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괴물’되는 것을 막는 것이 법의 사명”-김두식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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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괴물’되는 것을 막는 것이 법의 사명”-김두식교수
  • 법률저널
  • 승인 2004.06.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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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한동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검사 출신 대학교수가 법과 법조계의 허상을 폭로하는 <헌법의 풍경>(김두식, 교양인)이라는 책을 내 화제다. 특히 법조인이면서 대학교수인 지은이가 ‘동업자 의식’도 없이 특권으로 가득찬 우리 법조계의 모습을 폭로하고 비판했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끈다.

‘헌법의 풍경’이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느끼는 ‘법’이라는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시민들이 알아야 할 법의 기본정신을 스케치처럼 가볍게 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법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서 국가란 언제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과, 그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법의 사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그 법을 다루는 법률가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 법률가들이 지금까지 시민의 권익보다는 자기 집단이나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주로 봉사해 온 것이 우리 법조계의 초상이었다며 결국 헌법상의 여러 권리들은 마치 휴지조각처럼 길거리에 나뒹굴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책에서는 그처럼 잊혀진 대표적인 권리들로 양심의 자유, 말하지 않을 자유, 그리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꼽고 있다.

일반 시민과 법 사이의 철저한 괴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90년대 말까지 바늘구멍 같은 시험을 통해
법률가들을 선발해 왔기 때문에 그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누구라도 특권층이 된 것처럼 착각했고, 사회도 그런 법률가들의 특권을 인정해온 결과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삶이 일반 시민들의 그것과 너무 큰 간격을 보이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른바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시민의 봉사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여전히 의뢰인들에게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지 못했고, 시민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로 가득 찬 법전이나 그런 용어들로 진행되는 재판이 시민과 법의 괴리를 심화시킨 면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질문에 김 교수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한 하급심 판결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양심의 자유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와 국방의 의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가 부딪히는 매우 미묘한 지점을 논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의 여러 가치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장이 되어야 할 법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표출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대체복무라고 하는 제3의 길을 찾아가고자 하는 노력도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다.

사법개혁과 현 사법시험 제도 등에 대해서도 그는 어떤 제도도 우리의 일그러진 법문화를 단숨에 해결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다만 사법연수원과 몇 개 대학 출신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 단일한 엘리트층을 구성하고 모두가 가족 관계처럼 얽혀있는 지금의 법조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독립성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로스쿨, 법조 일원화, 시민 참여를 포함한 여러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현 사법시험 제도도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는 견해다. 제도의 틀 안에서 합격자 수를 대폭 늘릴 수만 있다면 법과 시민의 유리라고 하는 우리 법문화의 왜곡도 상당히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시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말에 누구나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사법시험을 준비하지만 합격하고 나면 일순간에 그 꿈을 잃고 법조계가 요구하는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치게 된다며 합격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처음의 꿈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헌법의 풍경/김두식 지음/311쪽 1만2000원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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