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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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53)
  • 박준연
  • 승인 2016.10.21 1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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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과 네트워킹

로스쿨 진학을 위해 미국에 가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이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쓰는 단어가 이 네트워킹(networking)이다. 업무나 취직 등 구체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로스쿨에서는 꽤 많은 네트워킹의 기회가 있다. 제일 많은 네트워킹 행사는 로펌에서 회사 전반 혹은 특정 프랙티스 분야를 홍보하기 위해 로스쿨 재학생들과 소속 변호사들을 만나도록 하는 리셉션이다. 학교 근처의 레스토랑을 빌려 리셉션을 개최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가 너무 바쁠 때는 아무리 학교 근처라도 참석을 못했지만, 관심이 있는 회사이면 공부를 하다가 도서관에서 나와 잠시 참석을 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장소가 평소에 가본 적이 없는 레스토랑이고 해서 가본 적도 있다. 처음 이런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의무교육 과정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고, 로스쿨 진학 전엔 영어권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선, 그때나 지금이나 특히 어려운 것이 처음 만나는 사람과 가볍게 나누는 대화이다. 긴장을 해서 얼굴 표정이 더 굳어지지 않았나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래도 몇 번 참석을 하다보면 생각도 바뀌게 되고, 그렇게 고통스럽지도 않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가벼운 마음으로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을 하게 되어서였다. 드물지만 가끔, 이런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취직 기회를 알아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생각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대형 로펌에서는 채용 과정이 상당히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변호사를 만나서 좋은 인상을 남긴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채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대신 이런 행사는 현업에 종사하는 변호사들에게 궁금한 부분을 자세히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행사 전에 시간 여유가 있으면 회사 홈페이지를 보고 궁금한 점을 몇 개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질문을 하려고 했다.

나중에 일을 시작하고 로스쿨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리셉션에 참석하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구체적인 질문이 있으면 대화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런 네트워킹 행사를 성격상 즐기면서 새로이 사람들을 만나는 변호사들도 물론 없지 않다. 다만 내가 경험적으로 느낀 것은, 나를 포함해서 내향적인 성격의 변호사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방이 눈치챌 정도로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업무니까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렇다고 성격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로스쿨에 다니고 로펌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은 내향적이고 모르는 사람과 사교활동을 하기 보다는 혼자서 일하는 상황을 즐기는 변호사들이 나뿐만 아니고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요컨대 로펌 주최의 네트워킹 행사에서는 로스쿨 재학생으로서 참여하든 로펌 변호사로서 참여하든 긴장을 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니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준비를 미리 하고, 마음을 편하게 갖는다고 해서 반드시 네트워킹 행사 참여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신기하게 이야기가 잘 통하는 상대방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이야기가 겉돌기만 하는 상대방도 있다. 이야기가 특히 잘 통했던 사람에겐 이메일로 짤막하게 감사인사를 쓰기도 했다. 그렇게 이메일을 한번 주고받고 나면, 나중에 혹시 질문이나 부탁을 할 때 연락을 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꼭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청한다기 보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여러 리셉션 중 하나에서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와 길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 회사와 면접을 하게 되면서 그때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것이 면접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면접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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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팬 2016-10-22 17:47:02
누나재밌어요. 다음엔 로스쿨중에 학비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했는지 누나이야기랑 현지인의 경우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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