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88) - Pet Stone Relat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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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88) - Pet Stone Relationship
  • 차근욱
  • 승인 2016.05.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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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거짓말! 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진짜인 모양이네. ‘애완용 돌’이라니! 그것도 신종 트랜드가 아니라 1975년부터 판매가 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고서 정말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하구나, 라며 감탄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랄까. 그럼 이 대목에서 ‘애완용 돌’에 관한 조선 닷컴의 기사 한 구절.

“애완 돌의 원조는 미국의 '펫록(pet rock)'이다. 지난 1975년 8월 카피라이터 게리 로스 달은 "먹이 줄 필요도 산책시킬 일도 씻길 일도 죽을 일도 없다"며 애완 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술자리 농담을 하다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달은 농담에서 그치지 않았다. 달은 펫록 돌보는 법과 길들이는 법 등을 실은 30여쪽짜리 설명서를 만들었다. 설명서엔 "'앉아' '엎드려'는 이미 습득한 상태입니다" "'굴러'는 주인의 작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이리 와' '일어서' '악수' 같은 고난도 기술은 아무리 가르쳐도 습득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멕시코 로사리토 해변에서 가져온 돌멩이를 개당 3.95달러에 판매한 달은 6개월간 150만개의 펫록을 팔아 떼돈을 벌었다.”

‘앉아’와 ‘엎드려’를 습득한 돌이라니! 돌보는 법과 길들이는 법 등을 실은 설명서를 30페이지나 만들었다는 카피라이터가 갑자기 존경스러워졌다. 신기한 것은 애완용 돌이 실제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인데, 애완용 돌의 인기비결은 생명체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고 한다.

실제 애완용 동물의 경우에는 생명체인 이상, 당연하게도 ‘생로병사’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돌봐줄 때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거나 생리반응을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등 손이 많이 가는 데에 비해서 애완용 돌은 밥을 주지 않아도 되고, 죽을 염려도 없고, 산책을 나가면서 용변봉투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인기이라고.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싶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온기’와 ‘마음’을 나누기 위한 것인데 ‘온기’도 ‘마음’도 없다고 한다면 대체 어떻게 정서적으로 교감을 한다는 거지? ‘애완(愛玩)’이라는 단어 자체가 물론 사랑하는 동물이나 물건을 곁에 두고 즐거워 한다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애완용 돌’은 역시 뭔가 기분이 묘하다. 돌이 아무리 예뻐도 그저 ‘돌’일 뿐 일진데, 그렇게 친다면 차라리 ‘시리’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편이 낫지 않은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본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누군가와 교감하고 싶지만 내 마음을 제대로 알아줄 이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니 결국 무생물과 함께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덜 아플지도 모르지.

관계란 서로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 사랑받기 위해 싸운다. 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느냐며 분개하고 폭주한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사랑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에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지만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사랑하지 않을 테야!’라는 굳은 각오를 다지며 먼저 판단을 앞세운다. 사랑을 받지도 못할 텐데 내가 사랑하면 마음도 아플 테니까, 내가 손해이니까 결국 두려워 마음을 닫아버린다. 결국 모두들 손해 보기 싫어서, 상처받기 싫어서 마음을 꽁꽁 닫은 채로 멀어져간다. 그리고 외로워진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이유는 자신만을 좋아해 주고 배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타당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을 싫어할 리가 없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라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내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사랑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왠지 배신당할 일이 두려우니 나는 어떻게 하든 내 맘이고 그냥 사랑만 받고 싶은 것이 우리네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말할 것이 아니라 나의 얄팍함이란 고작 그 수준이니까.

물론, 애완동물과 교감이 깊어갈수록 더 사랑해 주고 싶어서 더 노력하고 더 애쓰게 되는 거야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애완동물은 불평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주인이 해주면 좋은 거고 안 해주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러니 주인과 애완용 동물과의 관계는 일정한 권력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절대적 권력과 절대적 약자. 이상적인 사랑을 주고받는 주인과 애완동물도 물론 있겠지만, 그 절대성으로 자신은 상처받지 않는 안전한 심리적 도피처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을 시작하기 보다는 사랑을 키워가기가 몇 배는 더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애완동물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쏟아 부어주어야 하는 세심한 배려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배려와 노력도 기울일 여력이 없어진다면, 이제는 유기체에게 그런 사랑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나 사랑이 없는 삶은 너무나 슬프고 외롭다.

내가 어떤 노력도 할 필요 없고 어떤 신경도 쓸 필요가 없다면 그것을 관계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무기체는 손이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사랑을 배신할 가능성도 없으니 상처 받을 리도 없다. 안심이다.

사람은 관계에서 위로를 얻는다. 관계를 통해서 역할을 확인하고 그 역할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한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나누며 행복을 느낀다.

애완돌과 주인 사이에서 ‘관계’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자기만족의 투영대상이라고 한다면 그럴 법도 하다 싶지만, 돌을 마주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위안을 얻는 모습은 반려견과 함께 눈을 마주하며 교감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인지라 왠지 마음이 찌르르 할 것만 같다.

애완용 돌의 기사를 읽고 나서 교감이 그리운 우리네 인생을 돌아보았다. 어쩌면 서로 함께할 여력도 없는 우리 세대가 서글프기도 했고 관계에 다치고 힘든 우리네 세상살이가 쓸쓸하기도 했다. 뭐, 웃자고 하는 얘기고 그저 작은 조약돌을 장식용으로 둔 거에 불과한데 너무 앞선다고 핀잔을 주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조약돌과의 동거를 선택 한 마음이 왠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관계는 노력을 수반한다. 관계는 어렵다. 관계는 단 한번 카드 결제를 하고 잊어 버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성심으로 마음을 나누어야 이어지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의 감정 자체가 불완정한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 불안정한 서로간 감정에 우리는 배신을 느끼는 것이 아니던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한다. 내 아집만 가득하다면 살핀다고 보일리 없다. 그저 강요를 하게 되고 그 강요는 마음의 폭력으로 돌변해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내려놓고 다른 마음을 보면 생경한 풍경이 보인다. 나의 수고가 필요하고 나의 피 땀 흘려 번 돈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 수고로움으로 내 마음은 가득해진다. 관계는 어렵지만 진심을 다할 때, 인연은 스스로 길을 만든다.

애완용 돌과 함께하는 인생이 그저 혼자뿐인 인생보다는 물론 풍요로우리라고 생각한다. 고요한 평화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반면 관계는 아프다. 달콤한 때도 있지만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상처는 우리를 성장시키기에,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연의 넉넉함을 알려주기도 한다. 안심할 수 있는 애완용 돌을 선택하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지만, 결국 세상에 지쳐버린 우리네 마음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어쩌면 또 모르지. 애완용 돌이 휴가철에 버림받는 반려동물의 수를 줄여 줄지도. 하지만 결국은 그거다.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바로 그 무섭고도 잔인한 진실이 우리 시대의 정직한 자화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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