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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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9)
  • 박준연
  • 승인 2016.04.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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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의 여름방학

미국 로스쿨 3년 과정에는 두 번의 긴 여름방학이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5월 중순이 되면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된다. 가을학기는 8월말이 되어야 시작하니 로스쿨의 여름방학은 3개월에 가깝다. 그렇다고 그 긴 방학이 순전한 자유시간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NYU 로스쿨의 봄학기 기말고사 기간을 생각하면 학교 근처의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활짝 핀 꽃이 떠오른다. 학교 주변엔 언제나 내 커피 주문을 기억해주는 점원이 있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커피를 사서 공원을 잠시 걸으면 벌써 계절이 이렇게 바뀌었구나 하고 새삼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면 방학이다. 로스쿨 여름방학 기간 중에 로펌이나 정부기관, NGO등에서 인턴십 등 여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커리큘럼의 일부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의무가 아니란 이야기지, 실제로 여름방학에 일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말고사 후 여름 프로그램 시작 전의 며칠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름방학인 셈이다. 짧은 휴식이 끝나면 학교와는 다르게 출퇴근을 하는 기간이 찾아온다. 졸업후의 취직과 직결되는 2학년 여름방학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1학년때는 로펌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라도 법원이나 NGO 등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어디에서 일하든 여름방학기간만 일한다고 해서 일이 반드시 쉽지만은 않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하면 스트레스도 꽤 따른다.

1학년 여름방학때는 로리뷰 및 저널 편집위원을 선발한다. 학기중에 저널별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여름방학 시작후 과제를 발표하고, 방학기간 중 선발 결과를 연락한다. 나는 NYU 로스쿨 국제법 및 국제정치 저널 (NYU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에서 2, 3학년 2년간을 편집에 참여했다. 1학년 여름방학때는 일을 마치고 과제를 준비하고, 2학년 여름방학때는 신입 편집위원 선발에 참여했다. 

또 1학년때는 다음학기 시작 직전에 있는 로펌의 학내 인터뷰 (On-Campus Interview, OCI) 준비도 있다. 방학중 학교에서 OCI에 참가하는 로펌 명단을 보내주면 그 명단을 검토하여 지원할 회사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업무 분야나 회사 문화에 대해 리서치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2학년 여름에는 1학년 여름방학과 비교하면 부담이 조금 적은 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학년때 일하는 회사가 졸업후 일하는 회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학년 여름보다 더 부담이 느껴졌다. 아무리 “서머 어소시에이트”라고 불리는 임시 포지션이라고 해도 담당하는 일도 회사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었다. 나뿐만이 아니고 동기들도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회사의 선배 변호사들은 여름 프로그램인데 너무 무리하지말고 일찍 퇴근하라고들 했지만, 일을 맡은 이상 잘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부담이 있었다. 게다가 회사에서 거의 매일같이 개최하는 아침식사를 겸한 업무 소개, 선배직원들과의 점심식사, 저녁 행사 역시 회사 일의 연장이었다. 물론 회사 이벤트는 뉴욕에서 공부하면서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경험해보지 못한 허드스강 요트 세일링이나 트라이베카의 요리 스튜디오에서의 강습, 콘서트 관람 같은, 회사에서 고심해서 계획한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도 회사 이벤트까지 마치고 로스쿨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서 피곤해서 곯아떨어진 기억이 있다.

로스쿨은 전문대학원인 만큼, 여름방학의 업무 체험을 포함한 3년이 온전한 로스쿨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학기중에는 학과 공부를 위주로 생활을 하지만, 방학때는 또 다르고, 그 미묘한 생활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또 어렵다. 2학년을 마친 후의 서머 프로그램중, 회사에서 동기들과 어딘가로 가면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 일 시작한 기념으로 70% 세일하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 샀어. 예쁘지?”
“정말 예쁘다! 그래서 그런가, 저 사람 너 쳐다보는 거 아니니?” 
불안과 걱정도, 그만큼 기대와 희망도 컸던 후덥지근한 뉴욕 미드타운의 여름이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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