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열불 나는 전기료 누진제, 한 번 뭉쳐 고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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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열불 나는 전기료 누진제, 한 번 뭉쳐 고쳐 봅시다
  • 오시영
  • 승인 2016.08.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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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바뀌겠다고 야단이다.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당대표 선거에서 열심히 자신이 변신할 것임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당선 후 첫 일성은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로, 바뀌지 않겠다고 다시 원위치로 변신하였다. 바뀌리라고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표로 당선되자마자 첫 일성으로 바뀌지 않겠다며, 잘못되었으니 바꾸자는 이들을 향해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건 여당 소속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국회의원들은 각자가 헌법기관이고,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따라서 국민을 위해 옳다고 판단되는 것은 따라야 하지만, 옳지 않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하여는 반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게 옳은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은 무조건 옳다는 전제하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복더위 속, 전기료 누진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큰 숫자에 약하다. 거대한 숫자의 위력을 경험해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작은 숫자에 대하여는 대단히 민감하다.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십조가 언급되는 대단위 숫자에 대하여는 전혀 감이 잡히지를 않는다. 그 덕에 이명박 정권 시절 40조 가까운 돈이 들어간 4대강살리기사업이나 100조 이상이 들어간 해외자원개발사업 등에 대하여는 그냥 맨숭맨숭하다. 그게 잘못되어 4대강이 녹조 일색으로 물이 썩어가고, 식수를 위협하고, 여기저기에서 놀란 공무원들이 썩어가는 물을 썩지 않게 하겠다며 이러저러한 약품을 살포하며 계속 돈을 쏟아 부어도 몇 몇 선각자적 환경론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심각성을 별로 깊이 느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을 종북이니 좌빨이니 하며 공격하기조차 한다.

필자는 “대표당사자소송”이라는 저서를 통해, 불특정다수의 소액 피해자들이 입게 된, 모아놓으면 거액이 되는 피해구제에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는 영미법제도인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유해독성 가습제피해를 가져온 옥시 사건이나 연비와 유해배출물질 등을 속여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 폭스바겐 자동차 사건 등에서 피해자인 소비자들이 손쉽게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한국전력의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5ㆍ6년 전부터 일부 소비자들이 공동소송을 통해 누진제의 문제점을 밝히고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판결을 하고 있지 않다. 판결하겠다고 변론을 종결하였다가 다시 심리를 계속해 보아야 하겠다며 변론을 재개하는 등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 참으로 비겁한 사법부의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은 “사실 확정과 그 확정된 사실에 대한 법률 적용”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많은 재판은 “사실 확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 확정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지만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그 사실을 전제로 한 “법률 적용”은 참으로 쉬운 일이기 때문에 금방 재판이 끝나게 된다.

한국전력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공급자이다. 대한민국 2,200만 가구는 촛불이나 호롱불을 켜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 한 한국전력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때 소비자는 한국전력이 일방적으로 계약의 일부로 사용하기 위해 작성한 “약관”에 동의하여야 한다. 전기공급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소비자는 할 수 없이 촛불잔치를 벌이거나 호롱불 원시시대를 살아야 한다. 문제는 한국전력이 전기공급약관을 통해 부당한 가격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1Kw 내지 100Kw는 Kw당 54.6원, 101Kw 내지 200Kw는 112.8원, 201Kw 내지 300Kw는 162.9원, 301Kw 내지 400Kw는 235.2원, 401Kw 내지 500Kw는 345원, 501kw 초과 시는 643.9원으로 최저구간 대 최대구간의 차이는 11.7배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요금체계가 전기공급약관에 규정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이 계약 당시 그러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약관을 사실상 받아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읽어 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읽어본들 전기를 사용하려면 일단 그 약관에 동의가 강제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반발할 수도 없다.

그런 까닭에 일단 전기공급계약이 체결된 이후 사용자가 이사를 가는 등 바뀌더라도 자동 동의한 것으로 처리되고, 한전에서 전기 요금을 올릴 때에도 자동 동의한 것으로 취급된다. 이에 대해 오래 전 개인 소비자가 부당하다며 자신은 요금 인상안에 동의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인상된 요금을 낼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자동동의규정을 둔 약관에 의해 그 효력이 유효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다 보니 한전이 요금을 올리면 전국 소비자는 모두 자동 동의한 것으로 되어 인상된 요금을 자동적으로 부과받고 있다. 또 한편 아파트 같은 집단주택의 경우 전 가입자가 밀린 체납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새로 입주한 자가 그 밀린 요금을 내야 한다는 약관이 있었는데,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밀린 전기료를 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전기요금을 이원화하여 공용에 사용된 전기료(가로등이나 엘리베이터 가동 시 사용되는 전기료 등)는 밀린 전기료를 새로 입주한 소비자가 내어야 하지만, 전 가입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전기료(냉장고나 가정용 전구에 사용되는 전기료 등)는 낼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하여 일부 감면이 허용되기도 하였다.

현재 전기료의 차등 적용, 즉 산업용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사용 한도에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야간 등에 사용할 경우 요금을 할인해 주는 등 우대정책을 쓰는 것과 반대로, 가정용은 이런 할인제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최저 요금의 11.7배에 달하는 전기료폭탄을 맞게 되어 있어 심히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공동소송(공동소송과 집단소송은 서로 다른 제도이다. 당사자가 다수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공동소송은 소송에 참가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원고나 피고가 되어야 하는 소송이고, 집단소송은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음에도 한 사람이 대표자로 나서서 소송을 진행하되 그 판결의 결과가 참여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도 미치게 되는 특별한 소송제도이다. 미국은 집단소송을 허용하여 한 사람이 전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아 불특정 다수의 소액 소비자들이 구제를 받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종류의 집단소송은 증권관련 소송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바, 필자의 위 저서에서는 모든 소비자들 피해의 경우에 일반적인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의 쟁점은 “위와 같이 차별 요금을 강제하고 있는 전기공급약관이 유효”한가 여부만 판단하면 되기 때문에 큰 쟁점이 없는 사건이라고 할 것인데, 사법부가 이 판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물론 위 약관에 대한 유효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서는 “한전의 전기요금 원가계산”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러한 원가에 대해 적정한 이윤이 보장된 전기료를 전제로, 국가의 전기 공급 능력의 적정수준 보장을 위해 전기요금의 차등화의 정당성 여부를 판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정확한 전기요금 원가를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제시하지 않고 얼무버리면서 막연하게 전기요금이 적정하다고만 주장하고 있고, 분에 넘치는 영업이익금으로 주주들에 대한 배당잔치만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공공기업”은 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공공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이어서는 안 되고, 국민 전체의 편익을 위한 서비스제공기관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적자를 보더라도 상관없다고 하겠다. 그 적자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출된 비용이므로 세금으로 보전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올 여름 무더위는 진짜 장난이 아니다.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폭염은 입추가 지났음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덥다. 그런데 국민들은 전기료폭탄으로 인해 에어컨도 마음 놓고 제대로 켜지 못한 채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삼복더위를 식히려고 에어컨을 틀면 5만 원 정도 전기료를 내던 소비자들이 누진제 때문에 2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보통의 서민으로서는 그렇게 엄청난 전기료를 부담하는 것을 감수하며 에어컨을 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올림픽까지 겹쳐 한밤중에 중계를 보다 보니 전기료가 더욱 폭증하기에 이르렀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때 양정모 선수가 처음으로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전 국민이 감격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권투, 유도, 레슬링 등 헝가리 정신이 필요했던 경기에서 얻어터져가며 메달을 땄던 우리나라가 사격, 펜싱, 양궁 등 남을 때리거나 남으로부터 맞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력만으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조금은 고급스러워 보여 기분이 더 좋다. 한편 박태환 선수의 리우 올림픽 참가를 불허하여 그의 예선 전 종목 탈락을 가져 온, 박태환 선수 이외에 아무런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그의 참가를 막으려 횡포를 부려 온 수영연맹 관련자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 남자축구팀이 2승1무의 전적으로 8강 본선 진출에 C조 1위로, 자력으로 진출하였음은 대견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대한민국은 정치만 좀 잘 되면 어디 내 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나라이고, 백성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당대표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하지만 너무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고 “무조건 옳소!” 할 것이 아니라, 당ㆍ청 관계가 올바르게 관계정립이 될 수 있도록 소신 있는 정치를 해 주기 바란다. 그가 당선 직후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을 방문하여 함께 협력하여 국가발전을 이룩하자는 협력을 부탁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반대로 기존 당대표(비상대책위원장)보다 더 청와대에만 치우친 견해를 밝힘으로써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물론 그의 개인적 친화력을 잘 활용하거나 합리적 분별력이 잘 작동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청와대 의견만을 집행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당내 반대세력을 지나치게 무시하거나 탄압하려 한다면 새누리당은 분당이 될 수도 있고, 진짜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현명함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할 것이다.

약관규제법에 의해 약관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그래서 최대 요금 차이가 11.7배가 되는 전기료부과체계가 잘못 되었음을 인식한 상식적인 공무원이 있었다면, 아니 그것을 인식하고 고쳐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한 용기 있는 공무원이 있었다면, 정부의 눈치 보지 않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있었다면, 감독관청인 산업자원부 장관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합리적 애민정신이 있었더라면, 사법부의 소신 있고 용기 있는 판결이 있었다면, 국민이 에어컨도 켜지 못한 채 열불 나 씩씩거리는 국민의 열불, 천불남을 이해하는 정치인들이 있었다면, 올 여름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 놓고 올림픽 경기를 마음 놓고 응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불과 전체 국가 전기소비량 중 13% 남짓 소비하는 가정용 전기를 통제하여 국가 전체의 전기공급수요를 조정하겠다며 전기료폭탄을 퍼붓는 우매한 정책에 속아온 국민들이 불쌍할 뿐이다. 역시 힘없는 소비자는, 갈가리 찢어진 국민의 힘은 별 볼 일 없는 것인가. 어디 한 번 뭉쳐서 이번에는 썩은 호박이라도 찍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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