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CSI 학과) 노명선 대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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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CSI 학과) 노명선 대표교수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10.31 1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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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과학수사 영역 크게 확장되는 추세”
“공정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재 양성할 것”
“변호사시험 개선에 대해 진지한 논의 필요해”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과학수사 분야 최고전문가와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한 일반대학원 과정의 과학수사학과(가칭 ‘CSI'학과)가 국내 최초로 성균관대학교에 개설됐다.

과학수사학과는 수사 및 조사, 감사, 검증, 감정 업무의 전문지식을 습득한 과학수사 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수사기법과 도구 또한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8년간 검사생활을 했던 노명선 교수는 2005년부터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본지와의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26일 오전, 그는 미국에 갔다가 막 귀국한 시점이었다.

미국의 주 범죄수사국 중 가장 큰 범죄연구소인 SAN BERNADINO COUNTY SHERIFF'S DEPARTMENT에 과학수사학과 학생들의 견학 협조를 요청하고 연구 교류 등을 제안하고 왔다는 노교수에게서, 과학수사학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검사 생활 하는 동안 직접 부검한 시체가 50여구 되는데, 이번에 미국 가서 법의학실을 들어가봤더니 마침 총기사건이 얼마 전 있었잖아요, 그 사건을 직접 다룬 곳인데, 부검실에 갔더니 100여구 가량 되는 시체가 늘어서 있더라구요. 대단했죠. 18년 동안 부검한 양을 한 번에 다 봤어요”

국내 과학수사의 체계화와 전문화의 길을 내기 위해 그 동안 묵묵히 터를 다져왔던 노명선 교수에게서 그가 설립한 과학수사학과 및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청해 들었다. 또한 로스쿨 제도에 관한 그의 생각 역시 아울러 들어보았다.
 

▲ 사진 강미정 기자

- 이번에 신설하신 과학수사학과의 첫 신입생 모집이 얼마 전 끝났는데요. 아직 과학수사학과가 생소하기만 한 청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과학수사학과 설립의 의도와 교육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번 모집에 법의학이나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아주 건설적이고 역량 있는 학생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원을 해주었더군요. 저는 2008년 디지털 포렌식 시험제도를 만들어 시행했고, 2013년에는 이것이 법무부 국가공인을 받았죠. 이번이 8회째 시험이고 현재까지 500여명의 합격자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들이 수집·분석한 증거를 법정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은 있지만 이런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교육기관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죠.

우리의 과학수사란 직무교육 형태로 실무가들이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는 식으로 전수될 뿐이에요. 미국은 대학 단계에서부터 과학수사가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됩니다. 우리는 국가가 ‘이런 기술 필요하다, 이런 도구 필요하다’ 하면 그때마다 대학에 용역을 주는 식으로 하나씩 개발해 왔는데요. 그러다보니 이론 따로 실무 따로 가게 되는거죠. 산학협력이 대학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었어요.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과학수사 분야에서, 우리 과학수사학과가 직무윤리부터 철저히 교육된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해 성과를 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신설하신 학과의 세부전공과 예상되는 사회진출분야를 소개해 주세요.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의 세부 전공으로는 디지털 포렌식, 법과학, 법안전 등 3개 분야가 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컴퓨터, 모바일 등 특수저장매체에 기록된 전자적 정보의 수집, 이동, 분석절차에 관한 이해와 감정기법 등을 주 내용으로 한 교육을 받을텐데요, 관련 수사기법과 도구의 개발·검증 등 R&D사업과 법원의 감정업무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예요. ‘법과학’은 DNA감정, 법의학, 마약 및 독극물 분석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법안전’은 교통사고분석과 보험사기, 화재감식 등에 관한 체계적 지도와 연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소정의 과정을 마치면 실무역량을 갖춘 연구리더 및 전문가로서 사회진출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됐죠.

국가기관·공공기관의 수사 및 단속 업무 등은 물론 민간기업의 산업기술유출, 회계부정, 불법행위, 사건사고 등 조사와 감사, 분석, 감정 등을 할 것입니다. 향후 포렌식 수사와 법 감정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할 예정인 만큼 실용가능성이 매우 높은 학문 분야입니다.

- 그렇잖아도 지난 5월 디지털 기기의 증거 능력을 확대하는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디지털 증거법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수사의 영역이 어마하게 확장될 것 같은데요.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문제인데요. 성립의 진정의 문제에 있어 제312조 조서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법정에서 부인하더라도 영상녹화물 그 밖의 객관적 방법에 의해 증명이 되면 증거능력이 인정됐어요. 그러나 제313조 진술서의 경우에는 그런 조항을 미처 넣지 못했죠. 그래서 요즘같이 컴퓨터, 모바일 등 매체를 이용한 정보저장이 일상화된 때 피고인이 스스로 컴퓨터에 작성한 내용을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어도 당사자가 부인하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할 방법이 없었어요. 312조 같은 ‘영상녹화물 그 밖의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하면 된다는 조항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제313조에 들어간 것이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형사소송법에 ‘디지털포렌식’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민간조사업(탐정업)도 이제 허용이 되면 그 활용이 훨씬 확대될 것입니다. 또 법조시장의 세계화 등으로 영미법계의 전자증거개시절차(e-discovery)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추세에 있는 만큼 컴퓨터포렌식 분야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어요.

- 디지털 포렌식 자료만으로 문서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는 있는가요. 그 한계점도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증거능력과 관련한 한계로는, 디지털 포렌식으로 작성자가 누군지와 작성한 시간대가 언제인지는 밝혀낼 수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삭제해도 남고 조작마저 가능하지 않은, 컴퓨터에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영역이 있는데요. 조작한 흔적이 있다면 그것까지 전문가들은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아까 이야기한 형사소송법상 ‘성립의 진정’ 문제에 있어 피고인이 자신이 작성한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르는 문건이다”고 부인할 때, “너는 언제 이 문서를 분명히 작성했어”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 때 그 사람이 작성한 문서가 바로 이 내용의 문서인지에 대해서는 증명할 길이 아직 없습니다. 현재 언급하고 있는 동일성, 무결성 이론만으로는 이를 커버할 수는 없겠지요. 이에 대해서는 판례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기다려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 교수님께서는 과학수사에 있어 감정, 직무윤리를 강조하시고 계시는데요, 그 내용은 무엇인가요?

저희 과학수사학과는 기초과정에서 직무윤리를 상당히 강조할 예정입니다. 사람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수사현장에서는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마약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확실한데 마약만 나오지를 않았을 때, 수사관들이 직접 마약을 들고 가서 서랍 같은데 넣고는 모른 척하면서 “여기 마약이 나왔다!”하는 식이죠. 이런 아날로그식 수사에서의 위법을 막기 위해 요즘 변호인과 피의자측은 압수수색 과정에서부터 변호인 참여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입회하면 수사의 위법을 막을 수 있다는 건데, 컴퓨터 수사 같은 경우엔 단순히 비전문가가 입회하는 방식만으로는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어요. 컴퓨터가 돌아가는 것을 쳐다보고 있어본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것이 잘 되고 있는 건지 문제가 있는 건지 알 턱이 없는 겁니다. 컴퓨터 수사에서 이런 입회인 역할을 할 사람 또한 포렌식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직무윤리는 무엇보다 중요하죠.

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e-discovery 절차에서는 상대가 요구한 자료, 이를테면 지난 세달간의 결재서류를 제출해 달라고 했을 때 자기한테 불리하면 몰래 삭제하거나 조작해서 넘겨주다가 과징금 폭탄을 맞기도 하는데요. 일전의 삼성-애플 소송 때 우리가 봤죠. 그런 검증 또한 포렌식 전문가가 해야 될 부분이구요.

앞으로 탐정업이 허가되면 이런 민간 조사업자들이 위법행위를 많이 할 것이란 말입니다. 미국의 경우 사인의 위법행위는 문제삼지 않아요. 독일의 경우 형량을 해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면 증거로 인정해 버리죠. 우리는 판례의 입장이 독일식을 따르고 있지만 미국과 같이 영장없이 남의 컴퓨터를 가져다가 조사를 해서 증거를 제출하고 하는 경우들이 자주 생길 것입니다. 이들을 감시 감독하는 등 직무윤리를 세우는 문제도 앞으로 우리가 다뤄야 할 부분이죠.
 

▲ 사진 강미정 기자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로스쿨제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서울지검 형사6부 수석 검사 시절인 때 지재권과 컴퓨터 수사를 맡았어요. 나는 당시 지재권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알지도 못했거든요. 그 때 맡았던 사건 중에 삼성이 IMT2000 이라는 핸드폰 사업을 하는 중 LG와 경쟁관계가 되었는데, LG도 연구소를 차리고 모바일 사업을 시작하면서 삼성의 그 분야 핵심인력을 스카웃한 일이 발단이 된 사건이 있었어요. 삼성이 영업비밀 누설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고소를 해왔죠. 막막할 수밖에요. 삼성이 개발했다는 기술 자체를 이해해야 하는데다 그 기술이 LG의 사업에 어떻게 이용되고 어떤 형태로 구현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으니, 수사를 잘 마치고 법원을 설득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판사나 검사도 잘 모르는 분야다보니... 전문가들이 만들어 준 자료를 가지고 검사나 변호사는 법정에서 읽고, 판사도 곤란했을 겁니다.

지금 로스쿨은 법률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이러한 딜레마들을 해소하고자 설계된 부분도 큽니다. 각자 다른 전공인 회계, 세무, 경제, 컴퓨터 공학 등을 학부 과정에서 배운 사람들이 대학원인 로스쿨에 와서는 소송 기술을 배우는 겁니다. 이렇게 자신의 전공영역에 법실무가 결합된 사람들이 현장에 나가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는거죠. 우리 때처럼 법학만 하다 온 사람은 법이 다루는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또 한 가지 이런 로스쿨 체제하에서는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등 유사직종은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예정됐습니다. 저는 특히 법무사와 관련해 지난 2011년 ‘법무사제도론’이라는 책을 발간한 일이 있는데, 로스쿨 제도에 맞춰 직역통합이 이뤄질 것이니 법무사 시험을 통한 신규 법무사 선발을 그만하고, 대신 과도기적 상황에 있는 기존의 법무사들에게 소액 대리권을 허용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법정변호사처럼 법정에 들어가지는 않아도 대리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주자는 취지인데, 과도기적 상황에만 국한되는 일시적 조치로 말이죠. 로스쿨 제도는 인재들로 하여금 자신의 전공분야에 맞게 변호사로서 사회 각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변호사 시험제도는 어떤가요?

로스쿨의 가장 시급한 개선점이 변호사시험 부분입니다. 현재 변시는 선택형과 사례형에서 이론과 실무의 비율을 6대 4 정도, 기록형 시험에서 3대 7 정도 비율로 묻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로스쿨의 이론교수와 실무교수의 비율이 5대 5 정도인데, 이러한 변시의 이론과 실무 비율 때문인지 5대 5인 교수 비율이 적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죠. 제가 보기엔 이론교수 대비 실무교수 비율을 좀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은 실무교육기관이니까요.

무엇보다도 로스쿨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론과 실무를 다 가르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험만은 이론과 실무를 다 소화한 학생들이 치를 정도로 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는 이론도 실무도 학생들은 수박 겉핥기로 배울 뿐입니다. 지금 학생들 들고 다니는 책을 보면 교수가 쓴 교과서는 거의 없습니다. 교수들 책은 팔리지도 않아요. 학원 책으로 통일했습니다. 지금 고시학원화가 다시 되고 있는거죠. 이건 변호사시험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무는 어차피 이론의 토대 위에 세워집니다. 기록형 시험을 없애든지 해서 로스쿨 3년 내 학생들이 이론이라도 충실히 정립하게 하고, 실무는 나가서 배우게 하는 식의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학원 통해 변호사시험에 기술적으로만 대처하는 방식을 배우면서 로스쿨 과정을 보내는 것을 막으려면 변호사시험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 끝으로 과학수사학과에 관심을 갖는 청년 등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학수사의 영역은 그 중요도와 필요성이 날로 커지는 데 비해 우리 변호사들이나 청년 세대들이 이에 대해 아직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과학수사에 대한 이해만 있어도 기초실무가들은 그 업무가 한층 도약될 것입니다. 변호사들만 하더라도 변론할 것이 상당히 생길 거예요.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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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생 2016-11-03 04:09:03
1,2차 시험난이도 및 공부분량 평가: 법무사시험이 변시 능가하는 게 지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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