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20)-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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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20)-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이유진
  • 승인 2016.05.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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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KG패스원 국어

우리의 신체 기관 중 어떤 기관이 제일 똑똑할까 질문한다면 우리는 모두 ‘뇌’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지식도 의식도 경험도 그곳에 저장되어 있으니까요. 신체 다른 기관들에게 행동명령을 내리는 것도 바로 이 뇌입니다.

하지만 이 똑똑한 녀석도 실은 자주 착각에 빠진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뇌가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뇌는 세상과 격리된 채 두개골 안에 들어 있습니다. 오로지 감각을 통해서만 바깥 세상을 인지할 수 있죠.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바로 감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한된 감각 정보를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현실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뇌는 종종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정확한 현실 파악에 실패하는 것이죠. 같은 물체가 그림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같은 소리가 제멋대로 달리 들리기도 합니다.

▲ 이유진 강사와 공무원국어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고 싶다면 이유진 강사 카페:http://cafe.daum.net/naraeyoujin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세요^^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어떤 왕이 아들 넷을 두고 있었습니다. 왕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마다 아들 한 명씩을 보내 어떤 곳에 심어져 있는 같은 과일나무를 보고 오게 했답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후 왕은 네 아들을 모아 놓고 그들이 본 나무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게 했습니다.

겨울에 과일나무를 보고 온 아들은 나무가 앙상하게 마르고 뾰쪽뾰쪽하며 갈색이라고 했습니다. 봄에 과일나무를 보고 온 아들은 잎이 푸르고 싱그러운 모습이었다고 했으며, 여름에 과일나무를 보고 온 아들은 짙은 녹색 이파리에 하얀 꽃이 아름다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가을에 과일나무를 보고 온 아들은 둥그런 열매가 달려 아주 탐스러웠다고 말했지요.

모든 왕자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들은 서로 자신이 본 것이 맞다며 우겨댔습니다. 그때 왕이 말했습니다. “너희 모두의 말이 옳다. 나무는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한다. 꽃이 아름다운 것도, 잎이 무성한 것도, 열매가 탐스러운 것도, 가지만 앙상한 것도 모두 나무의 모습이지. 그러니 너희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이 이야기의 의미 모두 아시겠지요?

우리 뇌는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압박에, 일단 이미 저장된 이미지로 오판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뇌가 착각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뇌가 상상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뇌에서 받아들이는 정보 중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각정보는 위에서 이야기한 과정을 거쳐 뇌에 도착한 후 전체 이미지로 재구성되어 저장됩니다.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어떨까요? 상상을 통한 이미지는 안구의 망막이며 시신경 등을 거치지 않고 뇌 속에서 형성되어 하나의 이미지로 저장되지요. 만들어진 경로는 다르지만 뇌에서 재구성되어 하나의 영상으로 존재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바로 여기서 재미있는 착각이 발생하는 겁니다. 우리 뇌는 영상이 밖에서 온 건지 안에서 만들어진 건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거죠.

우리가 꿈을 꿀 때 꼭 현실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죠?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다가 의식이 깨어나고 외부환경과 교류가 일어나면서 방금 전의 영상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난 꿈에 대해서도 그게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아리송한 때가 있고요. 결국 뇌는 이 이미지가 현실인지 상상인지 판단할 수 없고 결국 이것을 결정짓는 것은 나의 의지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뇌를 ‘이용할 수 있는 틈’이 생기는 것이고요.

뇌의 착각은 우리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칩니다. 간단히 레몬만 상상해 보아도 알 수 있지요. 좀 확실하게 상상해 볼까요. 눈을 감고 지금 손에 레몬이 들려져 있다고 상상합니다. 아 우선 이 글을 끝까지 읽은 후에 눈을 감아야겠네요.^^; 내용을 기억했다가 바로 눈을 감고 상상해 보는 겁니다. 여러분의 손에 들려있는 레몬은 아주 샛노랗고 잘 익은 것처럼 보입니다. 레몬을 코 가까이 가져가 봅니다. 상큼한 향이 나죠. 이제 레몬을 과도로 반 잘라보죠. 상큼한 냄새는 더 강해지고 과즙도 흐르고 있어요. 이제 껍질을 벗기고 입으로 가져갑니다. 이미 신 냄새가 코끝을 찌르기 시작해요. 앙! 물어봅니다. 레몬 알갱이 하나하나가 터지면서 레몬의 상큼하고 신 과즙이 입에 가득합니다.

어떤가요? 입에 침이 고이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침샘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상의 이미지가 침뿐만 아니라 신체 기관의 활동, 호르몬의 분비,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때로는 괴력을 내게 하기도 하지요. 이해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차력쇼를 보신 적이 있죠? 다 속임수는 아니라고요.

역사 속 지도자들 중에서도 부하들에게 이 방법을 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입니다. 조조가 어느 날 전쟁에 패한 군사들을 이끌고 높은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뒤에서 적군들은 쫓아오고 이미 싸움에는 지쳤고 설상가상으로 타는 듯한 날씨에 물도 다 떨어졌는데 가파른 언덕까지 오르게 되자 많은 수의 군사들이 낙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이 언덕을 넘기도 전에 전군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조가 군사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자! 힘을 내라! 저 언덕 너머에 살구 밭이 있다!”

그러자 지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낙오되었던 병사들도 쫓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아까 레몬을 생각했을 때의 우리처럼 이 이야기 속 군사들에게도 입속에 물기 많은 살구가 느껴졌던 것이겠죠. 그리고 맛있는 살구를 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달랠 생각에 힘을 내서 언덕을 넘었는데... 살구밭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고 보이는 것은 그저 논밭뿐이었다고 합니다. 조조가 지친 병사들이 언덕을 넘어갈 힘을 내도록 살구밭이 있다는 거짓말을 했던 것이지요.

물론 언덕을 넘은 병사들은 조조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사실 조조가 그런 거짓말로 자신들을 독려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모두 거기서 말라죽거나 적의 포로가 되었을 테니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었지요.

우리는 상상이 어떻게 사람을 원하는 현실로 데려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사들이 살구를 알기 전까지 그들의 눈에는 가파르고 긴 언덕만 보였지만 살구를 상상하는 순간 그 언덕 너머 살구밭에서 즐겁게 살구를 먹는 자신들을 상상하게 되었고, 그 결과 그 순간의 객관적인 고통들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원리를 스스로를 위한 동력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 고난 너머에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강력하게 인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조조의 군사들처럼 목표물에 대한 열망으로 당장 눈앞의 장애물 따위는 내 발목을 잡을 수 없게 될 겁니다.

‘조조처럼 누가 날 좀 속여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 분들. 내가 날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이미 답을 아는데 어떻게 다른 믿음이 나오냐고 생각하시나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나를 속여주면 참 좋지 않겠냐고요?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싶습니까? 그렇게 남에게 조종 당하며 살고 싶어요? 그렇게 원하는 자리에 오르면 뭐하나요? 된다고 생각하면 방법이 보이고 안 된다고 생각하면 장애물만 보이는 법입니다. 스스로를 속인다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네, 결국 안 되겠지요.

그렇지만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은 먼저 생생하게 상상을 하세요. 뇌가 착각할 만큼 생생한 이미지를 머리에 심어 그 상상이 우리를 끌어당기도록 하세요. 실패하는 사람은 중간 과정의 장애물만 상상하다가 결국에는 중간에 포기해 버립니다. 반면 성공하는 사람은 과정이 끝난 뒤의 성취를 상상하면서 성공 할 때까지 노력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죠? 하늘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 책만 펴면 졸음이 쏟아지는 여러분의 몸도 여러분의 의지가 강력해야만 여러분을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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