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우진용 시인의 '밥값'과 아까운 청년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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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우진용 시인의 '밥값'과 아까운 청년들의 죽음
  • 오시영
  • 승인 2016.06.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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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우진용 시인의 “밥값”은 “밥을 만드는 쌀미(米)는/ 좌우상하 두루 평등하다/ 누구나 밥은 먹어야 하고/ 밥 앞에서는 공손해야 한다.// 밥에서 법이 나왔다/ 밥 나누는 것이 법이다// 밥(米)은 八十八 번의 땀방울이다/ 땅 위로 벋은 八이 하늘의 뜻이라면/ 하늘 아래 八은 땅의 수고로움이다/ 천지가 만나 비로소 밥 하나를 이룬다.// 밥이 하얀 성자의 모습으로/ 사방팔방으로 빛나는 이유이다// 밥은 앞에 간 자의 몫이다/ 그러니 모든 밥값은 외상이다// 밥값 해.”(전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6. 5-6월호에 발표)라고 모든 밥값은 앞서 간 자들에 대한 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밥값을 벌기 위해, 밥값을 벌지 못해 아까운 젊은이들의 죽음이 자꾸 이어진다. 지난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안전문) 작업 중 열아홉 살의 청년이 전동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두개골이 너무 심하게 함몰되어 어머니조차 얼굴을 제대로 알아 볼 수 없어 “내 아들이 아니야”라고 오열했다는 보도가 모든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그 청년의 가방에서 나왔다는 컵라면이 그가 처했던 현실의 배고픔을 적나라하게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원래 2인 1조로 작업하도록 작업 매뉴얼은 되어 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나이 어린 청년 혼자서 여러 군데의 지하철 스크린도어 보수공사를 하고 다니던 중 구의역에서 결국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중 1∼4호선 구간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는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컴이라는 두 업체에 외주를 주어 스크린도어의 유지ㆍ보수 업무를 위탁한 반면, 5∼8호선 구간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은성PSD 담당구역인 구의역에서 이번에 사고가 발생하였고, 유진메트로컴 담당구역인 강남역에서는 지난해 8월 정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인천국제공항의 경비업무를 외부업체에 방만하게 위탁하여 보안시스템이 중국여행객에게 허술하게 뚫리는 문제가 발생한데 이어 안전보수업무를 값싸게 외주하다 보니 제대로 안전관리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외주업체 직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사고를 당하는 역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사고방지를 위해 파견나간 근로자들이 오히려 사고를 당하는 아이러니가 그 놈의 경비 절감이라는, 돈 때문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은성PSD는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역 대부분인 97곳을 160여 명의 직원으로, 유진메트로컴은 서울역ㆍ시청ㆍ강남ㆍ잠실ㆍ사당 등 큰 역 24곳을 약 30여 명의 직원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은성PSD와의 계약기간이 5년으로 비교적 단기여서 2016년에 그 계약이 만료되게 되어 있었는데, 서울메트로는 더 이상 외주를 주지 않기 위해 지난 5월 23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직접 안전관리 자회사를 설립하여 은성PSD가 담당해온 지하철역에 대한 보수공사를 직접 담당하는 구조개혁안을 의결하였는데, 그러한 와중에 결의 닷새 후인 5월 28일 이번 구의역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반면에 또 다른 보수업체인 유진메트로컴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은 계약조건이어서 계약과정에 무슨 흑막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족하다고 하겠다. 은성PSD는 1~4호선의 대부분인 97개역을 담당하지만 맡고 있는 지하철역의 규모가 작아 광고효과가 크지 않아서인지 그 계약기간은 단기여서 수시로 업체를 바꿀 수 있는데 반하여, 1~4호선 중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대형환승역인 서울역ㆍ시청ㆍ강남ㆍ잠실ㆍ사당 등 24곳을 드문드문 발췌하여 유진메트로컴에게 특혜성 선택적 보수를 맡겼을 뿐만 아니라 그 계약기간도 2차에 걸쳐 2004년(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및 2006년(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에 2024년과 2028년까지 최장 22년이라는 긴 기간을 계약기간으로 보장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한 업체에 특혜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최저수익율도 연 9%를 보장해 주기로 하는 특약을 체결하였고, 더 나아가 그 계약을 주도한 서울시 1급 공무원이 계약체결 직후 위 업체에 특혜성 취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위 유진메트로컴은 위 지하철역 보수공사의 대가로 해당 지하철역의 광고수익금을 갖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위 대형지하철역은 환승역이어서 환승객이 넘쳐나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커서 다른 지하철역에 비해 업체의 광고비가 고액일 뿐만 아니라 광고하겠다는 업체도 많아 광고수익도 많을 수밖에 없어 매년 수십억 원씩의 흑자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참변을 당한 젊은 청년의 월급은 144만원이었고,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사망한 29세의 청년 또한 비슷한 처지였던 것이다. 이처럼 서울역, 강남, 잠실, 사당 등 목 좋은 환승지하철역의 광고운영권을 유진메트로컴이라는 한 보수업체에 몰아주기 위해 “어느 역에서부터 어느 역까지 구간별 수리업체를 지정하는 일반적 방식”을 취하지 않고 “광고수익이 높은 특정 지하철역을 발췌 선정하는 특별한 방식”을 취하여, 그것도 최장 2028년까지 장기독점권을 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서울메트로는 도대체 무슨 속셈의 공적 업무를 수행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업무를 담당한 고위직 서울시 공무원이 퇴직 후 그 업체에 취업하기조차 하였으니, “서울시는 복마전”이라는 옛말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은성PSD가 보수하던 곳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보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유진메트로콤이 보수하는 곳은 계약기간에 묶여 여전히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어 손을 쓸 수 없다고 한탄하였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이번 사고책임을 물어 지하철 업무를 총괄하는 신용목 도시교통본부장을 윤준병 은평구 부구청장으로 교체하였다. 공직자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나마 발 빠르게 책임자를 문책하여 공무원사회에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지하철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혁신을 단행하겠다는 사후대책을 수립하여 발표한 것은 사후약방문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어버이연합의 시위 지시 또는 협의 등으로 헌법정신을 유린한 허현준 행정관을 청와대에서 그대로 유임시키며 전혀 책임이 없다고 두둔하는 것과 좋은 대조가 되는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들에게 권한은 주되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때 책임행정, 신상필벌의 공직기강이 확립된다고 하겠다.

지난 1일 광주에서 25살의 대학생이 공무원취업준비를 하다 비관하여 20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불행하게도 바로 그 밑을 지나가던 퇴근 중이던 39세의 지방공무원에게 부딪혀 두 사람이 함께 사망하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고 한다. 숨진 공무원에게는 만삭의 아내와 6살짜리 아들이 있었고, 마중길에 나선 그들의 면전에서 그러한 황당한 죽음을 당했다니, 인간사 이를 어찌할 것인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 청년이 그리도 되고 싶었던 공무원, 졸지에 봉변을 당한 퇴근길의 공무원, 공무원이 무슨 얽힘이길래 이렇게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였는지 신이 야속할 뿐이다.

서울 구의역 19살 청년은 비정년기술직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 죽었고, 광주 25살 취업준비생 청년은 몇 차례 공무원시험에 도전하였지만 실패하여 좌절한 끝에 스스로 죽임을 당했다. 한쪽은 사고사이고 한쪽은 자살이지만, 그리고 또 한 명의 공무원은 의도되지 않은 타살을 당한 것이지만, 그 근저에는 이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커다란 사회부조리”가 자리 잡고 있는 구조적 귀결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우진용 시인은 여든여덟 번의 땀방울로 이루어진 쌀 한 톨은 좌우상하 두루 평등(米)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밥을 먹어야 하기에, 밥 앞에서 공손해야 하며, 하늘의 뜻과 땅의 수고로움이 만나, 천지가 만나 비로소 밥이 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밥이 하얀 성자의 모습으로, 사방팔방으로 빛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 모두 밥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고,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밥은 앞서 간 자의 몫이라며, 앞서 간 자들의 수고로움에 빚을 지고 있다고, 그래서 밥값은 외상인 거니 우리 모두 밥값 하며 살아야 한다고.

서울 구의역사고의 희생자 청년은 제 밥값 하겠다며 열심히 살다가 참변을 당했다.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운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절규하는 어머니의 눈물이 덩달아 슬픈 까닭이다. 집에 보탬 되겠다며, 제 밥값 하겠다며 대학진학 대신 공고를 선택하여 기술을 배운 성실한 아이, 끼니를 걸러 가며 컵라면을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다녔던 착한 아이의 죽음에 이 사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 광주의 투신대학생도 제 밥값 해보겠다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준비하다가 결국은 좌절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국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그날따라 야근까지 하고 늦게 귀가하던 그 공무원도 자신의 밥값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다가 퇴근길에 날벼락을 당했다. 남은 아내와 여섯 살짜리 아들과 태중의 아이는 어찌되는 것인가? 왜 이 세상은 이렇게 슬픈 것일까?

추모의 마음이 구의 지하철역 벽면에 다닥다닥 붙는다. 며칠 전에는 강남역 근처 주점의 공용화장실에서 졸지에 봉변을 당한 젊은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의 포스트잇이 강남역 곳곳에 나부끼더니, 이제는 구의역으로 그 추모의 포스트잇이 옮겨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추모의 노란리본과 포스트잇이 세월호참사로 팽목항과 전국 곳곳의 노란리본과 포스트잇으로 이어지고, 다시 강남역 묻지마살인피해자의 추모로, 구의역희생자의 추모로 이어지고 있다. “추모가 일상화되어가는 나라”, “추모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나라”, “밥값을 하고 싶어 죽겠는데 밥값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나라”의 국민은 참으로 슬프다. 상하좌우로 평등하다는 그 쌀 한 톨, 외상으로라도 먹을 수 있다는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없어, 먹지 못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은 비참하다.

하지만 어찌 좌절만 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런 계기를 통해 추모의 마음이 모여지는 것만큼, 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분노가 쌓일 것이고, 그 분노가 선한 방향으로 결집되어 나타난 것이 지난 4ㆍ13총선결과가 아니겠는가? 20대 국회는 이 나라가 잃어버린 정의, 잃어버린 자율권, 잃어버린 일자리, 잃어버린 국민의 밥그릇을 제대로 챙겨주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국민은 그 정치를 지켜볼 것이고, 내년 대선에서 표로 심판할 것이다. 세상이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수사당국은 유진메트로콤의 이해할 수 없는 장기계약과정에 감추어진 비리가 없는지 수사해,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역사의 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밥이 하얀 성자의 모습으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하나님께서는 그 젊은 영혼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해 주기를 바란다. 이 땅의 밥이 차갑고 부르터져 있었을지언정, 하늘나라에서 받는 밥상은 “밥이 하얀 성자의 모습”으로 “따뜻한 밥상”을 받기를 바란다. 죽은 이들의 가족들에게도 하늘의 위로가 있기를 바란다. 우진용 시인은 말한다, “밥에서 법이 나왔다. 밥 나누는 것이 법이다”라고.. 정의를 세울 때 법뿐만 아니라 밥의 문제도 함께 해결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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