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8)-이득이 되지 않는 기억은 지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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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8)-이득이 되지 않는 기억은 지워라.
  • 이유진
  • 승인 2016.05.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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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KG패스원 국어

절대로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질병을 하나만 꼽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병을 고르시겠습니까? 만약 한 가지 병만 피할 수 있다면 저는 기억을 잃어가는 병만은 진심으로 피하고 싶습니다.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스틸 앨리스>, 너무나 예쁘던 손예진 씨와 그녀를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정우성 씨가 감동적이었던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최근 이성민 씨가 열연한 드라마 <기억>까지. 장르도 내용도 다르지만 모두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메멘토>와 최근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도 기억에 관한 영화입니다. 기억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는 것은 이만큼 인간에게 ‘기억’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이야기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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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과거에 있었던 경험이나 감정을 가리키는 말이죠. 그리고 그 기억은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과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두려워하는 것은 양쪽 기억이 무작위로 지워지기 때문이고요. 드라마 <기억>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하죠. “기억하기 싫은 것만 잊어버리는 약은 없냐?”라고. 이 말처럼 싫은 기억만 지운다면 알츠하이머 역시 누군가에게는 축복이 될 수도 있겠지요. ‘기억’은 소중한 것이지만 때론 우리를 매우 괴롭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특히 떨쳐야 할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살아갈 때는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단 것 마냥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지지요.

두 스님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길이었습니다. 길을 가던 중 냇가에서 스님들은 어쩔 줄 몰라 하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A스님이 물었습니다. “왜 여기서 안절부절못하고 계십니까?” 여인이 대답했습니다. “네, 스님. 이 시내가 깊어 도저히 건널 수가 없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스님은 이 대답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 여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보살님을 업고 시내를 건너면 되지 않겠습니까?” 여인은 반색하며 그렇게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여러 번 고개를 숙였지요. 그리고 A스님이 여인을 업기 위해 몸을 굽혔습니다. 이를 보던 B스님이 사색이 되어 손사래를 쳤습니다. “스님! 당치도 않습니다. 승려들은 여인의 몸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 모르십니까?” A스님은 아랑곳 않고 여인을 업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조심 시내를 건넜습니다. 그리고 여인을 내려주고는 “가던 길을 가시지요.”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여인을 보내고 가는 길에 B스님은 계속해서 A스님에게 방금 전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어찌 그런 일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승려가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요. 망측한 일입니다. 이렇게 작은 규범도 지키지 않으면서 당나라에 가서 성불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A스님이 빤히 B스님을 바라보다 입을 뗐습니다.

“스님, 저는 아까 그 여인을 냇가에 내려두고 왔는데 왜 스님께서는 아직도 그 여인을 업고 계십니까?”
저는 불교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아 A스님의 잘잘못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스님 중 아마도 A스님이 더 빨리 목적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요.

우리 뇌는 하루 동안에도 수천, 수만 가지 생각을 하고 이렇게 생겨난 기억들을 기억 저장소에 저장하죠. 과학적으로도 하루에 인간이 생각하는 사건의 기억의 수는 4~6만 가지라고 합니다. ‘오만가지’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나온 말까요?^^ 문제는 이렇게 생겨난 생각과 기억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떻게 사용하는가입니다. 하루를 이루는 수많은 기억들을 ‘제자리에’ 빨리 분류해두어야 삶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억이 ‘득’이 될까요. 자신에게 힘이 되는 기억, 창의적인 생각 등이 그렇지요. 반대로 ‘독’이 되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잡생각’이라고 부르는 의미 없는 생각들, 자신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인 생각들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우리 마음뿐 아니라 몸도 상하게 합니다. 2009년 결과에 따르면 냉소적이고 적대감이 강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장병 위험이 훨씬 높답니다. 또 냉소적인 사람은 노화의 속도가 빠르고 혈압과 혈당도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최악의 경우 우리를 자살로 이끌기도 합니다. 이런 기억들은 빨리 밖으로 내던져 버리거나 적어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두어야 다음 행보에 방해를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부정적인 생각들은 잊으려 할수록 덩치가 커집니다. 티끌같이 작았던 것이 어느새 산처럼 커져 나를 짓누르게 되지요. 여러분도 어떤 기억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그 기억이 머릿속에서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공부하다가 갑자기 가정문제, 이성 친구 문제, 교우 관계 문제가 떠올라서 ‘나는 ~~생각을 이제 안 할 거야. 안 할 거야.’ ‘저리가.’ 하지만 그런다고 이 생각들이 떠나지 않죠.

여러분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도록 생겨먹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자신의 의지대로 어떠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지는 석가모니나 도달했을 해탈의 경지입니다. 우리는 애초에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니 탐하지 맙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이 그냥 멋대로 흘러가다 지칠 때까지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틀린 방법은 아니지만 언제 그 생각이 지칠 줄 알고 그걸 내버려 둡니까. 좀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 기억을 떨쳐내는 법은 없을까요.

모두 파란색 코끼리를 떠올려 봅시다. 신비한 파란색, 퀸 귀, 선한 눈빛...
이런 코끼리를 떠올려 보세요. 하나, 둘, 셋...

그리고 지금부터 파란색 코끼리는 생각하지 맙시다.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다른 것은 모두 생각해도 좋지만 파란색 코끼리만은 절대로 생각하지 마세요.
하나, 둘, 셋... 좀더 충분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지금 머릿속에 무슨 그림이 있습니까?
파란색 코끼리지요?
아까보다 더 명확한 모양새의 파란색 코끼리는 이제 날개가 달려 날아다니고 수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생각은 노력할수록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며칠부터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벚꽃이 길가에 만개하더니 오늘은 바람이 불면 그 벚꽃 잎이 비가 오는 것처럼 바람에 날려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어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5년째 봄마다 들어도 절대로 질리지가 않죠. 멜로디를 떠올려 볼까요?
“봄바람 휘날리며~ ♪ 흩날리는 벚꽃 잎이~ ♬ 울려 퍼질 이 거리르~으을 둘이 걸어요 ♬”
지금!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봄, 벚꽃, 개나리. 맞죠? 앞서 이야기한 동물은 순식간에 벚꽃에 자리를 내어줬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오면 다른 생각으로 앞선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나를 감싸려던 부정적인 에너지는 사라지고 나도 모르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더 좋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우리를 만든 밑거름이지만 저는 여러분이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시간을 보내기를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 산보보다 달리기를 해야 하는 인생의 한창 때이기 때문입니다. 뒤를 돌아본 채로 뛰면 속도도 안 나고 넘어지기도 쉽습니다.

이득이 되지 않는 기억은 당연히 지워야 합니다. 그리고 힘이 되는 기억들도 가끔씩만 꺼내봅시다. 그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산보를 할 나이가 됐을 때 우리의 발걸음은 힘이 있고 당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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