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스쿨에서의 변호사시험 대비 모의시험에 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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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스쿨에서의 변호사시험 대비 모의시험에 대한 의견
  • 이창현
  • 승인 2016.09.02 11:2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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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시험과는 달리 변호사시험에 있어서는 모의시험을 전국 로스쿨이 함께 실시하고 있고 모의시험의 성적이 로스쿨 졸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좀 특이하다고 느껴진다. 변호사시험을 대비한 공부를 로스쿨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준비시켜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는데, 매번 채점 및 강평을 하면서 가지게 되는 의견이 있다.

첫째로 출제되는 문제들에 대해 의아심이 계속 생기게 된다. 이미 변호사시험이 5회나 실시되었고 그동안 모의시험은 20회 가까이 실시되었기에 출제될 문제가 거의 고갈되었다고 할 정도이기에 출제자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행되어야 한다고 하고(변호사시험법 제2조) 이에 따라 구체적인 출제기준도 실무에 기반을 둔 법률지식 중심의 문제 등으로 되어 있는데, 변호사시험을 대비하는 모의시험이 이를 과연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필자는 형사법 사례형의 채점과 강평을 맡고 있는데, 가령 올해 1차 제2문에서 ‘乙이 노숙자 B를 둔기로 때린 후 그의 시계를 강탈하고 다음 丙이 B를 심하게 때리고 마지막으로 甲이 주먹으로 B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고 하면서 상해의 동시범 특례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수많은 법조인들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위와 같은 사건을 평생 1번이라도 다루어 볼 수 있을까? 또한 2차 제2문에서는 ‘乙이 丙에게 B를 살해하고 스마트폰을 없애버리라고 지시하였으나 丙이 B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C를 B로 오인하여 살해하고 C의 스마트폰을 부수어버린 경우에 乙의 죄책을 가장 가볍게 하기 위한 논거를 제시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만일 乙의 변호인이 되어 법정에서 “피교사자의 객체의 착오를 교사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방법의 착오로 보아야 하고 그 법적 효과에 관해서는 구체적 부합설에 따라 乙에게는 살인미수교사 등이 성립한다”고 주장하면 담당 재판부는 얼마나 황당해 할까? 그리고 2차 제1문에서는 ‘경찰관이 甲을 적법하게 긴급체포하였으나 ①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못하여 석방된 경우와 ② 체포적부심사청구를 통해 석방된 경우로 나누어 甲을 다시 긴급체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극히 예외적인 체포적부심에 다시 극히 예외적인 재긴급체포라니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문제에 놀랄 뿐이다. 로스쿨생들이 3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에 공부해야 할 부담이 엄청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변호사시험을 떠나 당장 실무에서 조금이라도 활용될 수 있는 법률쟁점이 아니라 그저 ‘평가만을 위한 문제’는 제발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로 1년에 3회나 실시되는 모의시험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 대비할 기회가 되고, 대부분의 로스쿨에서도 모의시험을 졸업시험으로 대체하는 등 그 효용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변호사시험과 모의시험의 많은 문제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매년 3회씩이나 실시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다. 6월, 8월 그리고 10월에 계속 이어지는 모의시험으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의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가 어렵고, 로스쿨 정규교육과정에도 상당히 지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1회나 많아도 2회 정도로 실시 횟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로 모의시험 사례형과 기록형에 대해 해당 로스쿨 교수들에게 채점을 맡기면서 채점기준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을 ‘대외비’로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로스쿨 학생들은 정확한 채점기준을 요청하고 있으며 교수들도 채점기준을 기본으로 하여 채점을 한 후에 강평을 할 때에 채점기준을 알려주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슨 큰 나쁜 짓이나 되는 것 같은 불편함이 계속된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그런데도 모의시험 직후에 신림동 서점에는 과목별 채점기준표가 암암리에 판매되기도 하고, 모의시험을 주최하는 법전원협의회에서 모의시험 해설집까지 판매한다고 하니 더욱 이해하기가 어렵다.

로스쿨 학생들은 모의시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측정해 보는 한편으로 변호사시험에 대비한 공부를 하게 된다. 이러한 모의시험이 로스쿨의 학생들과 교육과정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변호사시험과 모의시험이 로스쿨에서의 올바른 법학교육을 위해 큰 기여를 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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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2016-09-05 02:25:52
법학에 대한 문외한들을 데려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무와 연관된 문제를 낼수 있습니까??교수님께서 예로드신 문제는 정말 쉬운 문제인데 그것도 법학 초보자에게는 쉽지는 않죠

ㅎㅎ 2016-09-04 18:11:42
저 교수말은 로스쿨 제도 자체가 돈 많이 내고 변호사 쉽게 내는 데 초점이 있는건데 왜 문제를 어렵게 만들어서 합격률을 낮추냐는 건데, 미칠 노릇이겠지 ㅋㅋㅋㅋㅋ 애들이 합격을 못하고 변시낭인으로만 남아있으면 자기네들이 옛날 커리큘럼 그대로 옛날 강의노트 그대로 해서 연봉만 수배로 받는게 의심받을테니 ㅎㅎㅎㅎ

ㄱㄴㄷㄹ 2016-09-04 02:42:38
로스쿨 정상화.. 로스쿨은 애초부터 정상적인 적이 없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비정상 입니다.

참... 2016-09-03 20:39:56
로스쿨 들여올때부터 애당초 말했잖아. 사법시험보다 질 좋은 문제를 출제하는건 원시적 불능이라고. 그런데도 밀어붙여놓고 이제와 저런 식으로 푸념하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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