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 원로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개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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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 원로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개헌, 이렇게’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12.1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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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그대로 두고 보완해 가야, 기본권도 손질”
차기 대통령 1년 이내 개헌안 마련해 국민투표하도록
현행헌법에 부칙조항만으로 추가, 대통령도 기속되게

/ 이원정부제·의원내각제 반대…대통령 권한 완화
국무총리 폐지하고 부대통령제로 헌법 개정 필요
국무회의 심의·의결기관화...부서거부권 허용해야
국회의원, 200명 축소+불체포특권 폐지+연임제한 /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헌법학 원로 허영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지난 12일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익현)이 개최한 입법정책포럼에서 발제를 통해 개헌의 구체적 그림을 제시했다.

‘개헌추진, 언제·어떻게?’라는 주제에 따른 이 날 발표를 통해 허영 교수는 개헌 논의의 시점, 개헌의 방법, 개헌의 방향까지 상세하게 주장했다.

허영 교수는 단에 올라 “이 주제로 발제를 부탁받았던 두 달 전에는 개헌 논의가 이렇게 뜨거운 논란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광범위한 국민적 관심을 받는 상당히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 허영 교수 / 사진 김주미 기자

허영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가 진행 중인 지금의 상황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에는 일부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계산에 따른 주장도 분명 섞여 있다고 분석했다.

그 동안의 실정을 덮으려는 의도나 개헌을 통해 권력의 한 축에 끼어들어 보려는 의도, 자신에게 더 유리한 정치구도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개헌주장들이 있다는 것.

허 교수는 “개헌을 한다면 정치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만들어져 30여년 간 지속되어 온 현행 헌법에 대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모든 모순과 폐단이 마치 헌법에서 기인한 것처럼 보는 인식에는 동조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오히려 운용을 잘못한 과오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논의는 언제, 방법은 어떻게?

허 교수는 개헌 논의의 적절한 시점에 대하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선고가 언제쯤 내려질 것인가에 따라 그 시기가 좌우된다고 봤다.

헌재가 속전속결로 2,3개월 내 선고할 의지를 보인다면 개헌 논의는 그 이후에 하여도 무방하지만, 헌재가 탄핵소추의결서에 들어 있는 많은 쟁점에 대한 판단을 신중히 내리려는 태도를 견지할 경우 개헌 논의를 심리기간인 180일이 지나는 시점까지 지연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헌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진 시점이 되어도 정치권에서 세부적인 내용에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허영 교수는 이 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합의를 이루고 난 후 개별 헌법조항을 일일이 손 볼 것이 아니라 먼저 헌법부칙조항에 기본 사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허 교수가 제시한 문구는 ‘차기 대통령(19대)은 취임 후 1년 이내 국민이 원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회부하고 개정헌법에 따른 대통령(20대)이 된다. 대통령이 이 개정헌법을 어길 경우 6개월 이내 후임 대통령을 선출한다’이다.

즉 차기 대통령은 1년의 기간 내 국민의 요구에 맞는 개헌안을 마련해서 국민투표에 회부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이러한 사항들을 어길 경우 대비책까지 함께 규정해 놓는다는 것이다.
 

 

개헌의 구체적 방향 - ① 총강·기본권

허 교수가 제시하는 개헌의 구체적 방향은 헌법 총강을 비롯해 기본권, 권력 구조 등 전 분야를 아우른다.

허 교수는 먼저 헌법 제3조와 제4조의 갈등 문제를 짚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제4조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고 이야기해 이미 통일이 된 것처럼 영역을 규정하는 제3조와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3조가 규정하는 영토의 범위를 ‘휴전선 이남’으로 개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허 교수는 ‘국제정치적으로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헌법이 대한민국 영토를 휴전선 이남으로 국한할 경우, 북한에 유고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이 북한에 개입하거나 권리주장하는 것이 불가능해 진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대신 헌법 제3조에 단서를 추가해 ‘단, 대한민국이 통일이 될 때까지는 6·25 정전 협정에 따라 설정된 휴전선 이남에 대하여만 미친다’고 개헌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같은 해결이 역사적 특수성을 담은 헌법 조항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조항간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기본권 도입을 제시했다.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서는 인터넷이 가진 인풋(투입) 기능, 의사소통 기능, 정보접근 기능 등에 대한 권리가 모두 헌법상 기본권으로 수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터넷 악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및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 역시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현행 헌법 제21조 제4항과 같이 ‘(권리행사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개별적 헌법유보조항을 둘 것도 아울러 제시했다.

그 밖에도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평화적인’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에 폭력적 집회 및 시위는 포함되지 않음을 명시 △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인간존엄성’에 행복추구권 내용이 포함됨을 근거로, 해석에 따라 다른 몰가치적 개념에 불과한 행복추구권 폐지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정치적이고 경영간섭을 위한 노조활동은 금지됨을 명시 △구체적 권리의 성격을 갖지 못하는 사회적 기본권은 폐지하고 사회국가원리를 헌법에 도입할 것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 정종섭 전 장관(사진 가운데)이 참석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 사진 김주미 기자

개헌의 구체적 방향 - ② 권력구조(정부형태)

허영 교수는 우리의 대통령제가 미국과 같은 순수한 대통령제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하면서 운용돼 왔다고 평가했다.

“오랜 헌정사를 통해 이제는 대통령제의 단점을 국민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제 자체를 바꾸기보단,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을 원하는 것으로 나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원정부제와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입장의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펼쳐나갔다. 허 교수는 이원정부제에 대해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그 외 권한은 총리가 나눠가짐으로써 대통령의 독주를 막는다는 주장은 권한배분이라는 것이 칼로 무자르듯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원정부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에서 과거 좌파 대통령과 우파 총리가 동거 정부를 구성하던 때, 유럽정상회의가 열리자 당시 대통령과 총리가 각자 자신이 프랑스 대표라며 함께 나가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킨 사례를 일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즉 정치철학적으로, 그 속성상 나누는 것이 가능하지가 않은 ‘권력’을 기술적으로 나눈다는 점에서 이원정부제는 분쟁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유무역협정이나 관세정책, 국방정책, 테러방지정책 등 세계화 시대 수많은 국가 정책들이 어느 한 분야에만 속해있기보다 여러 분야에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장하기에 따라 외치도 될 수 있고 내치도 될 수 있다는 것.

한편 의원내각제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의 정치 토양이 의원내각제 시행을 위한 전제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반박했다.

허 교수는 그 전제요건이란 ①정책 중심의 정당제도 확립 ②직업공무원제 확립 ③정경유착의 완전한 단절이라며, 정책과 관계 없는 정당형성, 말 뿐인 직업공무원제도, 다시 심화되고 있는 정경유착 현상이 현재 한국의 상황임에 비추어 의원내각제 도입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의회해산과 정부불신임과 같은 국정혼란상황을 본질적 요소로 예정하고 있는 의원내각제를 지금과 같이 준비되지 않은 토양에 섣불리 도입하기에는 그 위험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나아가 “국민이 의회를 이처럼 불신하는 상황에서 국회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로어 질의를 받고 있는 허영 교수 / 사진 김주미 기자

강력한 리더십 가진 대통령 중심, 그러나 권한은 배분해야

허영 교수는 결론적으로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되 권한을 합리적으로 축소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앞장서서 국정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대통령 권한 축소에 대해 그는 먼저, 국무총리제를 폐지하고 부통령제를 실시할 것을 말했다.

헌정사상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9번이나 겪었던 미국의 경우, 부통령 역시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로 함께 선출됐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돼 있었지만 우리의 국무총리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

허 교수는 “한국이 대통령제와 어울리지 않는 국무총리제도를 둔 것은 그저 대통령 방탄용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며 “유고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인물은 대통령 못지 않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심의기관인 국무회의를 심의·의결기관으로 만들 것도 주장했다. 국무위원들 간 자유토론 및 분명한 찬반의견 표명을 통해 헌법에 규정된 17가지 주요 국정사항을 국무회의 중심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

국무위원들에게 부서거부권도 허용해 실질적으로 국정운영에 영향력을 미치게 해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허영 교수는 “내가 보기에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은 헌법에 규정된 국무회의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않고 비서실을 과도하게 키워 비서실 중심으로 일을 했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국무회의를 의결기관으로 삼고 국무위원의 권한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의 헌법기관 장 임명권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헌법기관 장을 임명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에 각 기관장 인선추천위원회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헌법적으로 독립시키고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선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금처럼 감사원이 그저 하명기관으로서 대통령이 지시하는 사항만 감사하는 정도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며 대통령으로부터 조직과 운영이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72조 국민투표에 대하여는 ‘기타 국민생활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책’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국민투표에 부칠 사항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 불합리하게 국회에 발목 잡혔을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라는 공감대를 얻으면 시행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는 결선투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직접선거하는 나라 중 우리처럼 상대다수대표제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나라는 드물다”며 “이는 특히 대통령 후보가 난립할 경우 국민의 과반수 지지도 얻지 못한 대통령이 선출될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참석자 단체 사진 / 사진 김주미 기자

입법·사법부도 권한 조정 필요

허 교수는 국회의 권한 조정과 관련, 먼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말했다. “우리 헌법은 사회에 특수계급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지금 국회의원은 이 사회의 특수계급이 되어 있다”는 인식이다.

“죄를 지었으면 어떤 예외도 없다는 인식을 주어 의원 스스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책특권 역시 제한적으로 인정해 ‘인신공격, 명예훼손, 증거제시 없는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에 대하여는 면책되지 않도록 명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허영 교수는 직접민주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소환제는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반대세력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므로 요건을 △국회의원이 형사범으로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선거범죄로 9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경우 △국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가벼운 징계라도 받은 경우 정도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선거범죄 벌금형 기준을 90만원이라 말한 것은, 100만원 이상 선고하면 의원직이 박탈되는 것을 배려해 법원에서 관례적으로 의원들한테 90만원씩 선고하는 경향을 생각한 것”이라며 우회적인 비판을 남기기도 했다.

또 의원의 세비 자율결정권을 폐지해 자신들의 세비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게 해야 하고, 국민 임금이 물가연동제에 따르는 만큼 세비도 물가연동제에 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구획정 역시 국회의원들이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실질적인 확정권을 주고, 국회는 형식적으로 통과하는 역할만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의원수에 대해서도 현행 300명은 지나치다며 200명 선을 제안, 의원 1인 당 보좌진 수 역시 현재 9인에서 3인 정도로 축소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비례대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국회에 파견하는 직능대표제의 취지를 갖고 있는 비례대표제가 전혀 그 취지와 관계없이 운용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것.

허 교수는 “이건 확고하게 정한 주장은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주장하는 바”라며 조심스레 국회의원 연임 제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 국회 내 다선 의원들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젊고 새로운 인물들로 국회가 신진대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다선의 경험으로 오히려 묵은 정치 답습만을 강요하는 것이 현재 다선의원들이 보이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지자체장 연임제한이 있듯 국회의원 연임제한도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 교수는 이 밖에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청와대 파견검사 제도 폐지 ▲일선 검사들의 자율적 수사 보장 및 법관 독립에 준하는 독립성 보장을 위해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헌법재판관 9인 모두 국회에서 가중다수결로 선출 ▲변호사 자격 없는 사람들도 헌법재판관이 되도록 해 헌법 연구로 저명한 학자 등도 헌법재판을 할 수 있게 할 것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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