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5)-나는 못난 새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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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5)-나는 못난 새끼가 아니다
  • 이유진
  • 승인 2016.04.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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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KG패스원 국어

누구나 스스로를 ‘못난 사람’으로 느끼게 되는 시기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못난 사람’이었을 때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해요. 과거형입니다. 지금 저는 멋진 사람이니까요.^^

season 1. 못난 놈(종환)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기 전 느낀 설렘이 기억납니다. 처음 교복도 입게 됐지요. 하얀 터틀넥에 검은색 교복. 그게 왜 그렇게도 입고 싶었던지 교복을 맞추자마자 매일 몇 번씩 입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설렘과 행복도 잠시, 저는 중학생이 된 첫 여름에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잠시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와 다툼이 있었는데 그 일로 그 친구가 저를 괴롭혔기 때문이었죠. 저는 아무 방어도 하지 못하고 괴롭힘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습니다. 불행히도 그 친구와 저는 3년간 같은 반이어서 저는 중학시절 내내 쉬는 시간에도 맞고 점심시간에도 맞고, 눈에 보일 때마다 끌려가서 맞고 또 맞았습니다.

▲이유진 강사와 공무원국어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고 싶다면 이유진 강사 카페:http://cafe.daum.net/naraeyoujin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세요^^

반배정이 될 때마다 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학교에 있는 시간에도 내내 집에 갈 시간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도 언제나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바쁜 일이 있거나 운 좋게 눈에 띄지 않으면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었지만 그 친구가 심심하거나 기분이 나빠서 저를 노리고 있을 때는 어김없이 어디론가 끌려가 숱한 주먹을 받아내야 했죠.

사실 당시 저는 운동을 꽤나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객관적인 전투력과는 상관없이 그 친구에게 덤빌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알렸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지만 어린 마음에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도 종일 나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고 바쁜 어머니께는 짐이 되기 싫었고 불같은 아버지는 오히려 용기 없고 힘없는 내가 못났다고 더 때릴 것 같았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이 괴로움을 벗어날 길이 없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이 세상을 떠나는 것뿐인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 자살시도. 수면제와 소주 한 병을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술을 잘 못 마시는 체질이더군요. 세 모금쯤인가 마시고 그 자리에 술병과 함께 널브러진 저는 16시간동안 잠만 잤습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니 죽을 용기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죽을 용기로 살지.”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용기고 뭐고 그냥 그길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주위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혀를 차기 전에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두 번째 시도는 손목을 긋는 것이었습니다. 참... 마음이 그렇게 괴롭고 죽고 싶은데도 아프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고 무섭기도 하고 영화에서는 쉬워 보이던 그 일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는 사실 죽을 용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을 수 없었습니다. 못난 놈, 못난 놈도 이런 못난 놈이 있을까. 이런 제가 죽도록(죽지도 못하면서) 싫었습니다. 싸울 용기도, 소리칠 용기도 없고, 죽을 용기도 없는 저는 정말 못난 놈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 저는 행복, 즐거움, 희망, 꿈과 같은 단어는 구경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 단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잊고 어둠과 괴로움 속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 학창시절은 끝이 났습니다. 대학도 취업도 어떤 선택도 앞이 보이지 않았고 저는 그냥 그렇게 못난 새끼에서 못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season 2. 애매한 놈

겁 많고 용기 없고 세상에 대한 온갖 두려움만 가진 제가 성인이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위축되어있었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아니면 다르게 살아갈 것인가. 도저히 이런 모습으로는 계속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힘든 걸 이겨 내 보자.
제 아버지는 악명 높은 공수부대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이 부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상에 상상이 더해져 실체 없는 두려움이 되었지요.
그래. 그 ‘빡센’ 공수부대를 이겨낸다면 난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거야.
자가 개조 프로그램이었다고 할까요. 바깥에서는 결심하고 계획을 세워도 반복되는 일상과 환경 때문에 새로운 삶이 틀을 잡기 전에 원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군대에서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그야말로 무채색의 삶에서 새로운 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체력검정과 필기시험을 통해 당당히 육군특전사에 합격했습니다. 제 인생에 처음 보는 합. 격. 두 글자였습니다. 그리고 경기도 광주에 있는 교육단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굳은 결심에도 첫날부터 저는 무서웠습니다.
아... 과연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특전사는 선택으로 들어오지만 자신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3개월 안에는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기초체력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중도포기 인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게는 고소공포증이 있더군요. 특히 11미터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군대에서도 교육생들이 공포에 무뎌지도록 하기 위해 3층까지 매층마다 교관들을 배치해 소리를 지르고 구타를 하기도 합니다. 정신없이 올라가다가 구타를 피하기 위해 뛰어 내리게 되는 심리이지요. 그런데도 저는 뛰어내리지 못했습니다. 발길질은 계속 이어지고 이 정도면 맞기보다는 그냥 뛰어내리고 마는데 저는 차라리 맞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나중에는 교관도 지쳤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99번 교육생이었습니다.)
“99번 교육생! 너는 왜 몸 전체를 던지려고 해? 그냥 문 앞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되잖아.”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제 인생의 모든 문 앞에서 저는 몸 전체를 던지는 상상을 해왔던 것입니다. 제 몸에 묶인 로프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에도 최악의 상황, 내가 맞섰을 때 훨씬 더 많이 맞는다거나 괴롭힘이 심해질 것만 생각해서 그 한 걸음조차 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도 분명 학교나 가족이 제 루프가 되어주었을 텐데요.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냥 한 발자국만 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습니다. 그제야 저는 한 발자국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꼭 미운 오리인 줄 알았던 백조가 날개를 펴고 짧은 거리지만 붕~ 날아간 것처럼.

제가 날개를 발견한 시기가 군 시절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앞서 군대가 새로운 나를 설계하기에 퍽 좋은 장소라고 이야기 했지만 이것은 그저 장소일 뿐이었습니다. 폐쇄된 공간이고 계속해서 육체적 정신적인 도전을 하게 하기 때문에 좀 더 빨리 날개를 뻗을 수 있게 할 뿐이지 결심이 없는 개인이 군대에 갔다고 허물을 벗고 나온다거나 확고한 선택을 한 사람이 군대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날개를 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 날개는 제가 웅크리고 있던 학창시절에도 계속 자라나고 있었겠지요. 세상과 고립된 수험 생활 기간도 군 시절과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날개를 키우기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지폐를 바닥에 떨어뜨려 밟고 침 뱉고 찢고 욕하고 들어올린다면요? 가지실 분? 모두 갖고 싶을 겁니다. 아무리 찢기고 구겨지고 더러워져도 만 원 지폐의 가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이 돈이 그 가치를 잃는 순간은 그 지폐를 만든 한국은행이 그것을 폐기하는 때입니다.

외부의 어떤 압력과 시련에도 내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믿으십시오. 하지만 자신이 그 가치를 잊는 날 그 가치는 사라질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못난 새끼도 미운 오리 새끼도 아닙니다. 여러분도 그렇지요? 스스로를 못난 새끼, 미운 새끼로 만드는 것은 자신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날은 날아갈 때가 아닙니다. 바로 날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입니다.

당신은 ‘못난 새끼’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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