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자기지배' 민주주의의 논리적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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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자기지배' 민주주의의 논리적 방어
  • 신희섭
  • 승인 2016.08.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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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복잡하게 되었다. 앞선 논의에서 민주주의를 자기가 자기를 지배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그럴싸하지만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은 3가지 문제로 귀결되었다. 답변자는 이 문제를 정리하는 것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했다. “당신이 질문한 문제점은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겠군요. 첫 번째 문제는 당위를 강조하는 경우에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합의된 당위를 만들 수 있는가하는 점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바람직함이라는 기준으로 특정 결과를 만들거나 정책을 결정할 때 그 바람직함이라는 당위는 보편적 기준에 의해 작동 될 수 없고 사회구성원들 각각이 가진 도덕과 당위에 기반을 둔 합의에 의해 구성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즉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그 구분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할 때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 각각의 문제에 대해 자기 지배가 가능하게 하는 점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도덕주의의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보편적인 기준 설정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덕의 문제에서 순순히 개인으로만 치환되는 도덕이 있고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이것은 도덕상대주의로 귀결됩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 합의가 없는 도덕 무정부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덕과 당위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로마 시대 사상가들이 믿었던 자연법과 같은 원리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다는 것입니다. 살인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른 사람에게 이유없이 고통을 가하지 않는 것과 같은 당위는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작동합니다. 간혹 다른 국가에서 벌어지는 인간에 대한 인권침해나 대량학살 등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인간 안에 합의를 할 수 있는 도덕적 기준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니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와 같은 특정 결과를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첫 번째 문제가 이론적인 주제라면 두 번째 문제는 현실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고민을 담습니다. 만약 모든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당위가 아니라 구성원들 각각이 가진 기준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도덕과 당위의 충돌이 벌어졌을 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게 되겠죠. 예를 들어 미국에서 낙태문제는 두 가지 도덕 기준의 충돌을 가져옵니다. 첫 번째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산모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관련됩니다. 두 번째는 낙태로 인해 생명을 잃어버릴 태아의 생명권입니다. 두 가지 기준과 가치 모두 도덕적으로 중요한 것이기에 쉽게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어느 하나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때 가치 판단이 필요하죠. 게다가 그 가치판단을 내리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의견도 갈리게 될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현재 한국에서 이슈가 된 ‘김영란법’도 동일합니다. 공직자와 어론인과 같이 공공성을 가진 이들의 부정부패를 없애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가치와 접대로 돌아가는 시장의 경제활성화라는 가치도 충돌하는 것이죠. 다만 이 경우는 도덕적인 문제와 실제 이권이라는 문제가 충돌한다는 점에서 다르겠죠. 어찌 되었든 단순히 한 가지 가치만을 보호하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경우에 있어서 도덕기준에 대한 구성원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만장일치로 결정될 수 없기에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가치를 공동체의 가치로 보게 됩니다. 그러니 자기지배를 강조하는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당위와 결과에 대한 해석이 다를 경우에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당위만을 강조한다고 하여 반드시 루소식으로 단일한 기준에 의한 만장일치식 민주주의를 운영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에서 당위를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런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준을 정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즉 공리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합의를 만들 수 도 있고 롤즈(J. Rawls)가 제시한 공정성(fairness)을 기준으로 하여 좀 더 복잡하게 합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도덕적 기준이 세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 문제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이자 현실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민중(demos) 혹은 인민(people)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라고 보면 민주주의에서 리더십은 사실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인민이 지배하는 경우 인민전체가 리더가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민중의 지배를 관철하게 되더라도 현실에서 정치적 판단을 수행하고 이를 관철시켜나갈 수 있는 민중의 대리인이 필요하죠. 그러니 지금과 같은 사이즈의 국민국가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는 반드시 리더를 필요로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논의하는 자기 지배적 민주주의 뿐 아니라 절차를 강조하는 제도적 민주주의에서도 동일합니다.

그런데 자기지배 민주주의에서 리더십 문제는 더 중요합니다. 제도를 강조하는 민주주의를 ‘절차적’민주주의로 정의한다면 우리가 논하고 있는 자기지배 민주주의는 ‘실질적’민주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이해할 때 인민이 지배하는 제도와 절차를 구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볼 때 민주주의는 인민과 민중의 의견을 표출하고 이것을 정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도자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이 구비되지 않으면 실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죠. 대통령이 되었든 수상이 되었든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 장이나 지방의회가 되었든 이들 리더들은 인민의 의사를 실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자 기관입니다. 따라서 절차적 민주주의에서는 지도자 선출을 위한 ‘규칙’에 집중하여 더 좋은 이들을 선발함으로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민주주의인 자기 지배 민주주의에서는 특정 결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선출된 리더들에게 이 결과는 위임되어진 것으로 이들은 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여기에 자기지배 민주주의의 모순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즉 지향된 목표인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데 그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해석하고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방법과 구성원들을 단합하게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결정자 즉 리더가 필요합니다. 자기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고 사회적 억압과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다는 자기지배 민주주의가 자기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위해 인민들은 지도자를 선발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논리적인 모순이 생깁니다. 인민의 자기지배를 관철하게 하는 대리인의 등장이 되는 것이죠. 이 부분은 조금 복잡한 몇 가지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도덕 문제를 넘어 리더십과 민주주의라는 다른 기준이 중요하게 되면서 논의는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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