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4)-생각의 광합성은 묻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상태바
이유진, 김종환의 '냉정과 열정'(14)-생각의 광합성은 묻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 이유진
  • 승인 2016.04.19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유진 KG패스원 국어

지난 주에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인가.’
우리 중에는 분명히 ‘우물 안에 살고 있는 개구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 제가 여러분 모두에게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물어라’입니다. 아, 저를 물라는 건 아니고요^^ ‘ASK’하라는 것입니다.

2000년 초반에 아주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바로 산소 같은 이영애 씨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대장금>이죠. 어린 시절 수라간에서 수련을 하던 장금이와, 엄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를 가르치던 한상궁의 에피소드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 이유진 강사와 공무원국어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고 싶다면 이유진 강사 카페:http://cafe.daum.net/naraeyoujin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세요^^

“장금아. 물을 떠오너라.”
“네, 마마님.”
“다시 떠오너라.”
“네, 마마님.”
“내일 다시 떠오너라.”
“네, 마마님.”
다음 날입니다.
“장금아. 물을 떠오너라.”
“네, 마마님.”
“다시 떠오너라.”
“네, 마마님.”
“내일 다시 떠오너라.”
“네, 마마님.”

어린 장금이는 그 작고 총명한 머리로 고군분투합니다.
찬물일까? 더운 물일까? 옛 선비에게 체하지 말라고 주었듯 나뭇잎을 띄워볼까?
수많은 방법으로 물을 떠가보지만 한상궁은 “다시 떠오너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입니다.
‘한상궁 마마님은 나를 미워하나봐...’하던 장금의 머리 속에 문득 스친 한 장면은 어머니가 물을 떠주시던 모습입니다.
장금이는 한상궁을 찾아가 묻습니다.
“혹 속이 더부룩하지 않으십니까?”
“오늘 변은 보셨나요?”
“목이 아프지는 않으신가요?”
그리고는 밖으로 뛰어나가 물을 한 그릇 떠옵니다.
“마마님, 더운 물에 소금을 조금 탔습니다. 천천히 드시어요.”
그제야 한상궁은 미소 띤 얼굴을 끄덕입니다.

총명한 장금이는 속이 차거나 더운 이에게 어떤 물을 주어야 하는지, 혈이 막힌 이에게 어떤 물을 주어야 하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것을 다 안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정작 지식을 활용해야 하는 순간에는 필요한 것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묻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례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공자의 제자 중 고위 관직에 있는 이가 있었답니다. 그가 조정에서 신료들 간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공자를 초청해 강의를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학자로 꼽히던 공자의 등장에 500여 명의 관료는 숨을 죽였습니다. 공자가 입을 열어 한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예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머뭇거리던 신료가 대답을 하자 공자는 또 다음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모든 이에게 “예란 무엇인가”를 묻기를 두 시간. 공자는 강의가 끝났다며 방을 나갔습니다.
제자는 공자를 따라가 이게 무슨 강의냐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되물었습니다.
“소통에 대해 강의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
“예. 그런데 이건 소통에 대한 강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바로 이것이 소통에 대한 강의였다. 의문이 나는 점을 묻는 것이 소통이지. 예에 대해 왜 묻는가를 물어본 이가 아무도 없고 모두 자기 이야기만 하는데 내가 가르쳐 봤자 소통이 있겠느냐.”

요즘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들 하죠? 더불어 ‘듣기’에 대한 이야기도 한창입니다. <듣는 힘>, <듣는 혁명>...... 모든 인간관계의 다툼은 소통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고 충분한 소통은 원활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이득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고요.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들은 이야기를 혼자서 생각하고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면 우리는 절대로 상대가 기다리고 있는 소통의 목표 지점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수 없이 거쳐야 상대방의 진심에 도달할 수 있죠.

혹시 좀 짜증이 나시나요? 생각 없이 살지 말라더니 생각을 하면서도 틈을 열어두라니.^^ 햇빛을 보지 못한 식물은 곧 시들시들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골방에서 생각한 것은 모두 쓰레기입니다. 우리의 생각에도 식물처럼 광합성이 필요합니다. 햇빛을 볼 수 있도록 밖으로 나와서 생각을 햇빛 아래 널어 놓으세요. 그리고 잠시 마실도 다녀오고 여기저기 보고 듣고 물어본 뒤에 뽀송뽀송해진 생각만 다시 머리 속에 챙겨 넣으세요.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