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축소보고로 범죄 확대...국가가 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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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축소보고로 범죄 확대...국가가 배상책임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04.20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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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직무이행에 합리성 없는 때도 법령위반 해당”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납치 사건을 상부에 축소보고해 범인의 추가적 범행을 막지 못한 경찰의 행위와 경솔한 검거 작전으로 납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가 국가배상법 소정의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국가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지난 2010년, 당시 26세였던 남성 김씨는 여성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 돈을 마련하기로 계획, 대구 수성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한 아파트 앞을 걸어가는 여성 백씨를 발견한 그는 자신이 타고 있던 흰색 모닝 승용차로 백씨를 들이받아 넘어뜨린 후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승용차 뒷자석에 밀어넣었다.

김씨의 폭력에도 불구, 백씨는 탈출에 성공했고 인근 아파트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112센터에 신고했다.

하지만 백씨로부터 정황을 진술받은 지산지구대 순찰팀장 손 모 경위는 이 사건을 납치 미수가 아닌 단순 상해사건으로 축소보고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강력3팀 팀장 김 모 경위는 이같은 축소보고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적극적인 수사 없이 사건을 덮었다.

목적을 달성 못한 김씨는 일주일 뒤 다시 범행을 재개했다.

역시 수성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그는 인근 도로가에 앉아있던 여성 이씨를 발견, 그를 유인해 차에 태웠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투명테이프로 이씨의 반항을 억압한 후 그녀를 1회 강간하고 그녀의 휴대폰을 통해 이씨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6천만원을 송금할 것을 요구받은 이씨의 부모는 곧바로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수성경찰서 강력 2팀은 위치추적을 실시하고, 계좌의 출금이 이루어지면 경찰에 통보되도록 거래지점에 조치하는 한편 김씨를 유인해 수사자료를 확보코자 이씨 부모로 하여금 계좌에 200만원을 송금하게 했다.

같은 날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인근 편의점에 나타난 김씨는 위 현금지급기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모습이 찍혔고, 그가 타고 다니던 흰색 모닝승용차도 포착되었다.

무전으로 이러한 사실을 전파받은 성서경찰서 형사과 강력1팀은 형사기동차량(비노출 스타렉스)을 타고 달서구 호산동 일대를 수색하던 중 김씨의 모닝승용차를 발견했다.

서행으로 용의차량을 미행하던 중 김씨가 길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자 강력1팀 소속 경사 두 명은 검문 지시를 받고 차에서 내려 김씨의 차에 다가갔다.

순간적으로 그들이 형사임을 직감한 김씨는 곧바로 승용차를 급발진시켜 도주했고, 퇴근 시간대 혼잡한 교통상황으로 인해 경찰은 검거에 실패하고 말았다.

경찰의 추격을 알아챈 김씨는 곧바로 연락망이었던 이씨의 휴대폰을 꺼버려 위치추적이 불가능하게 했다.

이씨를 더 이상 살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경남 거창군 거창읍까지 차를 몰고 가 자신의 차 안에서 이씨를 살해했고, 사체는 돌아오는 길 수풀이 우거진 배수로 안에 유기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집 근처에 잠복하던 형사들에게 검거됐으나, 이미 이씨는 살해된 후였다.

이씨의 부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그 소속 경찰공무원이 범인검거의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법령 위반’임을 주장, 김씨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제1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이 백씨에 대한 납치미수사건에서부터 추가적 범행을 막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 축소보고로 인해 이런 기회를 상실했고 용의차량에의 접근을 시도함에 있어서도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검거계획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법령 위반이라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만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 공서양속 등의 위반도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공무원의 조치들이 “합리성이 전혀 없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이 사건은 쌍방의 항소, 상고로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대한민국의 국가배상책임은 인정됐다.

경찰의 태만하고 미흡한 직무이행이 한 여성을 죽음에까지 몰고 갔다는 비판이다.

이번 판결이 관련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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