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산책 139 / 과세평가와 과세 역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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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산책 139 / 과세평가와 과세 역진성
  • 이용훈
  • 승인 2016.12.0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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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걷는 쪽에서는 티 날까 조심하는 것, 내는 쪽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세금과 관련된 얘기다. 공평해야 하고 형평에 맞아야 하고 ‘불편(不偏)’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적용되는 세계다. 직장인이라면 매 년 연말정산 때마다 소득세 추징과 환급 사이에서 씨름한다. 부동산 소유자는 하반기 재산세를 납부할 즈음,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큰 돈 뜯긴다고 생각한다. 기왕 내야 하는 돈이라면 감정 상하지 않게 걷어가야 한다.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이 나랑 비슷하게 세금 낸다면 누구라도 뿔 날 일이다.

재산세가 공정하게 걷히고 있느냐는 과세평가의 공정성과 연결된다. 고전적인 연구 주제라고 볼 수 있는 ‘보유세의 형평성’ 문제는 가격이 비싼 만큼 더 내도록 하고 있는지, 지역별로 차별을 받고 있지는 않는지를 따져 보자는 것이다. 전자를 수직적 형평성의 문제라고 부르고 후자는 수평적인 형평성으로 다룬다. 10억에 거래된 부동산의 과세가격은 5억 원, 5억 원에 거래된 부동산의 과세가격이 3억 원이라면 수직적 불형평성이 존재한다고 말 할 수 있다. 1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의 과세가격이 6억 원은 돼야 3억 원의 과세가격이 매겨진 시가 5억 원 부동산과 동일한 세 부담을 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비싼 부동산이 혜택을 보고 있을 때 ‘수직적’인 영역에서 검토한다. 반면, 같은 가격대로 보이는 부동산이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비수도권 소재 부동산보다 높게 평가된다면 수평적인 형평성 영역으로 취급한다. 연고지로 사람 차별하는 것과 소재지로 부동산을 변별하는 것을 같게 본 것이다.

수직적인 측면에서 비싼 부동산이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가격이 낮은 부동산과 비슷한 비율로 과세가격이 결정되지 않고 오히려 높은 비율로 평정될 때다. 이를 ‘누진적’이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이 뿔 날 때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때다. 과세가격이 시가 대비 대략 50%의 비율로 결정돼 있는데 백 억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주택이 3~40% 과세가격비율을 보일 때다. 이를 ‘역진적’이라고 구분한다.

과세가격이 역진적인지 여부를 판정하는 여러 통계모형이 있다. 대부분 단순회귀모형이며 과세가격과 시장가치를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로 한다. 독립변수를 과세가격으로 할 수도 있고 시장가치를 독립변수로 결정할 수도 있다. 선형관계가 아니고 비선형관계를 전제해 각각의 변수에 로그를 취하는 비선형모형도 통용된다. 어느 것이건 선형관계에서의 계수 값이 가격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지 또는 감소하는지를 갖고 역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간단한 비율로 역진성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PRD’라고 부르는 값은 분자에 시장가치 대비 과세가격비율의 평균을 넣고, 분모에는 과세가격의 평균을 시장가치의 평균으로 나눈 비율을 넣어 계산한 값이다. 역진적인 과세 평가에서 이 값은 1을 상회한다. 직관적으로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고가의 부동산이 낮게 평가되고 있는 역진성이 나타나고 있을 때, 분자 값은 비율의 평균이므로 고가의 부동산의 영향이 크지 않다. 좀 낮은 하나의 비율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분모는 과세가격과 시장가치의 금액 평균값의 비율이다. 따라서 고가의 부동산은 금액 평균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이 비율이 분자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값으로 감소한다. 분수 값은 당연히 1보다 커진다.

역진성을 보이는 경우 대부분의 분석모형에서 거래빈도가 높고 거래금액이 낮을수록 과세가격의 현실화가 높은 것으로 결론난다. 즉, 그 금액대별 거래가 많은 구간과 과세가격이 낮은 구간에서 세 부담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최고층 가격대와 비교하면 뉴스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보유세의 형평성으로 기사 제목을 뽑아 몇 페이지 쉽게 작성할 수 있다.

고가부동산의 프리미엄이 과세가격에 녹아 나오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일례로 재벌가의 고가주택이 자주 팔려야 그 시세 파악이 쉽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거래 파악이 어려워 그 정도 가격일 줄은 몰랐다는 변명이다. 또 그런 주택을 거래하는 당사자가 평범한 주택을 거래하는 사람들과 달리 가격흥정도 안 하고 오히려 돈을 얹어 주고 사들이는 경향을 지적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비싸게 팔렸으면 과세가격비율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전통적인 주제이면서 또 그만큼 논의의 빈도도 높은 것이 과세 역진성 문제다. 논문들은 역진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느라 여러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결론은 ‘역진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과세평가의 기준점에 표준지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차지하고 있는 이상, 감정평가업계와 한국감정원은 역진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소한 해마다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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