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66) - 헌법 공부시키는 대통령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 (66) - 헌법 공부시키는 대통령
  • 신종범
  • 승인 2016.11.25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이하 상당부분 생략)”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연배가 어느정도 있는 사람들일게다. 초등학교 2학년때인가로 기억된다. 방과 후 놀 생각에 들뜬 마지막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위 내용이 적힌 유인물을 나누어 주면서 그것을 다 외운 사람만 집에 보내 주겠다고 했다. 빨리 하교 하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외워보려 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민족중흥' 이니 '인류공영' 이니 하는 말은 너무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 한사람씩 나가 선생님께 확인을 받는데 통과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고, 무슨 말인지도 모른채 무조건 머릿속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손을 들고 선생님께 나갔다. 외운 것을 잊어버릴까봐 빛과 같은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 넣은 것을 쏟아냈다. 드디어 집에 가도 좋다는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졌고,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집에 갈 수 있었다. 지금도 상당 부분이 생각나는, 그 때 그토록 처절하게(?) 암기했던 것은 지금 대통령의 아버지가 만들었던 '국민교육헌장'이었다. 왜 외워야 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 암기사건 이후로 나의 순간적인 암기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만은 분명했다.

오래 전 필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 대통령의 아버지의 지시에 의하여 만들어진 ‘국민교육헌장’을 강제로 외워야 했다. 그런데, 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헌법 공부(?)를 시키고 있다. 헌법 공부의 시작은 개헌이었다. 대통령은 개헌 논의조차 거부하더니 갑작스레 국회에 나와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현행 헌법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개헌 절차는 어떠한지 살폈다. 그런데, 개헌 공부를 막 시작하자 마자 대통령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문서 등을 소위 비선 실세에서 넘겨 검토하게 하고, 대기업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돈을 받아 재단을 설립하여 그 재단을 통해 비선 실세가 이익을 챙기도록 하였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개헌은커녕 현행 헌법을 챙겨 봐야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소설로도 만들어 지기 어려운 비리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국가조직과 제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비밀조직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었다는 사실에 도대체 우리나라가 어느 체제인지 새삼 헌법을 보아야 했다. 분명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면서 헌법에 의하여 구성된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정이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헌법은 대통령에게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나서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끊임없이 밝혀지고 있다.

대통령의 위법행위 사실이 끊임없이 나오자 이번에는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었다.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헌법을 공부할 때 이 조문이 실제로 문제되는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 현실화 된 셈이다. 헌법 교과서에는 소추되지는 않지만 수사는 가능하다고 짧게 기술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찌되었건 대통령이 스스로 수사를 받겠다고 하여 수사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은 사그러드는 듯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변호인을 내세워 검찰 조사를 미루더니 검찰이 다른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적시하자 이번에는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 조사 결과를 부인하면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다.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데 이제는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가능한지 연구를 해야할 판이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 전국적으로 100만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핸드폰이라면 곧 꺼져버릴 5%에 불과함에도 대통령은 이제는 사과의 모습 대신 청와대에 칩거하며 끝까지 그 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직을 강제적으로 박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살펴야 했다. 헌법을 보니 그와 같은 방법으로 탄핵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대통령과 공모한 자들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적시함에 따라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는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소추안을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 대통령의 심각한 위법행위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야의 의석수,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성향 등 때문에 실제 탄핵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탄핵 결정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주권자인 국민들이 이미 그 권한을 회수한 명목상 대통령에 의한 국정 운영이 상당기간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지속적으로 사퇴 대신 탄핵을 요구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헌법을 공부할 때 맨 처음 접하게 되는 하나의 문장은 대한민국이 불의에 항거한 국민들에 의하여 이룩되어 왔음을 천명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헌법 전문 중 일부)

주권자인 국민과 싸워 이긴 권력자는 없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