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시민단체·고시생들 연이어 기자회견 개최
사시존치 고시생 모임 한양대에 정보공개청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서울의 모 사립 로스쿨이 대학별로 등급을 매겨 차별한 내부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소위 ‘학벌 카스트제’에 대한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하 고시생 모임)’과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하 사걱세)’은 한양대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이 한양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해당 문서의 출처가 한양대 로스쿨이라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언론을 통해 확인된 서류전형 총점은 220점으로 서울 소재 사립 로스쿨 중 한양대 로스쿨의 2015학년도, 2016학년도 서류전형 총점이 유일하게 공개된 자료와 일치하고 있다.
고시생모임은 “현 로스쿨 협의회 이사장인 이형규 교수가 있는 한양대 로스쿨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말로만 공정과 평등, 윤리를 떠드는 로스쿨의 민낯을 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간 각 로스쿨이 응시생에게 공표하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의 형식적 반영 방법 및 비율이 실질적인 반영 비율 및 방법과 차이가 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돼 왔고 교육부가 로스쿨 부정입학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질반영 방법 및 비율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음에도 각 로스쿨은 이를 거부했다”며 “로스쿨이 공개를 거부한 것은 학벌과 나이 등의 평등권 침해 요소를 적용해 입학자들을 선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모의고사 응시율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지급한 사례도 언급됐다. 고시생 모임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들은 모의고사에 매번 참석하기 쉽지 않은데 응시율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지급한 것은 오히려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많은 학생들이 추가 혜택을 받게 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시생 모임은 로스쿨의 고비용 문제와 현대판 음서제 논란, 짧은 수학기간과 부족한 실무교육 문제, 재정난으로 세금과 재단적립금, 타단과대 자금 등이 투입되는 문제, 지방 로스쿨 재학생이 변호사시험 합격 후 서울과 수도권에 취업하거나 개업하면서 로스쿨 도입 취지 중 하나인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않은 점, 기초법학 교육 황폐화, SKY 편중 현상 등을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고시생 모임은 “한 사람의 인생을 19세 대학입학 당시에 고정시켜 놓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보고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현대판 음서제, 돈스쿨, 로스쿨은 대한민국의 법조인력양성제도로 부적합하므로 폐지돼야 하고 57년간 공정성과 평등성,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없는 사법시험이 존치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양대에 로스쿨 개원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입학전형자료 중 정성평가 및 정량평가의 실질반영 방법과 반영 비율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같은 날 사걱세는 전 로스쿨의 입학과정에 대한 감사 및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걱세는 “모 로스쿨이 서류심사 단계에서 출신 학부를 다섯 등급으로 나눠 최고 등급과 최하 등급 간에 무려 40%의 격차를 두는 등 사실상 ‘출신대학 등급제’를 운영했고 등급 간 감점 폭이 너무 커서 법학적성시험 성적이나 전문자격증으로도 만회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발표됐다”며 “무슨 근거로 SKY 대학 출신자들의 성실성이 C, D 등급 출신 대학 지원자들에 비해 우수하다고 평가하는지 어안이 벙벙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입시 선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편견과 차별 없이 수험생이 가진 능력을 중심으로 공정하게 선발하는 것인데 이런 가치를 저버렸다”면서 “출신학교로 지원자를 차별하고 출신학교에 대한 가산점이 지원자가 가진 다른 능력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걱세는 학벌에 의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로스쿨에 대한 감사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제안했다.
내부문건이 공개된 로스쿨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학벌 차별’이 일부 로스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내부자들의 지적을 감안해 모든 로스쿨을 대상으로 ‘입학 심사 과정에서의 출신학교 차별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또 ‘학벌 차별’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고교, 대학, 대학원의 입학전형과 기업의 취업 심사 과정에서 출신 학교를 기입하지 않는 ‘표준 지원서’ 양식을 이용해 서류 심사 단계를 넘어 인터뷰 면접 단계에서도 차별이 이뤄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20대 국회에 촉구했다.
사걱세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다양한 경력을 가진 로스쿨 지원자들이 경력과 무관하게 학벌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상황을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 ‘학벌 차별’의 심각성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