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에 도주 권유 경찰, 범인도피죄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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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에 도주 권유 경찰, 범인도피죄는 무죄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6.08.23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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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위반 교사죄는 인정돼...징역 6월 등 선고

[법률저널=정인영 기자] 음주운전자가 운전한 차에 동승한 경찰관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자에게 그냥 가라고 권유하고 다른 동승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한 경우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교사죄는 성립하나 범인도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먼저 “교통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자에게 도망가라고 권유한 경찰관이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사고후미조치)의 교사죄를 인정받아 그로 인해 파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기본적인 임무를 소홀히 하였기 때문에 원심(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등)의 형이 무겁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위 경찰관이 음주운전자가 도주한 후 다른 동승자에게 ‘운전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진술할 것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의 작성이 곤란해진 것은 위 경찰관이 허위진술을 요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음주운전자가 도주하였기 때문”이라며 위 경찰관에게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A씨는 운전업무 종사자로 2015년 7월 16일 새벽 5시 경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 시속 약 50km로 진행했다.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전방과 좌우를 잘 살피고 안전한 속도와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 A는 이를 게을리한 채 술에 취해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도로에 있는 자전거도로 휀스 및 가로수를 승용차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동승한 피해자 B와 C에게 각각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폐쇄성 흉부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하고 수리비 약 18만원 상당의 일산동구청 소유의 자전거 휀스를 손괴했음에도,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다.

이로써 A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제1항제2호와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상후도주),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제1항에 의해 원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다가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가 인정돼 징역 8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 의정부지방법원 본관/ 사진: 의정부지원 홈페이지

한편 경찰관인 피고인 D는 A의 친구이자 동승자로 A가 이같은 죄를 범한 사실을 알고도 A에게 ‘그냥 가’라고 말해 A로 하여금 사고현장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도록 교사했다. 또한 피해자 B에게 112, 119 신고를 취소하게 하는 한편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운전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할 것을 부탁했다.

이로써 D는 사고후미조치의 교사범이 인정됐는데, 재판부는 “사고후미조치죄는 사람의 사상, 물건의 손괴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을 것을 필요로 하는 고의범으로서, 과실범인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치상죄 및 도로교통법 제108조의 죄와는 그 보호법익, 주체, 행위 등 구성요건이 전혀 다른 별개의 범죄(대판 2004도6955 참조)”라고 판시, ‘과실범인 도로교통법위반죄에 대한 교사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D의 항소를 기각했다.

범인도피죄에 대해서는 원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 이창섭)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D가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범인도피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 B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하여 출동경찰관이 A에 대해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음주측정을 하는 등의 수사를 하는 것을 곤란하게 하고 A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여 벌금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D가 B에게 ‘동승자는 없었고 운전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경찰관에게 말하라고 한 사실이 인정되나 그가 A를 대신해 운전자 행세를 한 것은 아니므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운전자를 검거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했어야 했던 점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의 차량은 사고현장에 남아있었으므로 경찰은 차적 조회 등의 방법으로 실제 운전자가 누구인지 추적이 가능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경찰이 사고 발생 3일 후 실제 운전자인 A를 소환, 조사했다는 점 ▲경찰이 A에 대해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음주측정을 하는 등 수사가 곤란해진 것은 D가 B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찰이 사고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A가 도주했기 때문인 점을 이유로 들어 D가 B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한 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형이 가볍다고 항소한 검사와 형이 과중하다고 항소한 D에 대해서는 “D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아니한 점, 피해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의 직위에 있음에도 불구, 자신의 안위만을 염려한 나머지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고 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아니한 점 등이 인정된다”면서 “다만 D가 초범인 점, 이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파면되는 점, 그 밖에 D의 연령, 범행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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