 인턴 기회를 얻게 됩니다. 성적에 대하여 가장 궁금하실 텐데, 상위 20%정도 적정선 이상의 평점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 같고 (이 또한 학교 마다 다를 것 같아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로스쿨 입시와 마찬가지로 외국어 특기나 타 자격증이 있다면 평점이 다소 낮더라도 선발되는 것 같습니다.

빅펌은 모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인턴을 선발하였습니다. 이력서와 첨부서류는 모두 로스쿨에 지원할 당시와 거의 비슷했고, 로스쿨에 온 뒤에 한 동아리 활동 몇 가지가 추가된 것과 로스쿨 1학년 1학기 성적 증명서가 추가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의 경우, 왜 검찰과 법원이 아닌 로펌에 가고 싶으며, 왜 로펌 중에서 해당 로펌이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로펌에서 어떤 분야의 일을 할 계획인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자소서는 4-6장 사이의 분량제한이 있었는데, 저의 경우 제 성장과정과 왜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였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반장 분량의) 첫 번째 목차 까지만 로스쿨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차용하고, 그 이후는 모두 새로운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펌에 나가서 느낀 바로는, 인사를 담당하시는 분들께서 인턴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하나하나 굉장히 꼼꼼히 읽어보십니다. 1학년 동계인턴은 쟁쟁한 펌들이 채용시기를 앞당겨 1학년을 갓 마친 로스쿨생들을 ‘입도선매’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검증’을 기하기 위함인 듯 합니다. 그러므로 자기소개서에 진지하게 임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좋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로스쿨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난 인간미 있고 개성 있는 본인의 모습을 모티브로 하되, 로펌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은, 예를 들면 상세한 봉사활동 설명 부분 등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로스쿨에서 1학기 동안 고군분투하며 공부하면서 느낀 점과 학업성과입니다. 저도 이 부분을 두 번째 목차로 하여 거의 두 장에 가까이 세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비법학도로 로스쿨에 와서 첫 중간고사까지 무척 애먹었던 경험을 에피소드를 통하여 설명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공부방법이나 마음가짐의 개선 등을 통하여 노력한 결과 기말고사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진솔하게 담아냈습니다. 그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저의 개인적 장점에 대하여 어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어느 자소서와 마찬가지로 미래 이야기입니다. 00로펌에서 변호사로서 어떠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물론 펌에서도 글쓴이가 이제 겨우 1학년 1학기를 마친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을 것이기 때문에, (물론 학부시절 전공이나 인턴 경험을 통하여 배경지식이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로펌의 어떤 분야에서 정확히 어떤 사건들을 도맡아 하고 싶다는 포부가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해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충분한 리서치를 통하여 당해 로펌에서 어떤 분야에 권위가 있으며, 대표적인 변호사가 어떤 분이 계시고, 그 분이 처리한 특정 사건 등을 언급하여 관심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특정 팀에서 00변호사님과 함께 또는 그 분을 롤모델로 삼아 일하고 싶은 포부에 대하여 적고, 왜 본인에게 그러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리걸 마인드, 외국어실력, 협업능력 등을 적시함으로써 뒷받침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제가 나갔던 펌에 이렇게 1학년 1학기 성적, 이력서, 자기소개서로 선발된 인원은 30명 정도 였으며, 서울대 로스쿨 10명, 연세대와 고려대 로스쿨 5명 내외,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이대, 외대 그리고 지거국 몇 군데 각 1-2명씩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3. 인턴과정

1학년 동계인턴은 1주일짜리인 펌도 있고 2주일짜리인 펌도 있습니다. 1주일짜리인 곳은 사실5 영업일 동안 출근하는 것이므로 스케쥴이 타이트하고, 거의 과제만 하다가 오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반면 2주일짜리인 곳은 체력적으로 지치기는 하지만, 스케쥴이 느슨한 만큼 다른 인턴분들과 변호사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도 많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영양가 있는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1주일짜리와 2주일짜리를 모두 나가보니 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떤 펌이든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주로 개별과제와 공통과제가 나누어져 있는데, 공통과제는 인턴십에 참가한 모든 인턴들이 수행하여 동일 기준으로 grading 받는 과제라고 보면 되고, 개별과제는 어떤 펌은 인턴들을 자기소개서의 관심분야를 토대로 팀에 배치하기 때문에 그 팀의 멘토 변호사님께서 주시는 과제라고 보면 됩니다. 2주일짜리 프로그램의 경우 대개 공통과제와 개별과제를 모두 수행하게 됩니다. 개별과제는 어떤 팀에 배정받느냐에 따라 난이도도 case by case이고 데드라인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인턴성적에는 크게 반영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개별과제는 관심분야의 멘토 변호사님께서 어떤 일을 실제로 담당하시는지 보고 느낄 수 있고, 변호사님으로부터 말 그대로 1:1로 실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공통과제는 평가에 반영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제가 있었던 펌에서도 모두들 가장 열심히 수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통과제의 경우, 보통 소장이나 답변서를 작성해보게끔 하시는데, 1학년 겨울에는 아직 헌법, 민법, 형법만을 겨우 끝낸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법적 지식을 과하게 요할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2,3학년 때 배우는 법이나, 처음 보는 생소한 특별법이 나왔다고 하여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침착하게 쟁점을 파악해보고, 사용가능한 소스를 통해 리서치를 하고, 생각하는 해답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면 됩니다. 소장이나 답변서의 형식은 이전에 강의를 해주시거나 형식을 나눠 주시기 때문에 그 형식을 눈치껏 사용하면 됩니다. 저도 인턴에 나가기 전에 ‘정답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눈에 띄는 실수 없이 무난하게 해’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소장인데, 매일같이 소장을 작성하시는 변호사님의 입장에서 제가 쓴 소장 문장이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고 느끼실 리가 없고, 또 제가 책에서만 읽었던 법학으로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법률적 분쟁이 100% 포섭되지도 않는데, 실무에 오래 계셨던 변호사님 입장에서 제가 제시하는 해답이 명쾌하다고 느끼실 리가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괜히 채점자를 감동시키겠다는 욕심으로 과제를 하다보면 안하던 실수를 하고 시간도 촉박해지므로, 눈에 띄는 실수 없이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소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임한 것이 저에게는 가장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소장과 답변서 공통과제가 있고, 그 외에 조별 토론이나 PPT 발표 과제 등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조리있게 말하고 발표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정답을 맞추기 보다는 준비한 토론이나 발표 내용을 가장 전달력 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또 실제로 변호사님들께서 참관하러 오시기도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긴장할 것까지 감안하여 아무 노트도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발표할 수 있도록 연습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과제들 외에도 펌마다 프로그램 특색에 따라 인턴들끼리 술자리를 주선해주는 경우도 있고, 변호사님들과의 식사자리나 술자리를 마련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펌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선호하더라 하는 말들도 있었지만, 제 생각에는 내향적인 사람도 있고 외향적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존중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도 많은 사람도 각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규모 술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도 본인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그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남들과 솔직담백하게 어울리시면 됩니다.

저는 인턴과정을 마치고 일주일이 지난 뒤에 면접 연락을 받았습니다. 면접은 꽤 길긴 했지만 이미 2주의 인턴과정을 통해 많이 가까워지고 익숙해진 변호사분들께서 면접을 진행해주셔서 마음이 편안했고, 대부분이 자소서기반 인성면접이기 때문에 모두 솔직히 대답을 한 것 같습니다. 영어 면접/간담회를 통해 외국어 면담도 진행하는 펌도 있는데, 엄격한 평가는 아닌 것 같고 대개 단골질문이 정해져 있으니, 그에 맞춰 예상 답변을 영어로 생각해보고 가는 정도면 충분한 준비가 될 것입니다. 저도 영어면접을 보았는데 자소서를 기반으로 하여 가장 예상되는 질문을 2-3개 정도 받아서 무난히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4. 소감

인턴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채용이 되어 무척 기쁘지만, 채용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로스쿨 학생으로 3년 동안 할 수 있는 경험 중 가장 뜻깊었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로펌에 처음 가본 것이기 때문에, 그곳의 역동적인 문화와 그 곳에서 뵌 로펌 선배변호사님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부터 많은 점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검찰이나 법원에 뜻이 있는 분들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1학년 겨울이나 2학년 여름에 실무수습으로 꼭 나가보시길 추천합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ㄳㄳ 2017-02-13 17:03:52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글 잘 보았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