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정의가 사라진 대한민국, 당신은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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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정의가 사라진 대한민국, 당신은 정의로운가?
  • 오시영
  • 승인 2016.05.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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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2016년 5월, 가정의 달 가정의 따뜻함을 이야기하기에 대한민국은 너무 정의롭지 못하다. 5년 전부터 문제가 되어 온 옥시레킷벤키저사가 제조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정부 발표 공식피해자가 221명이나 발생하였다. 그 중 어린 젖먹이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100여명이 가습기 살균제에서 품어져 나오는 독성에 의해 폐 손상을 입어 죽음에 이르렀다. 정부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치면 천여 명 이상 될 것이라 한다. 문제는 현재 증상이 나타난 피해자가 아니라 체내에 내재된 독성으로 인해 장차 폐암 등의 환자가 속출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라 하겠다. 

2011년 젖먹이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옥시 제품인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후 원인 모를 사망피해자나 폐 손상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의료기관이 역학조사를 정확하게 하고,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엄정한 과학적 수사를 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인데, 옥시레킷벤키저사가 제출한 조작된 보고서만을 믿고 “국민 여러분,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한 줄의 주의사항 당부로 사건을 덮는 바람에 피해자가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옥시 피해로 인한 가정의 비참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정부 당국과 수사 당국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몇 푼의 연구비와 뒷돈을 받는 대가로 학자로서의 양심을 팔아넘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조 모 교수를 비롯한 호서대 관련 교수들 역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11년 옥시측의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을 실험한 결과 살균제를 들여 마신 임신한 쥐 10여 마리가 살균제 독성으로 죽어 나간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실험 수치를 조작한 실험보고서를 작성하여 옥시제품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보고한 위 학자들의 죄 역시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돈이 좋기로서니 실제로 사람이 죽어 나갔고, 자기 실험실에서 임신한 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서도 기업체가 요구하는 허위 실험보고서를 작성해 준 위 교수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양심불량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산된 피해자들이 정부 보건 당국 및 수사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여도 마이동풍식으로 외면당하자 옥시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자체적인 역학조사를 하여 여론의 호응이 일게 되자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후에야 수사기관이 부랴부랴 수사에 착수하는 이 “국가공권력의 몰염치한 부작위”를 어떻게 단죄해야 할지, 도대체 대한민국에 정의가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옥시 제품 회사도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제품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들통나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자신들의 책임을 절감한다고 일방적 사과를 하였으나, 그 누구보다도 제품의 독성이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을 기업의 교활함만이 돋보일 뿐 그 사과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교육부는 25개 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과정에 대해 지난 3년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수험생들이 자신의 소개서를 작성함에 있어 대법관을 비롯하여 검사장 등 고위 법조인이나 대기업 임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가족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내용을 공공연히 기재하였고, 그러한 내용의 기재를 통해 면접관들의 정성평가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면서도 정성평가의 특성상 그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러한 자기소개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로스쿨생들에 대해 입학허가취소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발표하였다. 

정부 수립 이후 시행되어 온 사법시험에서는 이런 절차상의 문제가 노출된 적이 없었다. 사법시험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발과정에서의 문제점은 거의 없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을 통한 변호사시험이든 그 전제는 “법률가의 유일한 배출통로”라는 점이다. 법률가는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 “법을 통한 국가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국가정의,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가 법률가라고 한다면 법률가의 배출 과정은 그 어느 과정보다도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그런데 입학과정에서부터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당락을 결정하는 점수에서 정성평가비율이 로스쿨에 따라서는 70%에 이르는 곳도 있으니 그 정성평가를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계량화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성평가라는 것이 무엇인가? 좋게 말해 정성평가이지 잘못 변질되면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좋은 놈 매 하나 더 하기”이다. 즉 평가자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평가”하여 점수를 주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 평가항목에 발전가능성이라든지 법학적합성과 같은 전혀 수치화할 수도 없고, 계량화할 수도 없는 평가항목까지 들어가 있다면 그러한 정성평가의 공정성을 과연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다 보니 로스쿨의 당초 도입취지가 완전히 퇴색되어 버린 채 “자기소개서를 화려하게 작성할 스펙을 보장할 수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우선적으로 특혜성 혜택을 보는 퇴행적 결과가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성평가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자기소개서가 아버지소개서 심지어 할아버지소개서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할 정도에 이르고 있으니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업고등학교 출신자로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서울대를 비롯한 일류대학 법과대학 출신자들로 대부분 채워지는 사법시험의 문제점으로 인해 자신과 같은 고졸 출신이나 지방대학 출신자들이 외톨이가 되는 소외감을 뼛속 깊이 느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러한 사법시험의 폐해가 학교 동문, 사법시험 합격 동기, 같은 법원이나 검찰에 근무한 친소관계에 의해 재판결과, 특히 형사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을 현장에서 깊이 체험한 후 사법시험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도입코자 한 제도가 로스쿨이고, 로스쿨의 도입을 통해 소위 스카이 대학으로 상징되는 몇몇 대학 출신자들로 채워지는 법조인력 공급루트에 변화를 주어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시행 9년 만에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있음이 밝혀져 그 신뢰성을 상실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쿨제도 도입 의도는 완전 반대로 되어 기득권측의 또 다른 기득권화의 지름길 역할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런데 로스쿨 관련법에 의해 사법시험은 2017년, 내년이면 폐지된다. 그리하여 로스쿨의 문제점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국법과대학학장들이 2013년 경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로스쿨 문제점에 대한 학술대회를 열어 로스쿨의 파행적 운행의 치부 및 사법시험의 존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전국법과대학교수 800여명이 뜻을 모아 대한법학교수회를 조직하여 로스쿨의 문제점을 밝히고 사법시험의 존치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지난해만도 몇 회에 걸쳐 로스쿨의 문제점 및 법조인력 양성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최종적으로 지난 해 가을 국회에서 세미나를 갖기에 이르렀다. 최근 경북대학교 로스쿨 신평 교수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북대학교 로스쿨에서 실제 경험한 입시청탁사례를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는 저서를 통해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여론에 떠밀려 교육부는 로스쿨의 문제점을 실사하였으나 용두사미식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하여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데 앞장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법시험은 법무부 관할이었으나, 로스쿨은 대학원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교육부가 주무부서이다. 물론 변호사시험은 법무부가 관장하고 있다. 로스쿨의 문제점은 발표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자체적 평가에 의해 입시부정은 없었다고 단정지어 발표한 것은 “로스쿨의 문제점이 크면 클수록 폐지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실제 필자도 대한법학교수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교육부가 원하는 것은 로스쿨의 현상유지를 통한 교육부의 영역 확대이고, 로스쿨과 로스쿨 교수들이 원하는 것은 법조인 양성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 강화 및 권한 증대이다. 이에 맞물려 기존 기득권층 자녀들의 로스쿨에 대한 용이한 입학을 통한 법조계에 대한 직접 지배 등의 이해관계 등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하겠다.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회사 정운호 회장의 100억 원대 해외 원정 도박사건의 형사변호를 맡은 부장판사 출신의 최 모 변호사에 대한 폭행사건으로 불거진 50억 원대 수임사건이 일파만파 법조로비사건으로 확장되고 있다. 고위급 법원 및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법조 브로커와 맞물려 재판부에 로비를 벌렸던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어떻게 법조계가 이렇게 썩은 내가 진동하는지 개탄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땅에 정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에 정의가 바로 서면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기 절제가 가능해지고,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것이 망설여지게 된다. 

부정은 꼬리가 긴 법이라 혼자 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외부든 내부든 협력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듯이 온갖 비리도 여러 사람이 협의체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자신의 부정행위에 가담할 자가 없게 되어 협의체를 구성할 수 없게 되어 부정행위가 차단하는 효과가 있게 된다. 그렇지만 위에서부터 부정행위가 만연해, 윗물이 흙탕물이 되면 이 사회가, 아랫부분이 결코 정화될 수 없어, 모두가 덩달아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후안무치한 사회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가 맑아지지 못하고 부정한 사회가 된 것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특히 이명박 정권 이후 박근혜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부 고위층 및 중요 지도층 자리에 인사비리가 만연하고, 그러한 인사전횡으로 인한 예산의 낭비, 국민 혈세의 부정사용, 징벌 받아야 할 자들에 대한 승진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화되어 왔으니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정의로워지면 모든 것이 순화된다. 억울함이 줄어들고, 피해자가 줄어들고, 횡포자가 줄어든다. 앞서 언급한 옥시 사건이 그렇고, 로스쿨 입시절차의 불투명성이 그렇고, 법조비리가 그렇다. 

5월이다. 어제가 어린이날이었고, 이틀 후면 어버이날이다. 가정의 달이지만 많은 가정에 먹구름이 끼어 있고, 가정 해체가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통해 가정을 따뜻하게 결합시켜야 하고, 사회를 따뜻하게 해야 할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누구보다도 사회지도층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 세상에 악한 자가 넘쳐나는가? 당신은 스스로 생각할 때 악인인가, 아니면 선인인가. 우리 모두 자주자주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보자 “내가 선인인가 아니면 악인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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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6-05-06 00:31:07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독을 심은 자들이 반드시 심판을 당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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