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 자살' 빚은 검찰문화, 이제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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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사 자살' 빚은 검찰문화, 이제 바꿔야 할 때다
  • 법률저널
  • 승인 2016.07.29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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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故) 김홍영(33) 서울남부지검 검사에게 폭언·폭행을 해 죽음에 이르게 한 상급자 김대현(48·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에 대해 해임이라는 최고 수준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감찰위원회를 열어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김 부장검사의 해임 청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감찰위원회 권고에 따라 김 총장은 법무부에 김 부장검사의 해임을 청구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후배 검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 비위로 해임된 사례는 김 부장검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검사는 검찰청법 제37조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당하거나 금고 이상 형을 받지 않는 이상 파면되지 않기 때문에 해임은 가장 무거운 징계다. 해임이 확정되면 김 부장검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 개업이 3년간 금지되며 연금도 25% 삭감된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가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한 201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2년 5개월을 대상으로 감찰했다. 이를 통해 김 검사와 다른 검사, 검찰 직원, 공익법무관 등에 대한 폭언·폭행 등 17건의 비위 사실을 확인했다. 감찰 결과 김 부장검사는 결혼식장에서 독방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예약한 식당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김 검사에게 모욕적 언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식이나 회의 중 일 처리를 문제 삼으며 손으로 어깨·등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법무부 근무 당시엔 법무관들이 술자리에 오지 않거나 한꺼번에 휴가 결재를 올렸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거나 검사와 법무관들을 불러 세워놓고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짓구겨 바닥에 던지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법조인력과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폭언이나 모욕 등 인격 모독적 언행을 일삼은데다 억압적이고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은 숨이 막힐 정도로 괴로워했다는 증언이다. 올해 1월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으로 인사이동이 됐을 때 직원들이 내심 환호했을 정도로 김 부장검사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 전 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9년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41기로 수료한 뒤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서울남부지검에 부임한 33세 2년 차 검사였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전도유망한 청년이다. 이런 엘리트가 지난 5월 갑자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김 부장검사의 해임만으로 김 검사의 명예를 되찾을 수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에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김 전 검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후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족과 국민에 대한 진정한 사과일 것이다.

김 부장검사가 품성이나 그동안의 행위로 검사로서의 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했음에도 계속 검찰에 몸담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구시대적인 조직 문화, 즉 비뚤어진 상명하복 분위기가 상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찰의 경직된 수직적 문화는 후배 검사에 대한 인격적 모독을 정당화했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도 군말 없이 따르는 것을 당연시하도록 했다. 때로는 이런 문화가 업무 이외의 사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돼 젊은 검사들에겐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 됐을 것이다.

지금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 수준이다. 고질적인 전관 비리에다 검찰의 독점적 권력이 빚은 파렴치한 사건이 잇달아 터져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적격심사를 강화해 부적절한 검사를 걸러내야 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검찰의 낡은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빈부나 권력의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존귀히 여김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바르게 사는 것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목표인 사회,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권력이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병든 사회를 먼저 치유하지 않은 한 검찰의 권한을 축소한들, 상명하복의 문화를 개선한들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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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안참아 2016-07-29 16:58:07
시늉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라!
눈감고 아웅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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