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언자 진의에 합치하면 ‘유언 구수’ 요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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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유언자 진의에 합치하면 ‘유언 구수’ 요건 인정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7.1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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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공증인이 작성해 온 내용 유언자가 긍정
1심 “요건충족 못한다”..원심이 파기, 대법 확정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민법 제1068조 소정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취지의 구수’요건에 대해 유언 내용이나 유언 경위로 보아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요건을 충족했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종전의 대법원 판례와 같은 시각이지만 1심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과 입장이 배치돼 눈길을 끈다.

망인은 2011년 12월경 고혈압 및 당뇨 등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1년에 가까운 투병생활 끝에 사망했다.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처와 자녀 4명이 있었다.
 

 

A법무법인은 망인의 사망 전 창원시 소재 사무소에서 망인과 증인 두 명의 참여 하에 A법인 공증담당변호사 甲의 면전에서 망인이 유언 취지를 구수, 공증인 甲이 이를 필기낭독했으며 망인과 위 증인들이 정확함을 승인한 후 甲이 망인 대신 서명하고 증인들이 각자 서명날인했다는 공정증서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망인의 부동산은 장남에게 유증한다. 단, 장남은 상속 등기후 10년 이내에 차남 및 삼남에게 각 3천만원, 딸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고 망인의 처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말일 60만원씩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 민법 제1060조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어 유언은 법에 정해진 대로 엄격히 제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안에서 문제가 된 ‘공정증서 유언’에 대해 제1068조에서는 △증인 2인 참여 △유언자가 공증인 면전에서 유언 취지 구수 △공증인이 유언자 구수를 필기해 유언자와 증인에게 낭독 △유언자와 증인이 필기의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 중 ‘유언자가 공증인 면전에서 유언 취지 구수’의 요건이 충족됐는지가 사건의 쟁점이 됐다.

1심은 ▲공정증서가 작성된 날 망인의 의식 수준은 심한 졸음이 있는 상태로 자극을 주면 깨어나지만 곧 잠들어 버리는 ‘기면 상태’였던 점 ▲자신이 놓여 있는 장소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인 ‘장소 지남력’이 흐린 상태에 있던 점 ▲A법인 사무소에서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는 공정증서상 기재와 달리 실제로는 甲이 망인의 중환자실에 방문한 것이었던 점을 고려했다.

또 ▲甲은 사전에 망인으로부터 유언 내용을 들은 적이 없고 장남으로부터 유언 내용을 들은 것인 점 ▲甲이 작성해 간 공정증서 내용을 망인은 듣고 “예”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 것 뿐인 점 ▲서명날인을 대신할 뚜렷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데도 망인의 서명날인을 甲이 대신한 점 등을 살펴 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언이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입장을 달리했다.

2심은 먼저 “유언의 방식을 엄격히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취지의 구수는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를 엄격히 제한해 해석하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비록 공증인이 미리 유언내용을 기재해 온 다음 이를 낭독했더라도 유언자의 구수내용을 필기해 낭독한 것과 다를 바 없음이 인정되면 유언취지의 구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망인이 공정증서 유언과 같은 취지의 내용을 제3자에게 이야기했던 점, 망인의 간단한 구술 답변이 단순히 수긍이 유도된 질문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다.

망인의 서명날인을 甲변호사가 대신한 사정 역시 망인이 이를 직접 할 수 없어 공증인이 대신 할 수 있는 경우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장남을 제외한 망인의 처와 나머지 형제들인 원고가 예비적으로 청구한 유류분 반환 청구는 인용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 원심과 같은 취지로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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