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강분의 미국 대안적 분쟁해결(ADR) 제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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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분의 미국 대안적 분쟁해결(ADR) 제도 (5)
  • 문강분
  • 승인 2016.09.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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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분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
법학박사 / 공인노무사    

판결보다는 민간전문가에 의한 ADR로 사건해결을 촉진하는 미국의 법원ADR

미국 연방법원이 최근 94개 연방의 지방법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 의하면 조정(Mediation)을 필두로, 사건 심리(Case Evaluation), 간이배심(Summary Jury Trial), 조기사건평가(Early Neutral Evaluation), 사건화해회합(Settlement Conference) 절차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당사자가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법적 분쟁을 다루는 법원 특성상 중립적이고 간이한 방식으로 법원판결의 결과를 예측하여 화해를 촉진하는 평가적 ADR절차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연방법원에서의 ADR 도입과 시행은 각자의 지역 규정(Local Rule)에 의해 하나 이상의 ADR 제도를 설정하도록 한 ADR 법(ADR Act)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각 주의 법원들도 각자의 규범에 근거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ADR이 활성화되어있다.

북부 캘리포니아의 경우 비구속적 중재(Non-Binding Arbitration), 조기사건평가(Early Neutral), 조정(Mediation)이 있고 제한적으로 판사에 의한 조기화해회합(Early Settlement Conference)과 민간분야의 ADR절차 활용이 가능한 ADR-Multi Option Program이 운영되고 있다.1) 이 지역에서 소가 제기되면 일정비율의 사건은 자동적으로 이 프로그램으로 배정되며, 당사자의 합의 또는 신청이 있거나 판사의 직권으로 배정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배정되면 당사자는 법원에서 정한 기한까지 그 사건에 대해 어떤 내용의 ADR절차를 이용해야 할 것인지 협의해야 하며, 법원에서 정한 기한까지 특정한 ADR절차를 이용하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하고 수소법원은 사건을 그 절차로 회부해야 한다. 그런데 합의가 이루어지지지 않거나 당사자가 조기사건평가를 희망하면 당사자에게는 ADR 전화회합이 요구된다. 전화회합은 말 그대로 당사자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는 가운데 전화로 절차를 협의하는 것이다. 이때 ADR담당직원은 당사자들에게 그 사건에 맞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거나 조언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특정 절차 이용이 합의되면 해당 절차로 회부되지만, 합의가 되지 않으면 사건관리회합(Case Management Conference)이 진행된다. 이 회합에서 수소법원은 다시 당사자와 프로그램 이용을 협의하는데 ADR담당직원은 판사에게 적절한 프로그램을 추천하거나 사건을 ADR절차에서 제외하도록 건의할 수 있다. 회합에서 당사자가 특정 프로그램을 합의하여 수소법원이 이를 승인하거나 판사가 적합한 절차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직권으로 ADR 절차에 회부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당사자들에게 다양한 ADR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마련되어있지만, 중복적으로 ADR을 선택하도록 하는 절차를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ADR절차 이용을 강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법원ADR은 전문가로 구성되는 ADR전담부서에서 ADR프로그램을 기획·시행·관리·평가하고, 당사자와 변호사, 판사, 법원직원을 교육하는 운영상의 전문성을 배경으로 한다. 또한 절차에 반드시 의사결정자와 선임된 대리인의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실질적 운영을 도모하고, 무엇보다 ADR절차와 소송절차를 엄격하게 구분해 운영한다. 어떤 ADR 절차든 여기서 행해진 일이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엄격히 준별하고 있다. 한편 ADR절차를 진행하는 조정, 중재, 조기사건평가의 순서로 자격요건을 두고 있는바, 예컨대 조정인의 경우도 7년 이상 법관련 업무에 종사하여야 하고 민사소송지식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ADR의 참여가 반드시 폐쇄적인 것만은 아니다. 필자는 LL.M 과정의 필수교과목인 중재 클리닉(mediation clinic)을 이수하면서 LA법원 조정인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졸업 전 2013년 상반기 동안 LA 대법원의 자원봉사 조정인(volunteer mediator)으로서 필수 사건수인 24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법원에서 건물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보증금의 반환을 다투는 사건, IT 서비스를 제공한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대금 지급을 다투는 사건, 웨딩드레스의 품질에 불만이 있어 대급지급을 거절하는 사건과 같은 민사사건들에 대한 조정을 수행했다. 당시 동급생이던 6년차 개업 변호사 R은 한 학기 동안의 실습에 그치지 않고 민간 자원봉사조정인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수년간 법원 자원봉사를 지속한 끝에 현재는 직업 조정인(Commercial Mediatior)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업 조정인으로서 성장경로가 불투명한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물론 법원ADR에 대한 의미 있는 우려와 비판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송 천국이었던 미국 사회, 사소한 분쟁도 모두 재판을 통해 해결하던 미국이 이제 소송과 준별되는 별도의 ADR 전문가들을 통해 ADR절차를 기획·운영하고, 로스쿨을 포함한 민간기관과 긴밀한 연계 하에 ADR전문가 풀을 확장시키면서 대부분의 사건을 판결이 아닌 ADR로 해결하는 시대를 열어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소송보다 양보”를 권한 링컨의 이야기는 꽤 잘 소통된 것이 아닌가.

각주)-----------------
1) 북부 캘리포니아 사례는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협의회가 발간하는 조정마당 열린대화 제7호에 게재된 황승태 판사의 “미국의 법원부속형 ADR의 운영현황”(2013)을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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