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종만 시인의 “찰나의 꽃”, 가시덤불에 갇힌 순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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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종만 시인의 “찰나의 꽃”, 가시덤불에 갇힌 순실 사태
  • 오시영
  • 승인 2016.11.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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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이종만 시인이 시집 “찰나의 꽃”을 보내왔다. 양봉을 하는 이 시인은 매해 봄이면 강원도 문막에서 양봉을 하다가 11월이면 고향 통영으로 남하한다. 이 시인은 꽃과 벌은 거짓이 없다고 말한다. 꽃은 벌에게 자신의 피인 꿀을 공급하고, 벌은 꽃에게 접붙임을 통해 생명을 순환케 한다. 상호부조의 아름다운 관계이다. 서로를 해치지 않고, 서로를 돕는다. “새벽 한 시에 피었다/ 찰나에 시드는/ 꽃이 있다/ 순식간에 피었다 지기 때문일까/ 꽃은 너무 눈부셔/ 그 꽃 마음속에 지니고/ 일생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새벽 한 시/ 어둠 속에서 번쩍 피었다/ 사라져 버리는 꽃”(“찰나의 꽃” 전문, 2016년, 황금알 간). “찰나의 꽃”은 참 아름다운 시다. 순수하게 제목 그대로 꽃으로 해석해도 좋고, 밤하늘 별로 해석해도 좋고, 사랑하는 그 누군가로 해석해도 좋다. 꽃이 있는 곳이면 그 어디든 찾아가는 이종만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선하고 착하며 티 하나 없는 투명한 시다.

박근혜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로 몇 날 째 잠을 설친다. 나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일종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며 이구동성으로 깊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대통령을 향해 막욕을 해대는 주변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찌 일국의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후안무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00만 시민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촛불을 켜는 심정에 동조하며, 다음 촛불집회 때는 자신도 가족들과 함께 나가야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평생 시위나 집회를 해보지 않았던, 이제는 노년기로 접어든 이들이 너무나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면서 다음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며 자발적 의지를 발현하는 것을 보며, 정말 해도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많이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통령이기 전에 여자이기에 늙어가는 자신의 외모를 한탄하며 외모에 신경 쓰이는 것을 어찌할 수야 없겠지만, 태반주사를 맞고, 보톡스를 맞으며 “길라임”이라는 드라마 “시크릿가든” 속 여주인공 이름을 가명으로 써가면서까지, 거짓약방문의 처방을 받고, 청와대 주치의 몰래 사설병원 의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성형시술을 수없이 받아왔다는 사실 앞에 생각나는 것은 오직 하나 “강남 아줌마!!!”뿐이다. B급 가수 싸이가 세계를 누비며 “강남 스타일”을 주구장창 불러대더니,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남 아줌마”의 전형적 모습을 전세계에 외신으로 타전케 하고 있다. 전 국민을 싸구려 국민, 막돼먹은 최순실이라는 “헛바람 난 강남 아줌마” 수중에서 놀아난 대통령을 국가의 대표로 둔 미개한 국민으로 만들고 말았다. YTN은 세월호 참사 당일 국군 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청와대로 출장 간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하였다. 청와대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세간에 떠도는 박 대통령의 성형시술이나 무속 행사 참석 의혹에 대해 “대통령께 직접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다. 경호실에 확인한 결과 4월16일 당일 외부인이나 병원 차량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군 간호장교의 청와대 출입 정황이 포착되면서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감추고 감추려고 해도 진실이 “찰나의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인 모양이다.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의 감춰진 7시간”의 비밀이 밝혀질 단초가 포착되었다. 검찰의 깊이 있는 수사를 지켜 볼 일이다.

이종만 시인의 또 다른 시 “하나님은 날 두려워하고 있다.”를 보자. “늘 가난하게 살아온 나는/ 하나님에게 소송할 것이다/ 아버지보다 이십여 년을 덤으로 살아온/ 생을 뒤돌아본다/ 건강을 간구하면/ 가을날 알밤같이 사람들에게/ 건강을 떨구어 주던 하나님/ 내게는 내려주시지 않아 투병으로 살아왔다/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탱자 울타리 스쳐 가던/ 바람의 고통으로 나는 소송을 하리라/ 하나님은 날/ 두려워하고 있다/ 2차 3차까지라도 소송을/ 이어갈 것이다”(전문, 위 같은 시집 수록). 양봉을 하는 이종만 시인은 거짓된 삶을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순수한 사람이다. 서울에 올라온 김에 시집을 전해 주고 가고 싶다며 만나자 연락이 왔는데 마침 필자가 급한 선약 때문에 자리를 비우게 되어 만나지 못한 채 내려간 후 위 시집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이종만 시인의 시집 가득 “선한 마음”이 넘쳐난다. 자연 속에서 꽃과 벌과 더불어 살면서 꽃이 있는 곳을 찾아 벌통을 가져다 놓으면 벌은 열심히 꽃잎에 입 맞추며 꿀을 채취한다. 그것을 지켜보며 자연의 순리를 깨닫는 시인의 혜안이 시집 가득 넘쳐나고 있다. 벌통 곁을 지키며 강원도 산골짝 맑은 밤하늘을 쳐다보며 얼마나 수많은 별들을 헤아렸을까? 밤하늘에 잠깐 영롱하게 빛나던 별빛이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새벽 여명과 함께 스러지는 별빛을 아쉬워하며 시인은 아마도 “찰나의 꽃”이라는 시를 지었을 것이다. 꽃이 별이 되고, 별이 꽃이 되고,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며 세상 모든 것이 찰나가 되어 버리는 그 영혼의 스침 속에서 시인은 이 혼탁한 “순실의 시대”를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언젠가 “바쁜 꿀벌”이라고 표현해야 할 대목에서 “바쁜 벌꿀”이라고 잘못 표현하고서도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갑자기 생각난다. 언어의 오류는 생각의 오류이다. 생각의 오류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무섭다.

“순실의 시대”에 필자는 마음이 더 이상 피폐해질 수 없을 만큼 피폐해지고 있다. 40여 년 간 자연양봉만을 하며 살아온 이종만 시인, 가난과 병마와 싸우며 일생을 살아오면서 뭔가 하나님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에 60줄이 훨씬 넘어 “하나님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일생을 선하게 살아오지 않고서야 감히 하나님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도 탱자나무 가시에 찔리는 바람의 고통으로 처절하게 하나님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는 시인의 각오는 하나님마저 시인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2차, 3차까지라도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남은 일생 잘못하고 있는 하나님을 상대로 끈질기게 소송을 감행하겠다는 시인은 용감하다. 이종만 시인의 삶을 잘 알기에 필자는 이 시인의 하나님 상대 소송을 적극 지원한다. 나야 때 묻은 시인이자 변호사로서 하나님을 상대로 감히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원고가 되겠다고 나설 수는 없지만, 이종만 시인의 소송대리인이 되어 줄 용의는 있다. 그래 하나님을 상대로 소송을 하자.

하나님은 왜 이다지 불공평하신가? 어찌 이 땅에 최순실 같은 악한 영을 가진 여자를 호의호식하게 살게 하면서, 영혼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좌지우지하게 방치하시는가? 3ㆍ1독립선언을 통해, 4ㆍ19 혁명을 통해, 6ㆍ10 서울의 봄을 통해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는가? 피 흘려 세운 대한민국이 이렇게 최순실이라는 여자,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농단된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2차 대국민사과문을 낭독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으며, 특검 조사에도 응하겠다.”라며 울먹였다. 하지만 막상 검찰의 참고인 출석 요구에 대해 거부의 몸짓을 해보이고 있다. 며칠 전 자신이 전국민 앞에서 한 “눈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는 모습에서 거짓말쟁이가 또 한 번 더 거짓말을 추가한 꼴이 되었다. 하여튼 거짓말을 잘 한다. 그 동안 국민 앞에서 해 온 거짓말, 그것도 아주 능청스럽게 세상에 이런 선한 모습이 없을 정도의 가면을 쓰고 해온 거짓말이 쌓이고 쌓여 바벨탑이 된다.

이종만 시인의 또 다른 시 “가시는 가시를 평화롭게 한다”를 보자. “가시덤불을 본다/ 가시가 가시를 찔러라고 손뼉을 쳐 본다/ 고개 떠밀고 들어가고 싶은/ 가시덤불의 가시가 가시를 찔러라고/ 가시덤불 세차게 흔들어 본다/ 참새 떼가 가시덤불 속으로 날아들면/ 가시덤불은 가시를 감춘다/ 가시가 가시를 위해/ 서로를 감추고 있다/ 가시덤불 속으로 손 넣었다/ 날렵한 고양이 발톱으로 할퀴고 있다/ 망개 열매 붉은 핏방울 흘리게 한다/ 가시는 가시를 평화롭게 한다” (전문, 위 같은 시집 수록). 시인은 말한다, 가시는 가시를 평화롭게 한다고. 가시가 가시인 것은 인간에게만이다. 장미가 가시를 품은 것은 인간이 아름다운 장미를 꺾으려 하기 때문이고, 가시나무가 가시를 지닌 것은 하나님이 가시더러 가시나무가 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시는 가시를 찌르지 않는다. 가시는 참새 떼, 즉 자연에게는 무한히 선량하다.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간 참새는 상처받지 않고 그냥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단지 인간만이, 가시더러 가시를 찌르라고 훈수를 놓고, 찌르지 않는 가시덤불 속으로 스스로 손을 집어넣어 망개 열매 붉은 피를 철철 흘린다. 선한 시인의 눈에 인간만이 어리석고 탐욕스럽다. 참새 떼를 받아주는 가시덤불이지만, 인간의 손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인간더러 선하게 살라고 했더니 세상을 온통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필자는 순실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 정말이지 상식을 믿고 살아온 60여년의 세월이 철저하게 배반당하고 농락당한 현실 앞에서 내 심중에 중심이 되었던 상식의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내 삶의 기초인 선함이 붕괴되는 처절한 아픔 속에서 황폐화되고 있다. 구박하는 시어머니를 미워하다 보니 며느리가 나중에 며느리를 보자 자신이 못된 시어머니가 되어 있더라는 꼴이다. 웬만해서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데, 최순실이 밉고, 박근혜가 밉다. 이렇게 미워하는 마음이 필자를, 수많은 사람의 영혼을 피폐하게 하고 있다. 이 지옥 불구덩이 속에서 “이종만 시인”이 필자를 구원하고 있다. 밤하늘의 별을 쳐다볼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하나님을 향해 소송이라도 해볼까 하는 장난끼도 발동하고, 가시는 가시를 해치지 않으며 서로 평화롭게 한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이종만 시인의 시집 마지막에 수록된 시 “황홀경에 빠지다”를 본다. “이동을 한 날/ 하늘을 새까맣게 떠받들고/ 별들을 날려 보낸다/ 나무들도 키를 낮춰/ 벌떼들을 날아가게 한다/ 새들도 두려움에 숲 속을/ 빠져 날아 간다/ 별들에게 놀란 하늘 속의 구름/ 두 손으로 얼굴 감싼 여인 같이 달아 난다/ 봉장 맹렬하게 짖던 멍멍이도/ 제집 속으로 숨어 버린다/ 별들의 입맞춤에/ 산들이 하얗도록 아카시아 꽃/ 황홀경에 빠진다” (전문, 위 같은 시집 수록). 짝짓기를 못하고 있던 아카시아꽃들이 벌들의 입맞춤에 얼마나 황홀해 했을까. 시인만이 느낄 수 있는 황홀경이다. 시인의 시를 접한 독자들의 황홀경이다. 순실 사태가 끝나면 온 국민이 정의의 승리를 다시 확신케 되며 황홀경에 빠질 날이 올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할 것 같지는 않다. 남은 임기 15개월 동안 100만 시민 촛불집회가 1000만 국민 촛불집회가 될지, 탄핵으로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수많은 반동이 조직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수많은 부역자들이, 순실의 부역자들이 가면을 쓴 채 국면전환을 획책하고 있다.

하지만 하야가 되었든, 탄핵이 되었든, 아니 오히려 반격을 당하던 15개월은 흘러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마무리될 것이고, 그 사이에 수많은 진실들이 까발려질 것이다. 그녀의 대통령 재직기간이 찰나가 되어 버릴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찰나의 꽃”이 될 것 같지는 않고 “영원한 악취”가 될 성 싶다. 왜 거짓말을 계속 하며 반성하지 않을까? 정말 보톡스를 너무 많이 맞아 얼굴 근육이 굳어버린 것일까? 그러다 양심까지 굳어버린 것일까? 이종만 시인은 말한다. 가시는 가시를 평화롭게 한다고. 촛불집회에 모인 선한 양심들이 가시덤불을 이루고, 서로의 가시를 보듬어 안을 때 밤하늘 영롱한 별처럼, 벌들의 입맞춤에 황홀경에 빠지는 아카시아꽃잎처럼 “찰나의 꽃”이 모든 선한 국민들 마음속에 피어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이종만 시인이 하나님을 상대로 소송하듯 소송을 제기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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